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이끼와 살아요
우연히 남편이 읽던 책에 소개된 료안지의 명상정원 사진을 보고 교토에 갔다가 녹색 융단처럼 정원을 덮고 있는 이끼에 매료된 저자는 결국 남편과 함께 집에 ‘이끼를 즐기는 집’ ‘선요재(蘚樂齋)’를 만든다. 남편이 친구의 집에서 작은 봉투에 담아 가져온 솔이끼 한 줌이 시작이었다. 책은 경사가 심하고, 커다란 바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돌이 많은 북사면 정원 부지에 이끼정원을 만들기까지, 그동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 놓는다. 이끼를 심고, 이끼를 돌보기 위해 길을 만들고, 잡초를 뽑고, 돌을 놓고, 그늘을 만들어 주면서 지금까지 두 부부가 정성을 기울이며 돌본 선요재에는 현재 20여 종의 이끼가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화려한 꽃이 피는 정원은 아니지만 작디작은 이끼가 주인공인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의 이끼정원만이 줄 수 있는 위로의 힘이 있다고 말한다. 선요재 이끼정원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작지만 생명력 넘치는 이끼에 시선이 머물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이끼를 그려요
이끼는 워낙 작아서 애써 찾아야 하며, 맨눈으로는 형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끼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루페(확대경)는 필수다. 이끼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하더라도 다양한 이끼를 보며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실제 이끼가 사는 곳에 가서 관찰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끼가 어떤 식물인지 공부하면서 도감과 루페를 항상 옆에 끼고 오랜 시간 이끼를 들여다보았다. 책에 이끼 확대 사진을 실을 수도 있었지만, 미술을 전공한 저자는 이끼를 바라보았던 시간과 이끼를 보며 느꼈던 감정까지 담고 싶어서, 오래 바라보며 그 모습을 손으로 다시 옮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형태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독자들도 저자가 느꼈던 그 작은 생명이 뿜어내던 생명력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성을 담아 그린 53종의 이끼마다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 놓았다.
이끼를 배워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육상 식물 중 하나인 이끼. 선태식물인 이끼는 물과 양분을 운반하는 관다발이 없고 포자로 번식한다. 주로 지지(부착)만 담당하는 헛뿌리(rhizoid)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끼의 큰 특징이다. 저자는 이끼라는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을 위해 이끼가 어떤 식물인지, 어떻게 먹고살고 번식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생김새는 어떤 모양인지, 기본적인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 준다. 너무 작아서 눈에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이끼는 도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처음 주변에서 이끼 관찰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관찰 방법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끼와 놀아요
초록은 사람에게 시각적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색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위안을 얻는 이유일 것이다. 다양한 색감의 초록색과 질감으로 편안함을 전하는 이끼는 실내외 플랜테리어 소재로도 많이 활용한다. ‘소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이끼 소재 공예 작업을 하고 있는 저자는 생활 속에서 이끼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간단한 이끼공예 몇 가지를 추천한다. 책상 위의 작은 정원인 ‘이끼 테라리움’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법, 만드는 이의 예술 감각을 뽐낼 수 있는 ‘이끼 액자’ 만드는 방법 등을 만날 수 있다. 책 뒤 부록에는 이끼의 매력에 빠져 매년 교토의 이끼정원을 방문한다는 저자가 추천하는 교토의 아름다운 이끼정원 정보를 실었다. 사이호지, 료안지, 긴카쿠지, 도후쿠지, 즈이호인, 오하라 마을의 사찰 이끼정원 등이 소개되어 있다.
책 속에서
이끼는 직사광선보다는 나무 사이로 한번 걸러진 빛과 그늘을 좋아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는 오후까지 우리는 빛과 그림자를 관찰하곤 해요. 계절과 시각, 나무의 위치와 나뭇가지의 기울기에 따라서 빛과 그림자는 달라지지요. 오직 이끼를 위해 나뭇가지를 인위적으로 자르기도 하고 일부러 늘어지게 해서 키우기도 합니다. 식물의 위치를 옮기거나 없애기도 하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드리울 때 가지가 만드는 그늘 아래 모여 자라고 있는 이끼는 탐스러운 꽃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흙에 유난히 물이 많은 곳도 있습니다. 어김없이 우산이끼가 왕성히 번지지요. 우산이끼들의 영역 넓히는 속도는 엄청 빠릅니다. 우산이끼가 세력을 키울 때는 다른 이끼들을 잠식하기 때문에 무조건 빠르게 제거해야 합니다. 이끼도 인간 세상처럼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하고 있어요.
나에게 정원은 이끼를 키우고 작품을 설치하는 실험장이자 스케치북이기도 합니다. 정원 담장에 이끼 벽화를 만들어 키우고 있어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이끼가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를 보기 위해서 돌,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작업합니다. 어떤 재질에서 이끼가 잘 자라는지 관찰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오래도록 이끼를 잘 키우기 위한 실험 작업의 일환이지요.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결코 단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설치하고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일이니까요.
흔히 이끼는 축축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요. 이끼는 습도가 중요한 식물이라 공기 중의 습도가 중요하지만 ‘과습’이라 할 정도로 토양에 물이 많은 것은 이끼에게 좋지 않습니다. 이끼도 초록빛을 띠며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빛이 너무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자라기 힘들며 적당한 빛이 꼭 필요합니다.
삭은 식물의 꽃처럼 이끼의 씨라 할 수 있는 포자를 담는 곳입니다. 이끼의 번식을 위한 특별한 기관이지요. 이끼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으며 비슷해 보이는 이끼라도 삭을 보면 구분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끼의 뿌리는 헛뿌리(rhizoid)라 주로 지지(부착)만 담당합니다. 수분과 무기질은 이끼의 잎과 줄기 표면으로 흡수되지요. 헛뿌리이기 때문에 이끼의 뿌리는 잘라 내도 이끼가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헛뿌리의 특징
을 이용해 이끼공예와 생태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끼는 특별한 영양분을 주거나 복잡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으며 적당한 습도(60퍼센트 이상)와 온도(25도 이하), 햇빛(직사광선은 싫어해요), 바람만으로 충분히 자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식물이 또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이끼정원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끼정원의 주인공인 이끼가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정원 조경 작업을 할 때는 정원의 동서남북 방향, 일조량, 그늘과 바람 등 식재 조건을 세심히 살핀 후에 이끼와 식물을 심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