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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_ 문학과 예술에 나타난 동정의 역사

1장 언어와 감각
감각의 침몰 | 동정의 초월적 언어, 눈물
2장 비극의 시대와 동정의 소멸
길들여진 공포 | 《페르시아인들》과 원수의 고통 | 안티고네의 불문율 | 인간성의 유린― 가까이에 있는 ‘너’ | 기술, 계율, 육체 | 〈게르니카〉
3장 고통의 신화
필록테테스의 섬― 정치적 과제와 동정 간의 분쟁 | 프로메테우스의 고통과 대자연의 애도 | 상실의 고통과 방황― 데메테르의 신화
4장 마치 사랑인 듯
욕망과 동정 | ‘사랑-동정’ 혹은 미시킨 공작에 대하여 | 돈키호테의 보호 본능 | 자비로운 여인, 혹은 사랑의 눈길 | 환대에 관하여
5장 동정의 시학
모더니티의 심장― 고통의 꽃 | 고통의 은밀함 | 장님과 동정 | 저승의 문턱이 보내는 신호, 혹은 되돌아올 수 없는 길 | ‘동고’의 낭만주의 | 동정과 회심
6장 변신
전이 | 나르키소스의 죽음을 슬퍼하는 요정들 | “왜 나를 찢는가?” 침묵을 종용하는 피에타 |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과 동정의 죽음
7장 히말라야, 혹은 동방의 동정
천둥의 목소리와 세 가지 덕목 | 동정을 선포한 왕 | 《자타카》, 설화의 화관
8장 신이 인간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면
하늘과 땅 사이에 | 자비에 관하여 | 하락, 고통 속으로 | 자비로운 세 여인 | “그에 어울리는 꿈의 민족을 창조했으니”
9장 영웅의 눈물
전사에게 동정을 호소한다는 것 | 아버지의 모습 | 셰익스피어의 비극
10장 동정에 대한 앎
철학의 무대에 등장하는 목소리 | 동정에 관한 레오파르디의 ‘에세이’ | 한 철학자의 독백 | 지혜와 동정, 두 갈래의 길 | 연극과 동정
11장 동물의 고통
브로츠와프 감옥과 물소의 눈, 로자 룩셈부르크의 편지 | 다른 종의 상처 | 반딧불이, 그물 속의 참새, “나무와 화초와 꽃이 있는 정원” | 신천옹, 백조, 개들의 걸음걸이 | 탈출구, 자유의 부재 속에서 | 피조물의 감성 | 동물의 육체, 무관심과 폭력

마치며_ ‘피에타’의 예술사를 위하여
‘슬픔에 잠긴 성모’ | 몸 사이의 몸, 벨리니의 〈피에타〉 | 우아함의 은밀한 고통,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피에타〉 | 작별의 기도, 티치아노 | 고통의 얼굴, 로토와 카라바조 | 부패와 빛, 엘 그레코에서 고야까지 | 들라크루아의 〈피에타〉 | 동정의 색깔, 반 고흐에서 샤갈까지

옮긴이의 말_ 동정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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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안토니오 프레테 (Antonio Prete)
문학 비평가, 문헌학자. 시에나 대학교 비교문헌학 교수를 역임했고 파리 제3대학교와 제4대학교, 콜레주 드 프랑스, 브라운 대학교, 예일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자코모 레오파르디, 샤를 보들레르, 에드몽 자베스의 탁월한 해석가이자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현대 문인에 관한 글을 썼다. 레오파르디 연구서인 《시적 사유》《사막의 꽃》《유한과 무한》, 보들레르 연구서인 《거리에 핀 무한함의 꽃》 외 《다른 언어의 그림자 속에서, 번역의 시학을 위하여》《거리에 관하여》《사물들의 동물적인 질서》 등을 저술했다.

역자 : 윤병언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이탈리아의 인문학과 문학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고 한국 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못생긴 여자》,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 필리페 다베리오의 《상상박물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 조르조 아감벤의 《행간》《내용 없는 인간》《불과 글》 등이 있다.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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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동정’이라는 감정의 역사를 집대성한
이탈리아의 세계적 석학 안토니오 프레테의 기념비작

