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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시의 모야 12
신기한 구슬 16
애벌레들의 도시 20
추격자 28
좁은 틈은 게걸음으로 36
소소한 창고 44
선택 54
오래된 전파상 64
모야의 의자 72
저자 소개
저자 : 윤경
숲이 보이는 책상에서 글을 씁니다. 쓴 책으로 동화 『달 도둑 두두 씨 이야기』, 『숲속의 꼴깍꼴깍 파티』, 『용감한 이별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림 : 산호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상상을 눈앞에 옮기고 싶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오늘도 언덕이 보이는 작은 방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비와 유영(지역의 사생활 99)』, 「완벽한 사랑 편지(『이 편지가 도착하면은』에 수록)」,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 『유리병 속의 나나니』 등이 있습니다.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으로 2022 대한민국콘텐츠대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비와 유영(지역의 사생활 99)』으로 2021 오늘의 우리만화상,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로 제11회 SF어워드 출판만화·웹툰 부문 우수상, 2024 올해의 여성만화가작품상, 2025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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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바보 같은 정답 대신
나만의 질문을 시작할 거야

똑같은 헬멧을 쓰고 똑같이 움직이는 달도시 사람들은 마치 애벌레가 고치를 뒤집어쓴 채 바깥세상을 잊고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헬멧은 세상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볼 필요도, 도시의 진짜 색깔을 볼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눈앞의 풍경은 물론 인간 관계마저 기술이 제시하는 정보에 따르고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 갑니다. 모야 역시 최고의 깜깜헬멧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모의 기대를 이루는 것이 가장 올바른 삶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인공 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제시하는 정보에 매몰되어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 다채로운 개성과 색깔을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비춰 줍니다.
그러나 뜻밖의 순간, 모야는 헬멧을 벗어던지면서 진짜 세상에 눈뜰 기회를 얻습니다. 벼리와 함께 도시 곳곳을 누비며 처음으로 자신의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오래된 골목, 전파상, 버려진 물건들,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데이터가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만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질문을 품고, 스스로 꿈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를 꿈꾸게 됩니다. 헬멧이 고장 나 도움받을 곳 하나 없이 홀로 서게 되는 모야의 하루는 역설적이게도 모야가 처음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기 시작하는 하루가 된 것입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만큼 중요한 것, 가상과 현실이 뒤섞일 때 우리가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질문하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난 나를 잘 모르겠어.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전에 엄마 아빠가 먼저 답을 찾아 줬으니까. 그 답은 내가 찾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훌륭했어. 그래서 난 질문할 필요도, 답을 찾을 필요도 없어졌어. 그냥 따르기만 하면 그게 옳았으니까.“_50쪽

좁은 틈을 게걸음으로 통과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지

추격자들에게 쫓기던 모야와 벼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릅니다. 둘은 벽처럼 완전히 막힌 줄 알았던 곳에서 게걸음으로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틈을 발견합니다. 모야는 몸을 틀고, 조금씩, 불편하게, 조심스럽게 틈 속을 나아갑니다. 그리고 여태 가 보지 않은 길을 만납니다. ‘좁은 틈’은 막다른 길이라고 지나치는 곳, 모두가 위험하다고 외면하는 곳,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세상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 보이는 곳입니다. ‘게걸음’은 앞으로 곧고 편하게 걷는 대신 자존심을 접고, 속도를 늦추고, 익숙한 방식을 내려놓고, 몸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걸음입니다.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길을 선택하고, 위험을 피하며,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찾습니다. 반면 아이들은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길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혹시 저 안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상상 너머로 나아갑니다. 『좁은 틈은 게걸음으로』는 앞으로만 향하던 몸을 옆으로 돌려 보는 일, 당연하다고 믿었던 생각을 의심하며 자신의 질문을 믿어 보는 마음, 아직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향해 작은 방향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꿈과 삶을 만나는 첫걸음임을 보여 줍니다. 앞으로만 걸어서는 지나갈 수 없는 길도 있고, 몸을 틀어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도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오늘 우리가 지나온 길을 떠올려 봐. 벽으로 꽉 막힌 곳에도 틈이 있었지. 좁은 틈이었지만 게걸음으로 영차영차 지나왔잖아.” _ 본문 77쪽

