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욕망, 유머 그리고 슬픔 어린 우수가 빚어내는 체호프의 에로티시즘 미학!
체호프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마치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그려 낸 삶의 예술가다. 600여 편에 이르는 체호프의 단편에는 사회적 약자인 ‘작은 사람들(농민, 하급 관리, 가난한 예술가, 마부)’과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로 가득하다. 이들의 웃음과 유머, 우수와 눈물, 탄식과 절망, 행복과 불행 등으로 짜인 온갖 문양의 조각보가 체호프의 예술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자들의 사랑, 행복과 불행,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결핍으로 인한 일탈과 부정(...
욕망, 유머 그리고 슬픔 어린 우수가 빚어내는 체호프의 에로티시즘 미학!
체호프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마치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그려 낸 삶의 예술가다. 600여 편에 이르는 체호프의 단편에는 사회적 약자인 ‘작은 사람들(농민, 하급 관리, 가난한 예술가, 마부)’과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로 가득하다. 이들의 웃음과 유머, 우수와 눈물, 탄식과 절망, 행복과 불행 등으로 짜인 온갖 문양의 조각보가 체호프의 예술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자들의 사랑, 행복과 불행,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결핍으로 인한 일탈과 부정(不貞)을 다룬 수십 편의 에로티시즘 단편들은 체호프의 예술 세계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체호프는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결코 강요하는 법이 없다. 복잡다단한 인간 심리를 분석하거나 해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들려줄 뿐이다. 그래서 눈 밝은 독자만이 체호프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진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여자들의 행복과 불행, 일탈과 부정(不貞)을 다룬 체호프의 이야기도 그렇다. 이른바 ‘체호프의 여자들’을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권태와 욕망, 우수와 눈물에 공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와 외에 이번 선집에 실린 단편들은 처음으로 번역ㆍ소개되는 것들이다. 발표 연도순으로 실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여자들에 대한 체호프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에 수록된 16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체호프를 만나고 남녀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체호프의 여자들’은 이상적이고 순결하며 고결한 품성을 지닌 ‘투르게네프의 처녀들’이나 이기적이고 열정적이며 탐욕적인 ‘도스토옙스키의 여자들’과는 달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따분한 일상에서 종종 일탈을 꿈꾸며, 때론 남편을 배신하기도 한다. 그들은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의 단편에 등장하는 ‘체호프의 여자들’의 면면을 수록 작품들과 함께 살펴보자.
체호프의 여자들 ▶ 몸을 파는 여자들
체호프가 여자를 이성으로 의식하고 연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열세 살 때이다. 이때부터 체호프는 많은 여자들과 만나면서 교제를 하게 된다. 에서 라울이 살해한 일곱 명의 아내는 체호프가 만났던 일곱 유형의 여자들(성실하고 가정적인 여자, 매력적이고 성실한 여자, 공상적인 여자, 이상적인 여자, 지적인 여자, 경박한 여자, 소시민적인 여자)인지도 모른다.
1880년부터 1883년까지 사창가인 소볼로프 마을 부근에서 살았던 체호프는 매춘하는 여성들에게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한때 이 방면의 전문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에서 묘사된 유곽의 분위기는 너무나 생생하다. 매춘을 비롯한 여자의 육체에 대한 체호프의 성적 호기심은 초기 단편에 잘 나타나 있다. 는 신혼부부를 위한 선실에서 신랑이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부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에서는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사는 여지주가 젊은 마부의 육체를 돈으로 사고, 에서는 역장이 영지 관리인의 아내와 밀회를 즐기다가 그녀의 남편에게 발각되어 돈을 빼앗긴다. 에서 여자는 왕진 나온 의사에게 줄 돈이 없자 할 수 없이 몸으로 때우고, 에서 니노치카는 남편이 대학 시절 여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질투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에 빠져 있다.
