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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1부 클로즈업

거울
클로즈업 Ⅰ
클로즈업 Ⅱ
두만강 푸른 물에
환상적인 풍경
꽃제비 Ⅰ
꽃제비 Ⅱ
金山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running on faith
오래된 사랑
고흐의 초상 Ⅰ
고흐의 초상 Ⅱ
보르헤스적인 시선에서 풀려나온 빈센트 반 고흐의 독백
테오
고흐의 자화상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Ⅰ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Ⅱ
다시 카프카
카프카의 시선
관계

2부 강의 이중주

강(江)의 이중주(二重奏)
여주의 가을밤
시인, 플라톤풍의
시인 Ⅰ
시인 Ⅱ
동시통역
변주(變奏)
여름
사진
평생이던 사랑을 위한 비문
눈 감으면 모를까
길 위에서
인연(因緣)
시간의 뜰
다시 봄
늦봄
언제부터일까
자연은
여름밤
소녀상
초겨울
유리의 안과 밖
글라디올러스의 여름
거울 속의 金洙暎 Ⅰ
거울 속의 金洙暎 Ⅱ
지오르다노 브루노
詩人
이별 후에도
심장 속에서 한 풍경이 흔들린다
사랑, 돌아서면 잊힐까

3부 교토의 저녁

하얼빈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교토의 저녁
시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류노스케와 지옥변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전혜린
이덕희
시인 진이정 Ⅰ
시인 진이정 Ⅱ
시인 진이정 Ⅲ
진이정을 위한 에피타프(Epitaph, 碑銘)
시인 김이듬
시인 허수경

4부 봄의 그늘

시적인 진실과 사실
밤하늘의 별을 따다 너에게 줄게
상징과 아이러니 사이에서
밤을 그리는 봄
소박한 풍경 Ⅰ
소박한 풍경 Ⅱ
어부
어부의 꿈
詩
농부
그 농부
플라이 낚시(fly-fishing)
입춘
말의 경제에 탐닉하는 시
세계는
낮에 나온 반달
전진
또 전진
아기는 지금
사랑으로
봄의 그늘
프란치스코 교황
붓꽃
수국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맺음말
저자 소개
저자 : 황명현
1954년 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대문구 충정로 3가 370번지, 지금도 세밀한 풍경과 동네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유년기 우주의, 선연한 배경이다. 생애를 흘러온 삶의 궤적은 詩 속에 묻혀 있고 詩 속에서 움직인다. 50세 이후 금산에서 마을을 지키며 가꾸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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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삶을 지나 다시 시인에게로 돌아오는 길
역사와 사랑, 죽음과 자연을 통과하며 ‘시인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사유의 기록

『시인, 플라톤풍의』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세계 속에서 시인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시집이다. 북한의 기아와 분단, 세월호와 전쟁 같은 현실부터 고흐와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랭보, 김수영과 진이정에 이르는 예술가들의 삶, 한 사람을 향한 사랑과 이별, 계절과 꽃과 새의 움직임까지 서로 다른 풍경이 한 권 안에서 만나고 흩어진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시’가 있다. 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복제에 머물지 않고, 한 인간의 감정에 깊숙이 침투하면서도 그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확보하려 한다. 시인은 이러한 긴장 속에서 자신의 언어와 삶을 끊임없이 점검한다. 『시인, 플라톤풍의』는 결국 한 시인이 오랜 시간 세계와 자신 사이를 오가며 시의 의미와 시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무게를 탐색한 기록이다.

세계를 외면하지 않는 시인의 시선

이 시집에서 시인의 시선은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두만강 푸른 물에」와 「꽃제비」 연작에서는 북한의 기아와 탈북민의 현실을 바라보고, 「시간의 뜰」과 「다시 봄」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고통과 무력감을 되새긴다. 최근작 「전진」과 「또 전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의 현실까지 시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 시대와 사건은 달라져도 그 밑바닥에 놓인 질문은 비슷하다. 한 인간의 생명이 거대한 이념과 체제, 역사와 전쟁 속에서 어떻게 소모되는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과연 무관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시인은 현실을 관조하는 위치에 안전하게 머무르기보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시인, 플라톤풍의』가 현실 참여적인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참혹한 현실의 곁에는 언제나 꽃과 새, 햇살과 강물 같은 자연의 이미지가 함께 놓인다.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과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교차하고, 침몰한 봄의 기억 곁에서 꽃양귀비가 피어나며, 전쟁의 소식 뒤로 늦가을의 석양이 흐른다. 아름다움과 고통이 하나의 세계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시집 전반에 지속적인 긴장을 만든다. 이러한 병치는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오히려 세계의 모순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시인에게 시란 현실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는 언어가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감정과 사물을 한곳에 세워 놓고 그 사이에서 진실을 탐색하는 행위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은 곧 자신의 위치와 책임을 되묻는 일이 된다.