모든 색을 다 섞어 버리면 검은색이 돼
빨간색 모야의 의자에서 알록달록한 모야의 지도를 펼쳐 봐

모야의 이름은 행방불명된 이모의 이름과 같습니다. 모야 이모는 촉망받는 깜깜헬멧 과학자였지만 무채색의 달도시를 떠나 새로운 곳을 탐험하러 떠났습니다. 부모님은 모야 이모를 집안의 부끄러움으로 여깁니다. 모야에게 같은 이름을 지어 이모의 오명을 빛나는 성공으로 덮어 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모가 남긴 자유와 도전의 흔적들은 오히려 모야를 진짜 세상으로 이끄는 계기가 됩니다. 모야는 아날로그 공간에 남은 이모의 물건들을 따라가며 같은 것을 깨달아 갑니다. 소소한 창고에 버려진 물건 중에는 다채로운 세상을 향한 자신만의 탐험을 기록한 모야의 지도가 있습니다. 퇴색한 도시에 유일하게 선명한 빨간색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야의 의자에서는 홀로그램이 아닌 실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납니다. 모야가 간직하던 구슬이 모야 이모의 목걸이와 만나 나침반으로 다시 완성되는 순간 모야의 결심도 분명해집니다.
모야가 헬멧 속 세상에서 벗어나 처음 느낀 것도 벼리의 손이 따뜻하고 말랑하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진짜 물건들의 온기, 서로의 눈을 맞추며 나누는 우정은 잿빛 달도시를 알록달록한 색채로 물들입니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 시간이 켜켜이 스며든 물건들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위험 앞에서 길을 밝혀 주며,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줍니다. 화면 속 정보가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감촉과 사람의 마음이 담긴 기억이 모야를 성장시키는 힘이 됩니다.

"색깔은 모두 달라서 아름다워요. 그런데 색들을 다 섞어 버리면 남는 건 검은색뿐이죠. 그건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에요. 전 세상을 여행하며 찾아내고 싶어요. 아름다운 색으로 물든 특별한 장소를요."_73쪽

현실과 상상이 맞닿은 경계 위에
선명한 대비로 드러내는 메시지

윤경 작가의 글은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 위에 오늘의 고민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개고, 낯선 세계를 통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비춰 줍니다. 편리함이 때로 다양성을 지워 버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헬멧’이라는 상징에 담고 '좁은 틈'과 '게걸음'이라는 발랄한 은유로 주제를 전달합니다. 강가의 빨간 의자, 소소한 창고의 알록달록한 물건들, 벼리의 새하얀 머리카락과 보랏빛 눈동자 등 획일화된 도시 뒤편에 숨겨진 다채로운 색깔들을 드러내어 몰개성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고유함을 그려 내기도 했습니다. 추격 장면에서는 속도감과 긴박함을, 골목과 전파상에서는 호기심과 설렘을, 마지막 장면에서는 넓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며 다채로운 모험의 국면을 모두 맛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산호 작가의 그림은 미래 도시의 차가운 분위기와 아이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공간을 대비시키며 이야기의 긴장감과 온기를 동시에 담아냅니다. 반듯하고 규격화된 달도시의 효율적인 일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아이들이 발견하는 좁은 골목과 틈새 공간은 자유로운 선과 다채로운 색으로 펼쳐 냅니다. 특히 인물들의 움직임과 상황을 강렬하게 포착하고 역동적인 구도에 담아 모야와 벼리의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만화적인 연출로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별함은 스스로 찾을 것, 누구도 대신 찾아 줄 수 없다.’ 이게 모야 의자의 법칙이니까."_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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