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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예고
그 후
해 설(고미야 도요타카)
저자 소개
저자 : 나쓰메 소세키
도쿄 명문가의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긴노스케. 당시 어머니는 고령으로 ‘면목 없다’며 노산을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12세에 도쿄 제1중학교 정규과에 입학하지만 한학 · 문학에 뜻을 두고 2학년 때 중퇴, 한학사숙에 입학해 이후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유교적인 윤리관, 동양적 미의식, 에도적 감성을 기른다. 22세 때, 문학적 · 인간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준 마사오카 시키와 만나게 되지만, 잇따른 가족의 죽음으로 염세주의, 신경쇠약에 빠진다. 대학 졸업 후 도쿄에서 영어 교사로 있다가 1895년 고등사범학교를 사퇴하고 아이치 현의 중학교로 도망치듯 부임해 간다. 이후 런던으로 유학을 떠나지만 영문학 연구에 거부감을 느껴 신경쇠약에 걸리게 된다. 귀국 후 도쿄 제국대학 강사생활을 하다 또 다시 신경쇠약에 걸리자 강사를 그만두고 집필에만 전념하던 소세키는 1907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 직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후 계속되는 신경쇠약, 위궤양에 시달리다 1916년 12월 9일에 대량의 내출혈이 일어나 『명암』 집필 중에 사망했다. 마지막 말은 ‘죽으면 안 되는데’였다고 한다.

역자 : 박현석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 및 직장 생활을 하다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 출판을 시작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 『태풍』, 다자이 오사무의 『판도라의 상자』, 나카니시 이노스케의 『붉은 흙에 싹트는 것』 요시카와 에이지의 『우에스기 겐신』 등을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 출간했으며, 야마모토 슈고로, 고가 사부로, 구사카 요코, 와시오 우코 등의 작가도 소개했다. 그 외에도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나쓰메 소세키 수상집』, 『도련님』, 『풀베개』, 『산시로』 등을 번역 ·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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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소설 가운데 『산시로』(1908), 『문』(1910)과 함께 전기 3부작으로 불리는 『그 후』는 1909년 6월 27일부터 같은 해 10월 14일까지(총 110회) 도쿄 아사히 신문과 오사카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고, 이후 1910년 1월에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소세키가 이 작품을 집필한 기간은 1909년 5월 31일부터 같은 해 8월 14일까지였다.
『그 후』에서 나쓰메 소세키는 미혼 남성이 유부녀를, 그것도 친구의 아내를 빼앗는,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로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하는데 그 파격이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진부함으로 흐르지 않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소설 곳곳에 뿌려놓았다. 그 문학적 장치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일 테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그러한 시도에 담긴 의도와 문학적 의의는 어느 정도 논의가 가능하리라. 이 책에는 나쓰메 소세키 평론의 원점이자 권위라 할 수 있는 고미야 도요타카의 해설도 함께 수록했으니 소설과 더불어 읽으면 나쓰메 소세키의 의도와 『그 후』의 문학적 의의를 얼마간은 파악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한 파악 위에 서서 독자 여러분의 판단을 구축해나가시기 바란다.

책 속에서

사실을 말하자면 아버지의 이른바 훈육은 이 부자 사이에 깔려 있던 따뜻한 정을 점차 냉각시켰을 뿐이었다. 적어도 다이스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마음속에서는 그것이 완전히 반대로 해석되어버렸다. 무엇을 하든 혈육을 나눈 부자다,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타고난 정애가 아들을 다루는 방법에 따라서 변할 리가 없다, 교육을 위해서 약간의 억지를 부려도 그 결과는 결코 골육의 은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유교의 감화를 입은 아버지는 이런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이 다이스케에게 존재를 부여했다는 단순한 사실이 온갖 불쾌함과 고통에 대해서도 영원한 애정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아버지는 그런 신념을 가지고 힘껏 밀어붙였다.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냉담한 아들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다이스케가 졸업하기 전후부터는 그를 대우하는 법이 크게 바뀌기 시작해서, 어떤 점에서 말하자면 놀라울 정도로 관대해진 면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것은 다이스케가 태어나자마자 이 아버지가 다이스케를 위해서 작성한 프로그램의 일부를 수행한 데 지나지 않은 것이지, 다이스케의 심적 변이를 꿰뚫어보고 적절하게 처치한 것은 아니었다. 당신의 교육이 다이스케에게 미친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중략)
그런데 아버지는 다이스케에 대해서, 당연히 자신의 태양계에 속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신에게는 언제까지고 다이스케의 궤도를 지배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으로 밀어붙였다. 그랬기에 다이스케도 어쩔 수 없이 아버지라는 늙은 태양 주위를 얌전히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서양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 가운데 나오는 남녀의 정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너무나도 방자하고, 또 너무나도 직선적으로 농후하다는 사실을 평소부터 이상히 여겼다. 원어로 읽는다면 모르겠으나 일본에서는 번역하기 어려운 취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과 미치요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박래의 대사를 채용할 뜻은 추호도 없었다.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서는 심상한 말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갑의 위치에서, 모르는 사이에 을의 위치로 미끄러져 들어갈 위험이 잠재되어 있었다. 다이스케는 바로 그 앞까지 온 아슬아슬한 곳에서 자신을 간신히 멈춰 세웠다. 돌아갈 때 미치요는 현관까지 배웅을 나와서,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으니 또 와주세요.”라고 말했다. 하녀는 아직 뒤뜰에서 옷에 풀을 먹이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다이스케는 휘청휘청 1정쯤 걸어갔다. 적당한 곳에서 잘 끊었다는 의식이 있어야 할 터였으나 그의 마음에 그런 만족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치요와 조금 더 마주 앉아서 자연이 명하는 대로 끝까지 이야기를 하고 돌아올 걸 그랬다는 후회도 없었다. 그는 거기서 끊어도, 5분이나 10분 뒤에 끊었어도 필경은 같은 일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과 미치요의 현재 관계는 이전에 만났을 때 이미 발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그 전에 만났을 때 이미, 라고 깨달았다. 다이스케는 두 사람의 과거를 순차적으로 거슬러올라가 보았는데, 그 어떤 단면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서 불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을 발견해내지 못한 곳이 없었다. 심지어는 미치요가 히라오카에게 시집가기 전에 이미 자신에게 시집을 왔었던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때, 그는 견딜 수 없이 묵직한 것이 가슴속에 던져졌다. 그는 그 중량 때문에 다리가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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