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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1부 판매의 종말, 케어의 시작
1장 케어란 무엇인가
2장 브랜드 에이전트의 4가지 엔진: 플랫폼이 흉내 낼 수 없는 케어의 자동화
3장 얽힘: 시간으로 만드는 독점: 케어가 만드는 끊을 수 없는 밧줄

2부 에이전트가 바꾸는 새로운 규칙
4장 이중 언어 전략
5장 오퍼링: 검색이 사라진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6장 고객 구출 작전: 플랫폼에서 자사몰로

3부 브랜드 에이전트의 운영과 관리
7장 브랜드 에이전트 헌법
8장 브랜드 연합: 플랫폼에 대응하는 공생 생태계
9장 리더의 결단: 기술이 아니라 권한의 문제다

맺으며
브랜드, 피지컬 AI를 입다

부록 A 브랜드 에이전트 선언문
부록 B 데이터 연동 및 보안 가이드
부록 C 브랜드 에이전트 투자 가이드
부록 D 서비스형 디지털 트윈의 5가지 구축 유형
저자 소개
저자 : 정허로
서울대(학사), 연세대(석사) 졸업
대홍기획, 롯데쇼핑, 한국IBM 등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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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머리말

서울 망원동의 작은 과일 가게에는 낡은 대학 노트 한 권이 있습니다.
가게 주인 김 사장님은 비싼 고객관리 소프트웨어도, AI 시스템도 없습니다. 대신 손님이 올 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나누며 노트에 메모를 남깁니다.
“305호 새댁: 신맛 싫어함, 말랑한 복숭아 선호, 주말엔 캠핑 감.”
어느 날, 당도가 높고 식감이 부드러운 물복이 입고되었습니다. 김 사장님은 전체 고객에게 문자를 돌리지 않습니다. 노트를 펼쳐 복숭아와 말랑함을 좋아하는 고객 15명에게만 개별 문자를 보냅니다.
“305호님, 오늘 진짜 부드러운 복숭아가 들어왔어요. 주말 캠핑 가실 때 가져가시면 딱일 것 같아 연락드려요. 두 개만 빼놓을까요?”
이 문자의 구매 전환율은 놀라울 만큼 높습니다. 고객은 광고가 아니라 나를 위한 배려를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성수동의 한 수제화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지만, 첫 구매 고객에게는 반드시 전화를 겁니다.
“고객님, 평소 운동화는 240을 신으신다고 했는데, 저희 구두는 발볼이 좀 좁게 나왔어요. 245로 보내드릴까요?”
이 전화 한 통으로 반품률은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고객들은 “내 발을 걱정해 주는 브랜드”라며 팬이 되었습니다.
두 사장님이 한 일은 결국 같습니다.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삶을 돌보는 일입니다. 고객을 기억하고, 맥락에 맞는 순간에 먼저 말을 건네는 것. 거래가 시작되기 전에 고객의 상황을 먼저 헤아리는 것. 이 책에서는 이것을 케어(Care)라 부르겠습니다.
김 사장님의 노트와 수제화 사장님의 전화는, 수조 원을 투자한 글로벌 기업의 AI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김 사장님은 하루에 50명밖에 케어하지 못하고, 새벽 2시에는 잠을 자야 합니다.
이 책은 김 사장님의 노트를 디지털로 확장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사장님이 잠든 새벽에도 고객을 기억하고, 수천 명에게 동시에 “305호님, 복숭아 들어왔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브랜드 에이전트’입니다.

