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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이서도
2022 SF 오디오 스토리 어워즈에서 「데드, 스투키」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경장편 소설 『초록 안의 세계』를 출간했다. 삶은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함 속에 있다고 생각하며, 뒤엉킨 순간을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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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늘 중편선 005 《종》

스릴러, 판타지, SF, 미스터리, 순수 문학을 고루 다뤄 오던 소설 브랜드 ‘그늘’에서 국내 소설 중편선을 기획했다.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을 모아 차례로 선보인다. 세상의 모습을 담은 문학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비춘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밝은 길잡이로 독자의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저마다 에너지를 가진 젊은 작가들이 삶을 꺼내 만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세상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든 펼칠 수 있다. 이야기가 일상에 스며드는 동안 작은 파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소설을 가로지르는 다정한 통찰을 책의 등에 담았다. 시리즈 도서를 책장에 모아 꽂으면 힘이 있는 각각의 서사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짓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흑백의 이미지는 독자들의 내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늘 중편선 시리즈는 장편소설이 지닌 강렬한 서사와 단편소설이 가진 밀도의 매력을 오늘의 문학 속으로 동시에 되불러 재해석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단숨에 읽을 정도로 짧지만 짜임새 있고, 단편소설보다는 길기에 훨씬 정교한 서사를 선사한다. 한 호흡으로 이어가는 서사의 힘, 이야기의 응축된 의미가 독자에게 닿아 짧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할 것이다.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꼭 맞는 언어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무사히 가닿기를 바란다.

“무시하라. 그것이 우리의 방법이다.”
오직 실리와 효율만이 전부인 세계,
그곳에 ‘인간’이 불시착했다!

주인공 ‘나’와 회사 선배가 사는 행성은 감정이 사치이자 비효율의 원인으로 취급되는 곳이다. 실리와 이익만이 유일한 정답인 이곳에서 선배는 종종 지나가는 동물을 향해 미소를 짓기도 하는 이상한 존재였다. 한편, 우주 너머에서 폭발한 행성을 잃고 흘러 들어온 외계 이주민 ‘저니’. 오직 “도와주세요.”라는 서툰 한마디밖에 구사하지 못해 모두가 배척하던 그 생명체들을 선배는 지나치지 못했다. 그런 선배가 사라진 후, 그가 남긴 동물 실험실과 비밀 노트를 인계받은 나는 그제야 선배가 감추고 있던 거대한 비밀을 마주한다. 남겨진 실험동물과 비밀을 목도한 나는 견고했던 이성에 묘한 균열을 생기는 것을 깨닫는다.
이 행성의 그늘에서 불시착한 저니들은 규율대로라면 그저 무시되고 폐기되어야 마땅할 대상들이다. 하지만 선배가 남긴 기록을 쫓으며 그들의 까만 눈동자를 들여다볼수록 주인공은 연대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실험 케이지에 격리된 저니들은 극단적인 실험 환경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한정된 식량을 나누고,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규칙을 세워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서로를 보살핀다. 작가는 그 모습을 독자도 함께 목격하게 함으로써 고도화된 자본주의 속에서 타인의 비극에 불감해진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선배는 비록 사회에서 낙인찍힌 존재였지만, 자신보다 작고 왜소한 존재의 고통을 함께 슬퍼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그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주인공 또한 어쩌면 철저하게 보장된 안전함이 아니라 비효율적일지라도 누군가의 손을 맞잡고 온기를 나누는 삶을 바랐던 것은 아닐까.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역시 타인을 향한 작은 연민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생명과 연대, 하나의 선의가 만들어내는 전염성

《종》은 감정과 연민을 도태되어 마땅한 유아기적 잔재로 치부하는 가상의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선배의 실험 노트를 발견하고 그의 궤적을 추적하는 주인공 ‘나’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SF 장르를 넘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어쩌면 잃어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이해를 들추어낸다.
주인공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또는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며 무던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한 태도는 비정한 사회에서 주인공이 택한 최선의 생존 방식이었을 것이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주인공의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거대한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선배의 이타심이었다.
이서도 작가는 약자를 외면하는 냉혹함에 익숙해진 사회가 누구도 죽지 않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선의로 인해 조금씩 균열이 가는 모습을 속도감 있게 풀어간다. 하나의 선의가 감염을 일으켜 주인공의 내면을 뒤흔드는 과정은 독자에게 엄청난 긴장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킨다.
외계 행성이 아닌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종은 어떠한가. 효율을 위해서라면 감정을 뒤로 하고 타인을 방치할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선의를 포기하지 않고 연대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다. 끝내 결론 짓지 못한 실험보고서에는 어쩌면 지금 현실에서 가장 큰 결핍이나 우리 종(種)의 모순이 기록되었을 것이다. 《종》은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장 고귀한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선배가 보여준 생명을 향한 연대는 독자들에게도 전염되어 우리의 내면에 조금씩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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