삶은 고통이다. 삶의 주체인 인간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탈리아의 독보적인 문학 비평가인 안토니오 프레테에 따르면, 그 공감의 순간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타인에 대한 사랑의 빛이 번뜩이는 순간이다. 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아픔을 느끼는가? 동정은 인간이 가진 필연적인 감정인가? 동정이란 무엇인가?
동정(compassion)은 ‘함께(com)’ 나누는 ‘열정(passion)’이자, 타인과 타인의 고통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려는 움직임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동정을 하나의 덕목으로 간주한 것은 아니다. 혹자는 동정을 불행에 대한 연민이라고 했고, 혹자는 앎의 한 형태이자 인식 행위에 가까운 것이라 규정했으며, 혹자는 동정이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미명하에 위선적인 박애 정신으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정이란 감정의 실체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의미를 어떻게 구축해나가야 하는가?
미술사와 문학사를 보면 동정을 주제로 한 수많은 작품이 등장한다. 예술 작품은 동정이라는 감정의 양면성과 다양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리스 서사시에서 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동정은 그 서사의 중심에 있었고, 타인과의 관계를 성립시키는 도덕 원칙이자 본질적 요소로 자리해왔다. 안토니오 프레테는 문학과 예술 작품에 나타난 동정의 역사를 반추하며 동정의 부재가 인류에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추적하고,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에 드러난 동정이란 감정의 지속성과 빛나는 정수를 발견한다.

‘나’와 ‘너’를 매개하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과
타인의 고통을 향한 예술의 시선에 대하여

《동정에 대하여》의 미덕은 이성적 사유로 접근하기 어려운 동정이란 부조리한 감정의 다양한 면모를 인류의 위대한 예술적 문화유산을 통해 저자 특유의 미려한 언어로 소개하는 데 있다. 또한 타인의 고통을 심도 있게 추적하고, 그 고통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촉발되는 감정의 다양한 양태를 파헤치며, 동정을 주제로 인류의 지성사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
인류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할 때 귀결되는 최악의 사태는 전쟁이다. 전쟁은 동정심의 망각과 잔인함의 체계적 실현이라고 안토니오 프레테는 강조한다. 저자는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의 문학 작품 등을 통해 동정심을 상실한 인류가 어떤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인간중심적 사유를 넘어서, 동물의 고통에 대해 상술한다. 인간은 동물의 생명을 도구적으로 이용하며 무분별한 파괴 행위를 자행해왔다. 미셸 드 몽테뉴에 따르면, 동물의 고통에 대한 동정의 토대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동정의 토대와 결코 다르지 않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여전히 동물을 노예화하고, 보호받아야 할 피조물을 향해 무분별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동물의 고통 역시 인간의 고통과 다른 바 없음을 역설하는 안토니오 프레테의 목소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 속에서

동정의 감정이 타인을 하나의 육체와 언어, 사유와 욕망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면서 시작된다면, 반대로 이러한 인식이 균열되거나 자취를 감추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 도래하는 것이 바로 비극이다… 시와 문학은 어떻게 이 비극의 심장 속에서도 파괴의 열병과 투쟁하며 타인의 고통을 향한 시선으로부터 당신을 되찾는 것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동정은 파멸의 연기로부터 이 당신의 실루엣이 피어오르는 공간을 의미한다.
들어가는 말 p.14

눈물이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언어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말 속에서는 감정의 강렬함이 분산되기 마련이다. 감정은 말을 통해 전달될 때 ‘이해’라는 불안정한 과정을 통과하면서, 혹은 허구와 거짓을 베일 삼아 진실을 감싸는 수사적인 표현을 통해서 오해를 낳기 마련이다. 반면에 눈물 속에서 감정의 강렬함은 고스란히 보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1장 언어와 감각 p.31

생명의 체계적인 파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전쟁의 주도자들은 전쟁 그 자체가 비극이라는 사실을 항상 정치적인 이유로 은폐해왔다. 전쟁은 살해당하거나 부상당한 인간의 이미지를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인간을 공포의 무감각한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것이 바로 전쟁을 통해 인간이 피해자 개개인의 특성을 전적으로 무시하면서 이제껏 저질러왔고 여전히 저지르고 있는 만행이다. 한 개인의 숨소리와 욕망과 감정은 다름 아닌 그의 이름 밖으로 내팽개쳐진다. 타자의 정체는 적이라는 말에 접수되고 그 안에서 사라진다.
2장 비극의 시대와 동정의 소멸 p.37

신들의 권력과 프로메테우스의 고통 사이의 극명한 대조를 토대로 이 신화의 다양한 변형이, 때로는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을 주제로, 혹은 그의 반항 또는 해방을 주제로 이루어졌다. 이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를 쪼아대던 독수리를 죽임으로써 그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고 제우스의 동의를 얻어 그를 풀어준다는 이야기다. 이 신화 역시 다른 신화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형태의 문학적 재창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
3장 고통의 신화 p.74