이제 시선을 2년 미래로 옮겨보겠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저녁 8시. 퇴근 후 소파에 앉은 워킹맘 지수 씨가 스마트폰을 켭니다. 일곱 살이 되는 아들의 생일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입니다.
과거라면 지수 씨는 검색창에 ‘7세 남아 선물’을 입력했을 것입니다. 수십 페이지의 상품 리스트를 헤치며 리뷰를 읽고, 가격을 비교하는 데 30분을 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2028년의 풍경은 다릅니다. 지수 씨는 자신의 AI 에이전트에게 짧게 말합니다.
“우리 아들 생일 선물 좀 추천해 줘. 요즘 공룡이랑 우주에 관심이 많아. 그런데 화면 보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디지털 기기 말고, 예산은 5만 원 밑으로.”
말이 끝나자마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AI 에이전트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첫째, 소비자 에이전트. 지수 씨의 취향과 예산,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있는 개인 비서입니다. 둘째, 플랫폼 에이전트.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마켓플레이스가 운영하며, 수백만 개의 상품을 순식간에 필터링합니다. 셋째, 브랜드 에이전트. 각 브랜드가 자사 제품의 강점과 고객 맥락을 소비자 에이전트에게 설명하는 대변인입니다. 이 셋은 수 초 만에 정보를 주고받고, 소비자 에이전트가 최적의 선택지를 추려냅니다.
이윽고 화면에 세 개의 추천 상품이 뜹니다. 1순위는 스페이스 다이노라는 작은 스타트업의 과학교구 세트. 지수 씨는 “스크린 타임을 줄이고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추천 사유를 보고 망설임 없이 구매 버튼을 누릅니다.
이 짧은 과정에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1순위로 추천된 것은 ‘스페이스 다이노’라는, 지수 씨가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작은 스타트업의 제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이 교구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의 강자들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수년간 제품을 다듬고, 안전 인증을 받고,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쌓아온 곳들 말입니다.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브랜드 파워가 밀려서가 아닙니다. 단지 지수 씨의 에이전트가 그 브랜드들을 ‘읽어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품질과 인지도는 이미 충분했지만, 정작 에이전트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은 탓에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브랜드가 어떻게 고객과의 접점을 잃어왔는지 먼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서 최근 20여 년간, 몇몇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쿠팡, 네이버, 아마존. 이들의 강점은 편의성입니다. 최저가, 빠른 배송, 방대한 상품 구색으로 승부합니다. 이 영역에서 브랜드가 플랫폼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편의성이 전부는 아닙니다.
수백만 개의 상품을 다루는 플랫폼은 개별 제품의 사용법, 관리법, 문제 해결법을 깊이 알기 어렵습니다. 세탁기 필터를 언제 교체해야 하는지, 이 화장품이 건성 피부에 맞는지, 러닝화 끈을 어떻게 묶어야 발목이 편한지 같은 전문적인 돌봄은 그 제품을 만든 브랜드만이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고객을 연결해 주는 데 탁월하지만, 사용 과정을 지원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까지 책임지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여기에 브랜드의 기회가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만나되, 케어로 그 관계를 직접 소유하는 것입니다. 지수 씨의 에이전트가 전통 강자들 대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적 케어 데이터를 갖추고 에이전트의 언어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었던 브랜드가 이겼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전문적 케어를, 김 사장님은 노트 한 권으로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김 사장님의 기억력과 시간에 한계가 있었을 뿐입니다. 브랜드 에이전트는 이 한계를 없앱니다. 김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에 슈퍼컴퓨터의 기억력을 더하는 것입니다.

케어라는 개념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CRM, 고객 관계 관리, 고객 성공 같은 이름으로 마케팅 학계와 현장에서 30년간 반복되어 온 주제입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지금 써야 했을까요? 두 가지 변수가 거의 동시에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케어가 비로소 자동화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 사장님이 노트 한 권으로 했던 일은 그동안 슈퍼컴퓨터를 갖춘 글로벌 기업조차 흉내 내기 어려웠습니다. 수십만 명의 고객 각자의 맥락을 기억하고 적절한 순간에 말을 거는 일은 사람의 능력 밖이었기 때문입니다. 2022년 ChatGPT 등장 이후, 그리고 2024~2025년 에이전트 기술이 본격화되면서 이 한계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월 몇만 원의 도구만으로도 김 사장님의 노트를 1만 명에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동시에 케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 되었습니다. 가트너는 2027년이면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절반을 보조하거나 자동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곧 도래할 풍경에서 고객은 직접 검색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말을 겁니다. 그 에이전트는 당신 브랜드의 100년 역사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검증 가능한 데이터, 그리고 고객의 맥락에 부합하는 케어 기록만을 봅니다. 인지도가 아무리 높아도 케어 데이터가 없으면 추천 목록에 오르지 못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케어를 새로 발명하자”는 책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알아온 케어를, 이제는 자동화할 수 있고 또한 자동화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책입니다. 김 사장님이 50명에게 했던 일을 이제는 모든 브랜드가 5만 명에게 해야 합니다. 하지 않으면, 고객의 에이전트는 더 이상 당신의 브랜드를 추천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플랫폼의 성장에 기대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성장이 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은 사람. 최저가 경쟁에서 이기고도 공허한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이 책은 그런 사람이 품어온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이 책에는 나이키와 동네 과일 가게 이야기가 교차하며 등장합니다. 일부 독자는 이것을 규모의 혼재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설계입니다. 김 사장님이 노트로 고객을 기억하는 원리와 스타벅스가 1,700만 앱 사용자를 분석하는 원리는 같습니다. 규모만 다를 뿐, 원리는 동일합니다.
거대 기업의 리더라면, 동네 가게의 사례에서 케어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규모 기업의 리더라면, 글로벌 사례를 통해 향후 성장했을 때의 청사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크기만 다를 뿐, 고객을 되찾는 전략은 같습니다.
이제 김 사장님의 노트를 디지털로 확장하는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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