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시한부 스릴러 로맨스, 살인으로 연대하며 사랑을 증명하다.”
『과감한 행복』은 죽음을 선고받은 한 남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인간 청소'라는 이름의 살인으로 채워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구정하, 심희연, 그리고 범인을 쫓는 형사 김진수, 마지막 표적이 되는 출소범 최병수까지 네 사람의 1인칭 시점을 짧은 간격으로 교차시키며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립합니다. 같은 장면도 인물의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과 계산으로 다시 쓰이면서, 살인자의 내밀한 논리와 그를 쫓는(혹은 감싸는) 형사의 감각과 감정을 동시에 오가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작가는 보육원 출신 시한부 응급실 인턴, 가족을 잃은 여형사, 오랜 짝사랑을 품은 남형사, 그리고 17년 만에 출소한 살인범까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서 밀려난 인물들을 정교하게 세공해 냅니다. 인물들이 되풀이하는 '더하기 빼기'의 화법, 즉 불행과 행운, 죽음과 삶을 저울질하는 태도는 이 소설을 단순한 복수극이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소외당한 현실에서 서로 연대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존재와 사랑을 증명하는 이야기로 읽히게 합니다.
99m 시리즈 : 우리가 쓴 이야기, 당신이 완성할 시간(minutes)과 거리(meters)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때로는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딘가에 묻히곤 합니다. 애니메이션 작가의 스케치북 한 귀퉁이에, 영화감독이 몇 번이고 고쳐 쓰다 서랍 속에 넣어둔 시나리오 속에, PD의 기획안 파일 속에, 배우가 대사를 곱씹으며 밑줄 그은 낡은 대본 속에, 그리고 작가가 언젠가 완성하리라 다짐하며 적어둔 오랜 메모 속에……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태어났지만, 정작 프레임 안에는 오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99m 시리즈는 바로 그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세상과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스크린에 담기지 못한 이야기, 혹은 그 너머의 숨겨진 서사를 '소설'이라는 또 다른 그릇에 담아 완성합니다.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러닝타임과 상관없이 가슴 깊이 남는 여운이 있습니다. 99m 시리즈가 지향하는 것 역시 바로 그 밀도 높은 몰입의 감각입니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듯 숨 막히게 몰입하는 99분(minutes), 그것이 ‘99m’이 품은 첫 번째 의미입니다.
그리고 남은 1m. 아무리 뛰어난 이야기라도 그 마지막 순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입니다. 작가와 편집자가 정성껏 다듬어 올린 99m의 이야기 위에, 읽는 이의 상상과 해석이 더해지는 마지막 1미터(meter). 비로소 100m라는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가 되어 세상에 닿게 됩니다. 영상 언어로 태어나 소설로 쓰인 이야기. 그 이야기의 마지막 1m를 채울 준비가 되셨다면, 지금 99m 시리즈의 첫 페이지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책 속으로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과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나,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이대로 그냥 죽어? 태어나서 버려지고 부모 없는 애 소리 듣지 않으려고 피 터지게 공부하고 죽은 듯이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겨우 자립해서 의대까지 들어가고 돈도 모으고 있는데. 가끔 고백하는 여자애들도 거절하고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고 살았는데. 나쁜 짓 한 번 안 하고 나를 무시하던 사람들한테 복수 한 번 못 하고 이렇게?
---「구정하의」말 중에서
아직까지 큰 위기 없이 네 번의 살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성 덕분이었다. 마지막까지 나의 소신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재판을 받으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희연과 함께 보내고 싶었다.
---「구정하의」말 중에서
불안한 몸짓이나 눈빛으로 인한 추측과는 다른 어떤 영감, 느낌적인 느낌, 식스센스, 촉, 초능력. 이런 단어들로 표현해 볼까. 이 확신을 다시 한번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그 싸늘한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나는 경찰이 되어야만 했다.
---「심희연의」말 중에서
나는 그에게 흥미가 생겼다.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나와 같은 촉일 수도 있을까. 어쨌든 지금까지 싸늘한 기분을 느꼈던 여타의 살인범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심희연의」말 중에서
좋아하는 여자의 남자 친구를 미행하는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 나의 행동에 갑자기 정신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건 살인범일 수 있는 남자를 미행하는 형사의 행위라고 계속 합리화했다.
---「김진수의」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