열정(passione)에는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가 ‘동정(compassione)’이라고 부르는 감정도 포함되어 있다. 사랑의 경우에 고통이 타자의 부재와 연관되고 타자의 어두움, 혹은 욕망과 사랑 사이의 경계나 타자와의 관계에 얽매이는 욕망의 고통스러운 한계와 연관되는 반면, 동정의 경우에는 고통이 타자의 현존, 타자의 상처와 연관된다. 동정은 타자의 고통을 나누어 갖고 타자와 함께 겪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4장 마치 사랑인 듯 p.84

하나의 감정이 동정으로 발전하는 방식과 양상은 본질적으로 고통을 관찰하는 이의 방식과 일치한다. 그런 식으로 관찰자는 일종의 현기증에 사로잡히고, 이 현기증이 그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면의 울타리 밖으로 내던지면서 타자의 몸과 정신이 머무는 곳으로 데려간다. 이 전이 속에서 그는 일종의 소속감과 고통의 대체 가능성, 입장 교환의 가능성을 경험한다. 바로 ‘생명’에 타자와 ‘함께’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의 발견, 생명뿐만 아니라 생명의 유한성과 비참한 현실에도 ‘함께’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의 발견이 스스로에 대해 질문을 던지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5장 동정의 시학 p.137

독자와 관찰자에게 동정의 형태와 방식을 점차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변신의 본능이다. 동정의 형태는 놀라움에서 침묵으로, 침묵에서 눈물로 이어진다. 이 모두가 동정의 다양한 얼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카프카가 위대한 문학 작품의 냉철한 구도를 통해 보여주었듯이, 변신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 속에 잠들어 있는 잔인함의 냉기를 폭발시킬 수 있다.
6장 변신 p.142

벵골 만의 칼링가를 정복하는 도중에 벌어진 대학살 사건에 대한 뼈저린 죄책감에서 시작된 왕의 깨달음이 이 가르침의 토대를 이룬다. 가르침의 본질은 흔히 ‘동정의 의례’라는 표현으로 함축되는 친절, 관대, 관용 같은 몇몇 덕목을 실행에 옮기는 데 있다. 가장 많이 권고되는 것들 중 하나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심’이다.
7장 히말라야, 혹은 동방의 동정 p.158

유한성이라는 폐쇄된 영역에서 멀리 하늘나라라는 하나의 신기루가 떠오른다. 이 하늘나라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동정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빛의 형상이거나, 아니면 감정이 메마른 인간, 혹은 타자의 상처를 감싸 안지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을 방문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바람이다. 동정이란 감정도 이 바람과 함께 솟아난다. 그러나 이 바람은 이름과 형체를 가진 신이거나, 땅을 감싸는 대기와 우리의 생각 속에서 돌아다니는 한낱 유령일 뿐이다. 인간의 말은 기도의 형태로 높은 곳을 향해 솟아오른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구원의 길이다. 그리고 이 길을 열린 채로 유지해온 것이 바로 종교와 신화라고 할 수 있다.
8장 신이 인간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면 p.167

“동정은 우리가 우리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일어난 불행에 대한 생각이 동반되는 슬픔이다.” ‘우리’는 우리와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우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내면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더 많은 사람들을 포함할 수 있다. ‘유사성’의 영역에 사실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포함될 수 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불행은 우리가 우리와 비슷하다고 상상하는 누군가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 친구, 연인 같은 누군가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9장 영웅의 눈물 p.188

인간의 본성을 구축하는 동시에 동정의 기초가 되면서 동정을 어떤 식으로든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조건들이 존재한다. 이 조건들을 우리는 ‘공감’, ‘유사성’,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 세 가지가 바로 우리가 동정이라고 부르는 감정이 숨쉬기 시작하는 공간을 구축하는 요소들이다.
10장 동정에 대한 앎 p.202

식물들의 세계로 확장된 고통의 이미지 속에서 레오파르디가 발견하는 것은 바로 동정이라는 감정의 기초와 긴장감이다. 그것은 곧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 간의 근접성에 대한 인식, 우리 모두가 삶인 동시에 죽음인 자연에, 개화인 동시에 노화, 아름다움인 동시에 고통인 자연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다.
11장 동물의 고통 p.268

동정의 의미는 동정의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 의미에 의해 구축될 뿐, 동정의 개념은 동정의 주체가 타자의 고통을 느끼는 순간과 과정 밖에서 모든 형이상학적 구도와 가치를 상실한다. 공감되는 고통의 영역 바깥에서 동정은‘나’의 것도, ‘타자’의 것도, ‘신’의 것도,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정을 둘러싼 모든 모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정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결정하는 ‘나’의 정제된 판단력이다.
_옮긴이의 말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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