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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닫힌 공간
2 우연이라 하기엔
3 모두 동일한 차종에서
4 죽음을 설계한 자
5 그런데, 왜
저자 소개
저자 : 황정은
《가나다 살인사건》으로 2020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추리소설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023), 장편 추리소설 《살인 오마카세》(2025), 《개구리 정원의 살인》(2026)을 출간했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보여 준 공정한 추리와 치밀한 퍼즐의 미학,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응시한 인간 심연의 어둠을 지향한다. 논리와 심리가 공존하는 미스터리를 쓰는 것이 목표다.
현재 경장편 두 편을 묶은 차기 작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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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밀실이 된 자동차, 반복되는 죽음
그리고 하나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차 안에서 잠든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 간다. 모두 같은 차종, 같은 밀폐된 공간. 그리고 누구도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서로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배우자를 잃은 남편, 아내를 잃은 남자, 불륜을 의심받는 아내…. 용의자는 각 사건마다 존재했지만, 네 건의 죽음을 하나로 설명할 단 하나의 동기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사고인가, 살인인가? 『배가본드 X 밀실의 죽음』은 이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지만, 독자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범인을 숨기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용의자는 처음부터 독자의 눈앞에 존재한다. 그러나 각각의 사건에는 모두 다른 동기가 존재하고, 그 동기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독자는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왜 같은 방식의 살인이 반복되는가’를 끊임없이 추적하게 된다.
차량이라는 밀실, 질소라는 보이지 않는 살인 도구, 차박이라는 현대적 공간을 결합한 설정은 현실성과 긴장감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단순한 트릭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완벽을 추구하는 집착, 가정을 지키려는 왜곡된 신념, 인간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심리까지. 범죄는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는 순간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범인의 얼굴보다 먼저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차박할 때 편안한 휴식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므로 요즘 웬만한 SUV는 풀플랫이 가능하지만, 성능 비교를 해 보니 배가본드 X가 단연 으뜸이었다. 차 안에서 허리를 곧게 펼 수 있는 넉넉한 헤드룸을 보면 캠핑족을 위한 진짜 설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참신한 편의 기능까지 추가해 실용을 따지는 젊은 고객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또한 흙먼지를 품은 듯한 정통 오프로드 감성의 외관으로, 진짜 캠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각진 보닛과 굵직한 휠 아치, 전통적인 4륜 SUV의 외형은 한적한 숲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캠퍼들의 아득한 그리움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차에 대한 지식만큼은 전문가 못지않은 동료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자, 그는 엄지를 흔들며 탁월한 선택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뛰어나고, 데일리카와 캠핑카 두 가지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가본드 X는 충돌 안전성을 높이고 첨단 안전장치를 탑재해 차박 캠핑에 최적화된 차량이라는 설명이었다.
쉰일곱의 성준현은 삶의 두 번째 장에서 눈부신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는 시누와(Sinuwa) 출신의 서른일곱 살 아내 리나 마에린(Lina Maerin)에게 푹 빠진 상태였다. 그저 푹 빠진 정도가 아니라 그녀에게 어떤 보상을 해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큰 도움을 받았다. 리나는 그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1년여 전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그는 현재 큰 문제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9~10쪽)

겉으로는 절도 있고 슬픔을 눌러 담은 유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묘한 단절감이 느껴졌다. 이 남자는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긴 한 걸까? 아니, 너무 차분해. 흔들림이 없다. 인간적으로 무너지는 기색이 전혀 없어.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저 정도 침착함이라니,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감정일까?
살인은 흔적을 남긴다. 완전범죄란 없다. 만약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아직 못 본 것뿐이겠지. 그리고 그 흔적은……, 아마 저 남자의 그림자에 붙어 있을 거다.
홍 형사는 범인의 심리에 몰입해 살인의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술에 취해 깊이 잠든 아내, 곯아떨어져 아무것도 모른 채 코를 고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편. 그 옆에 눕고 싶지 않은 심리라면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게 더 간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흔적이 남지 않으려면 칼이나 둔기는 제외다.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숨을 끊는 방법이라면 결국 질식밖에 없다. 베개로 눌렀을까,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을까, 아니면 다른 도구를 썼을까.
문제는 그 방식들이 생각보다 많은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멍, 손톱자국, 눈 결막의 점상 출혈……. 그는 계획적으로 아내를 죽일 만큼 치밀했을까, 아니면 우발적인 충동에 휘둘린 걸까. 홍 형사는 팔짱을 낀 채 어둑한 사무실 창밖을 응시했다.
‘질식……. 흔적 없는 질식이라.’ (140~141쪽)

그는 ‘완벽주의’라는 단어 밑에 선을 하나 더 그었다. 단순한 성격 특성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반복됐다.
기준, 통제, 수정.
정 과장의 증언은 그 세 단어로 수렴됐다. 그는 수첩 한쪽에 작게 적었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 발생 시, 윤재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홍 형사는 수첩을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 질서를 되찾으려는 집요함은 미덕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강박으로 변하는 순간, 사람은 목적이 아니라 장애물이 된다. 윤재국은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마음속에서 용의자의 이름에 조용히 표시를 남겼다. 증거는 없지만, 사건의 윤곽은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윤재국이 범인이라면, 석류도, 명천 사건과의 연관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방향은 잡혔지만, 그 끝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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