시인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시로 만드는가

『시인, 플라톤풍의』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시인과 예술가의 삶에 대한 탐구다. 고흐와 카프카, 라이너 쿤체와 김수영, 랭보와 진이정, 허수경 등 수많은 예술가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찬사의 대상이 아니다. 시인은 그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고, 삶과 예술 사이에서 어떤 긴장과 고독을 견뎌야 했는지를 집요하게 바라본다. 특히 카프카에게 문학과 삶이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능성이었던 것처럼, 진이정에게 시와 생명이 끝내 분리되지 않았던 것처럼, 예술은 때로 한 인간을 구원하면서 동시에 소진시키는 힘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좋은 시란 무엇인가’보다 한층 근원적이다. 작품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그리고 시는 과연 시인을 구원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표제작 「시인, 플라톤풍의」는 이러한 문제를 개체와 보편의 관계로 확장한다. 하나의 시인이 고유한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인’이라는 더 큰 존재의 의미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 고민은 시집 곳곳에서 변주된다. 한편으로 시인은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누구보다 깊숙이 들어가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으로부터 멀어져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한다. 「자연은」에서 시인은 시가 현실성을 얻으려면 자아와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시는 자기 고백이면서 동시에 자기 객관화이고, 몰입이면서 동시에 이탈이다. 이 긴장 속에서 사랑과 이별, 죽음과 노화, 자연과 기억 같은 개인적인 경험도 한 사람만의 사연을 넘어 보편적인 감각으로 확장된다. 『시인, 플라톤풍의』가 그리고 있는 시인은 세계를 대신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와 자기 자신 사이의 간극을 끊임없이 오가며 그곳에서 언어를 길어 올리는 사람이다.

『시인, 플라톤풍의』의 후반으로 갈수록 거대한 역사와 예술가들의 생애를 향했던 시선은 점차 가까운 자연과 일상의 생명으로 돌아온다. 농부와 어부, 목련과 붓꽃, 수국, 갓 태어난 아기의 호흡까지 시의 대상이 된다. 이 변화는 세계에 대한 관심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생명의 미세한 움직임 안에서도 세계 전체를 발견하려는 시선에 가깝다. 시집의 맺음말에서 시인은 서로 다른 시행들을 다시 불러내어 자유롭게 충돌시키며 스스로 ‘변방을 지원한 아웃사이더의 자유’를 되새긴다. 결국 이 책에서 시인이 된다는 것은 어느 하나의 사상이나 형식 안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현실과 이상, 사랑과 이별, 생과 죽음, 개인과 역사 사이를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자신의 언어를 갱신하는 일이다. 그렇게 『시인, 플라톤풍의』는 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한 사람이 끝까지 자기 삶을 바라보고 그것을 언어로 견뎌내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책 속에서

고통은 이 세계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이윽고
그림자처럼 떠오르는
선율에 실려
슬픔이 흐르기 시작했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부분.

종(種)으로서의 詩人에
그 개체성의 목소리가
합류할 때만이
그는 생명의 고유한
정체성을 얻는다

아슬아슬한 파국처럼

다시
유리의 표면에서
혈흔처럼 번지는
변증법적 긴장
---「시인, 플라톤풍의」 전문.

남겨진 당신을 위해
온순한 고래상어는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뱃속에서
알을 보호했어요
---「이별 후에도」 부분.

세계는 진정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유감스럽게도 세계는 사랑으로 근근이 유지되지요
사랑하는 깊이만큼 자아는 확장됩니다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희롱하는 바람과
더불어 예민해진 세계도 표정을 드러내지요
지구의 내일까지 생각합니다
우주적인 호흡으로 날아드는 별빛도
명멸하는 좌표를 살다 간 생명들의
의지의 영원성에 대응하는 꿈이지요
---「상징과 아이러니 사이에서」 부분.

선연한 꿈처럼
관악기 소리
햇살 속으로 가득 기울던
봄의 그늘 흔들릴 때
애타도록

아득히 서려 있는 너의 표정

다시 나를 만난다.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없었다.
---「봄의 그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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