사랑이 없는 섹스나 몸을 사고파는 여자들에 대한 체호프의 시선은 대체로 냉정하고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체호프는 이런 행위를 도덕적, 윤리적으로 엄격히 재단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은 매춘 그 자체보다 전편에 흐르는 에로틱한 분위기와 유머러스한 상황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객실 벽에 구멍을 뚫고 핑크 빛 분위기를 훔쳐보며 흥분하는 젊은 선원, 아름다운 달밤에 화차 옆에서 여자의 허리를 껴안고 밀어를 속삭이는 중년의 역장, 매일 저녁 젊은 마부와 마차를 타고 미친 듯이 질주하며 황홀해하는 여지주의 모습에서 에로티시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내의 불륜을 알고 나서 친구와 아내를 공유하는 남자, 아내와 미리 짜고 역장으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남편, 돈이 없어서 의사에게 모욕을 당한 뒤 몸으로 의사를 농락하고 의사의 돈을 빼앗는 여자의 모습은 왠지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러한 성적 경향과 유머러스한 상황은 체호프의 초기 에로티시즘 단편에 희비극적 분위기를 부여하고 있다.
체호프의 여자들 ▶ 욕망하는 여자들
여자들의 권태와 욕망은 체호프의 중기 단편의 주요한 테마이다. 그들의 욕망은 이따금 충족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실현되기보다는 그 자체로 끝나고, 삶은 칙칙한 현실 속에서 계속된다.
교회지기의 아내인 라이사는 눈보라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젊은 우편배달부를 은근히 유혹하고 그와의 아련한 정사를 꿈꾼다(). 우편배달부도 라이사의 유혹이 싫지 않다. 램프를 끈 뒤 여자의 몸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려는 순간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일탈은 여기까지다. 라이사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다시 참기 어려운 따분한 일상이 시작된다.
젊은 아낙인 아가피야는 채소밭지기 사프카를 찾아가서 밤의 밀회를 즐긴다. 남편이 귀가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밀회와 정사에 취한 아가피야는 끝내 사프카와 밤을 지새운다. 날이 밝아 오자 비로소 정신을 차린 아가피야는 여울 저편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한 남편을 향해 흥분과 공포를 느끼며 용감하게 걸어간다().
에서는 이웃 별장에 사는 변호사 일리인의 사랑 고백에 당혹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는 소피야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에게 알 수 없는 불만을 느끼며 결국 야밤에 가출을 한다.(“소피야는 숨을 헐떡거리며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고, 자기 발의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를 앞으로 밀친 것은 그녀의 수치심보다도, 이성보다도, 공포보다도 더 강한 것이었다.”)
깊은 밤, 코를 골며 자는 남편 옆에서 약사의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젊은 장교 둘이 약을 사러 오고, 약사 아내의 아름다움에 취한 장교들은 진한 농담을 하고 손을 만지며 은근히 그녀를 유혹한다. 그녀도 왠지 이런 상황이 싫지 않다. 밖으로 나갔던 장교 하나가 뭔가를 기대하며 혼자서 다시 약국 문을 두드리지만 이번에는 마침 잠에서 깬 약사가 나온다. 이 순간 약사의 아내와 장교의 아련한 기대와 욕망은 깨져 버린다().
남편의 감시와 위협, 자신을 기다리는 채찍의 공포와 두려움, 불륜에 대한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체호프의 여자들은 끊임없이 욕망하며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체호프는 욕망하는 여자들의 행태를 냉정하게 보여줄 뿐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탈을 윤리적으로 비판하거나 도덕적으로 설교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욕망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육체적 욕망뿐만 아니라 정신적 불만(남편과의 소통의 부재)도 느껴진다. 또한 습관적이고 거짓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과 자유도 느껴진다. 그들의 꿈과 욕망은 아련하고 우수에 차 있다. 그들에게 욕망과 우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체호프의 여자들 ▶ 버림받은 여자들
체호프의 중기 단편에 나오는 여자들은 때론 욕망하고 때론 일탈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또 다른 여자들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남자들에게 버림을 받은 약자들이다. 그들에게 행복과 자유는 사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