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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

모든 프로젝트는 ‘기획’부터 - ‘흰 꽃’ 피우는 식물을 심는다고 ‘화이트가든’이 되지는 않는다
모아 심어도 탈, 흩어 심어도 탈 - 식물과 정원의 속성을 알아 간다는 것
배초향도 다 같은 배초향이 아니다 - 야생에서 자라나는 식물과 정원용 원예종은 다르다
‘지름신’ 피트 아우돌프의 강림 - 정원, 행복한 도전이 이어지는 곳
정원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 초보 정원사들이 하기 쉬운 실수
정원은 가을에 시작한다 - 가을에 준비하면 내년이 수월진다
겨울 정원에 변덕을 부리는 중 - 겨울 정원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담겨야 할까
조생·중생·만생종, 귤이 아니라 튤립 이야기 - 품종에 따라 개화 시기가 다르다
큰 나무를 옮기는 어리석음에 관하여 - 욕심을 버리고 작은 나무부터
관목에 대한 두 가지 단상(斷想) - 수국이 던진 숙제, 명자꽃이 주는 그리움
10년 실패를 발판 삼아 추천하는 ‘봄꽃 베스트 10’
손 안 가고 오래 피는 ‘여름꽃 베스트 10’
저무는 정원을 밝히는 ‘가을꽃 베스트 10’
우리 집 마당 수난사 - 가드닝의 지름길은 없다
정원에는 꽃과 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 에지와 셰드의 효용에 관하여
상추도 물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 - 텃밭정원 가꾸기도 농사인지라
유실수는 정원수가 아니다 - 나는 왜 어떤 나무를 심으려 하는가
닭 키우기마저도 ‘산 교육’ - ‘동물 키우기’ 로망은 실현될 수 있을까
나의 시행착오는 아직도 진행 중 - 식물보다 흙이 먼저
자연 속에서 사는 일도 연습이 필요하다 - 전원생활은 진화 중
퇴비, 거름, 비료, 유박, 어디에 어떻게? - 비료보다 퇴비와 친하게 지낼 것
실패가 키운 나의 정원, 정원이 키운 나 - 가드너란 식물이 순리대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사람

글을 맺으며
저자 소개
저자 : 김경희
인제 찍박골정원의 정원사다. 〈행복이 가득한 집〉 가드닝 클래스를 비롯해 여러 정원 가꾸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찍박골정원 - 신나는 실패가 키운 나의 정원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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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원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좌충우돌 가드닝 경험담

저자는 리모델링까지 마친 서울의 아파트로 이사한 지 6개월 만에 미련 없이 도시의 삶을 뒤로 하고 강원도 인제 찍박골로 향했다. 그리고 우연히 영국 가든 투어를 떠났다가 큰 충격을 받은 이후, 새롭게 터 잡은 찍박골에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몸으로 부딪히며 숱한 ‘실패’를 경험한다. 《찍박골정원》에는 초보 정원사가 10년에 걸쳐 찍박골에 아홉 개의 콘셉트로 정원을 조성하며 겪었던 소중한 실패, ‘발로 배운 가드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정원과 식물에 ‘진심’인 사람들에게 호미질하고, 삽질하고, 발품 팔고, 필요한 책을 뒤져 하나씩 모은 지식을 솔직하게, 무게 잡지 않고, 누군가와 키득거리며 수다를 떨듯이 신나게 풀어놓는다. 가드닝 초심자들이 그러하듯 좋아하는 식물을 무턱대고 심었다가 죽이거나 다시 뽑아내는 일을 반복하면서, 가드닝을 하며 부딪히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와 정보를 구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식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식물을 품는 땅의 속성은 어떤지 이해하면서 정원을 만들어나간다. 특히 다른 곳보다 추운 인제 찍박골에서 경험한 가드닝 이야기는 가드너가 식물이 자랄 환경을 먼저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정원이 우리 모두로부터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기를 바라며”

