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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때 마음을 바라보던 마음
빈터
이등변 삼각형
기분을 구름처럼 후 불고
우리는 너무 뒤늦게 슬프고

작가의 말

해설
현실 사랑을 위한 사유의 글쓰기
-이대성(문학연구자)
저자 소개
저자 : 안상희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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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

이들은 자신의 빈터에서 사유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흔들리고 막막하고 다투고 쓸쓸한 날들도 있겠지요. 그럴 때 빈터나 오래된 무덤에 들리거나, 석탑이 있는 옛 절터나 도시의 성곽길에서 또 그곳이 아니더라도 어두운 방 바깥으로 나와 흘러가는 것들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분들과 저는 이제 소설 바깥으로 나와 일상을 살겠지요. 예와 루이, 가언과 석우가 만났던 환상이 가끔은 우리에게도 날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들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에 불쾌한 기분을 잠재우고, 나무마다 새로운 형태를 보고, 나뭇잎의 피고 지는 각자의 리듬을 듣고, 석탑의 우직함을 만지고, 부서진 한 줌의 흙냄새를 맡으며, 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같이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다 머무르지 않는 것에 분노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아슬아슬하게 화해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책 속으로

“난 단지 멈추고 싶었어요.”
“무엇으로부터?”
“견딜 수 없는 것으로부터요.”
왕은 마음을 들여다보듯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눈을 잠시 감았다. 고개를 들어 무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무 널 위 돌무더기들이 흔들리다 다른 공간으로 와르르 쏟아진다.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마음?”
허공에 쏟아지는 돌을 보며 왕이 내게 말했다.
“생각의 붕괴는 자신을 해치지 않아. 경고만 할 뿐.”
“벗어날 수 있어요?”
“방법은 있지.”
“알려 주세요.”
뭔가를 들킨 사람처럼 나는 애걸했다.
“달라질 수 있는 미래를 믿어 보는 거지.”
무덤의 그가 말하니 석연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다른 미래를 늘 그렸지. 당신의 연락에 눈물 닦고 웃는 다른 미래. 그 미래를 기대하다 보니 나는 좀체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두려웠다. 위로받았던 마음은 자꾸 당신을 부르고 있었다. 아이처럼 기대하고 있는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또 마음을 일으켰다. 삶에 다른 길이 있는지 모른다는 듯.
---「그때 마음을 바라보던 마음」중에서

이 땅은 오래전 잠재워진 곳이다. 흙구덩이의 저 먼 어둠에는 과거의 시간이 살아 있을 것이다. 지금 루이를 처음 본 그날을 떠올린다. 석상을 조각한 누군가는 여인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중략) 인간은 타인의 시간을 통해서 살고 있었다. 내가 바라본 그 땅은 언제나 빈터로서 존재했다. 무엇을 해도 허전했던 나의 삶도 이유 없는 불안들도 모두 내 것이었으며 영원히 내 것은 아니었다.
---「빈터」중에서

후회라는 말에 석우는 조금 마음이 울렁거렸다. ‘후회’는 석우가 요즘 생각하는 단어였다. 조각도, 가언도, 익산에 내려온 일도, 그 단어에 들어갈 시간은 없었다. 후회라면 되돌리고 싶은 것일까? 석우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후회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그냥 마음이 좀 아팠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조차 자기 삶을 하나의 잣대로 판단했다. 나는 실패했는가. 과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 누구도 자신에게 돌을 조각하며 살라고 등 떠민 적은 없었지만 석공예가라는 이름을 가지는 순간부터 자기 삶은 성공이냐, 실패로만 나누어진 것 같았다. 어떻게 삶이 몇몇 사람들 반응으로 결정지어지나. 살아온 행동이 만든 결과야 내 몫이고 책임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도무지 평가는 삶의 바깥일이었다.
---「이등변 삼각형」중에서

“인간이 사용한 도구 역사는 돌부터 시작해. 사람들은 돌로 흙을 파고 열매도 땄지. 또 돌을 날카롭게 해서 빼앗고 죽이는 데에도 썼어.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돌을 쌓기 시작한 거야. 돌들을 모아 각자가 아니라 서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그걸로 울타리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무덤도 만들고 탑도 만들고 신에게 기도하는 제단도 만들었지. 자신의 영혼인 듯 돌들을 하나씩 하나씩 쌓으면서 소원을 빌었어. 인간의 첫 능력은 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마음을 모으는 일이었지. 그 행위 자체가 기도인 거야.”
---「기분을 구름처럼 후 불고」중에서

루이와 예는 한적한 가로수 거리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물들지 않은 초록 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당신이라는 잎들이 떨어진다. 자기가 나무라는 생각도 사라진다. 루이는 왜 초록 잎은 끝내 머무를 수 없는지 생각했다. 물들지 않고 떨어지지 않는 것. 뜨거웠던 순간에서 멈추는 것. 멈추어서 영원해지자는 것. 그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을까. 루이는 그래 계속 이렇게 걷다 보면 어두워지겠다 싶었다. 끝나겠지. 마음이 조금 복잡한 것도 있었지만 확인됐다 싶기도 했다. 당신은 기억에서 더 간절한 사람. 당신은, 정취로 남겨진 사람.
---「우리는 너무 뒤늦게 슬프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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