책에는 초보 정원사들이 거쳐 가는 공통된 실수에 관한 조언은 물론, 10년 실패를 발판 삼아 추천하는 계절별 식물 추천, 원예종과 품종 이해하기, 교목과 관목 키우기, 식물 살 때 주의해야 할 점, 에지(edge)와 셰드(shed) 등 식물 이외에 정원에 필요한 것에 관한 이야기 등 정원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미리 알아 두면 좋을 만한 정보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서는 ‘꽃’이 아니라 ‘흙’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동물 키우기나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산골로 들어와 정원을 만들며 저자가 배운 사실은 식물을 키우는 일에도 ‘역지사지’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진정한 가드너란 식물들이 순리대로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게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던 때도 있었지만, 찍박골정원은 오늘도 그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며, 너그러워지는 법을 가르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정원이 ‘스스로 그러한’ 위대한 자연의 방식을 배우는 곳이며, 희망과 기쁨, 설렘이 있는 정원이 우리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정원을 만든 이후 항상 ‘내년에는’이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내년에는 포기가 많이 커질 거야, 내년에는 땅이 더 좋아질 거야, 내년에는 담장을 넘길 만큼 줄기를 뻗을 거야! 그렇게 말한 ‘내년’이 몇 번 지나고 나면 훌쩍 늙어 있을 텐데. 그래도 내년에는 더 풍성해진 정원을 꿈꾸고, 더 우람해진 나무를 꿈꾸고,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을 만나는 순간을 꿈꾼다.

정원에 식물을 식재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흙을 만드는 일이다. 잡풀을 모두 걷어 내고, 배수를 개선하고, 유기물 퇴비를 섞어서 흙을 만들면 정원 일의 90퍼센트가 끝나는 셈이다. 정원 조성 계획도 없고, 경계도 없고, 흙에 관한 준비도 없이 일단 심는 일부터 시작하면 분명 갈아엎고 싶은 정원이 된다. 협박이 아니라 불행하게도 많은 정원 주인의 경우가 이렇다. 맛집에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것처럼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뿌리가 땅에 온전히 적응해서 겨울을 넘긴 식물들은 잘 숙성된 막걸리처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꽃도 풍성하고, 줄기도 탄탄하고, 성장하는 속도도 빠르다. 가능하면 가을에 식물들을 교체하는 걸로 작전을 바꾸었다. 그래서 정원은 가을에 시작하기로 했다. 점 찍어 둔 식물도 심고, 포기할 식물은 뽑아내고, 나누어 줄 식물도 가을에 분주를 한다. 나무 전지도 하고 풀도 뽑아 준다. 가을 풀매기는 돌아서기가 무섭게 또 풀이 왕성하게 올라오는 여름과는 다르다. 이렇게 하면 내년 봄이 수월해진다. 봄이 수월해지면 여름을 준비할 여유가 생기고, 여름을 잘 넘기면 성숙하게 나이 든 품위 있는 가을 정원을 맞이할 수가 있다.

다행스러운 건 정원의 풀이나 나무는 거름을 전혀 주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양분을 주는 일은 좀 더 많은 생산량을 위해, 그리고 식물을 좀 더 빠르고 풍성하게 키우기 위해서다.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분보다는 푹신한 흙을 만드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흙이 좋으면 정원 일도 수월하다. 물도 두 번 줄 걸 한 번만 주어도 되고, 심는 일도 뽑는 일도 수월하다. 흙이 좋으면 풀 뽑는 일도 수월해진다. 토양이 좋으면 어떤 식물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지 않아도 잘 자란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정원은 비료보다는 퇴비와 친하게 지내는 게 ‘남는 장사’다.

식물에게 문제가 생기면 ‘얘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해결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원산지를 고민해 보고, 기후와 토양, 작년의 상황과 다른 점 등 새로운 시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정원에서 절실하게 경험하고 있다. 식물이 말을 안 해 주니 내가 궁리해서 알아내는 수밖에. 지금 거름을 주어야 하는지, 물을 주어야 하는지, 보온이 필요한지 등의 여부는 전적으로 식물의 상태에 달려 있으니까!

인생을 살면서 진정으로 감격스럽고, 행복하고, 기쁨에 겨웠을 때가 몇 번이나 있었을까? 정원은 예상치 못했던 기쁨과 환희, 희망찬 미래로 가득 차 있다. 찬란한 여름을 보내고 차차 퇴색해 가는 단풍의 쓸쓸함에 빠질 새도 없이 다시 튤립, 알리움, 수선화를 심으면서 내년 봄의 감동을 꿈꾼다. 정원에는 항상 미래와 희망과 기쁨과 설렘이 있다. 인생에 이만한 선물이 또 있을까! 분에 넘치는 이런 선물을 받는 나는 정원의 가장 큰 수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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