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쓰러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사람, 모옌
우리는 모옌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중국 문학의 거장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그 화려한 수식어들 뒤에 가려져 있던, 가장 인간적인 모옌의 얼굴을 담고 있다.
“나는 글을 써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쓰러지지 않기 위해 씁니다.” 이 짧은 한마디에 모옌이라는 작가의 본질이 담겨 있다. 그는 웅변하지 않고, 철학처럼 고고하지도 않다. 성공보다 실패에, 극복보다 버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그는 숨기지 않다. 거위 한 마리를 훔치다 들킬까 조마조마했던 밤, “상을 받으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아버지의 낮은 목소리, 굶주림에 굴복했던 부끄러운 기억까지도 담담히 꺼내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 비루한 기억들이야말로 상상력의 뿌리였고, 문장의 토대였으며, 작가로서의 생존이자 자존이었다고. ‘쓰러지지 않는다’는 건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다시 일어서는 일을 멈추지 않는 태도임을, 모옌은 자신의 삶으로 조용히 증명해 보인다.
그의 문장은 낮고 부드럽지만, 쇠처럼 강하며 바람처럼 오래 남는다. 그의 문장에서는 흙냄새가 나고, 그의 시선은 언제나 땅 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있다.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한 작가의 회고록을 넘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응원이다.
웃기고 이상한데, 그래서 더 깊이 뭉클한 이야기
절망을 이야기하면서도 모옌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흙냄새 가득한 농촌의 풍경, 기묘하게 뒤틀린 인물들, 고통을 해학으로 견뎌내는 엉뚱한 상상력. 그의 글에는 비극을 말하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묘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콩깻묵 한 덩이를 위해 짖어야 했던 치욕조차 모옌의 펜을 거치면 피식 웃음을 자아내는 삶의 한 장면이 된다. 기이하지만 외설적이지 않고, 엉뚱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독자를 웃게 하지만 그 웃음 끝에는 언제나 울컥함이 매달려 있다. 이 책은 위대한 작가의 근엄한 자서전이 아니다. 오히려 이상하고 엉뚱하면서도 왠지 정이 가는 ‘동네 아저씨’가 들려주는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따라 낄낄거리다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지고, 결국엔 삶을 다시 긍정하게 된다.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은 묻게 된다.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하는가?”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수레에 실은 풀이 다 날아가도 끝까지 손잡이를 놓지 않던 할아버지의 굽은 등. 모옌은 그 등에서 ‘버티는 삶’의 숭고함을 배웠다. 굶주림 속에서도 노래를 잃지 않았던 어머니에게서는 생의 집념을, 침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에서는 인간의 존엄을 배웠다. 실패하고, 상처받고, 부끄러웠던 순간들이야말로 자신을 지탱해준 진짜 토대였음을 그는 증명해 보인다.
모옌은 묻는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보다 “무엇으로 버틸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않으냐고. 시대의 강풍, 관계의 폭풍, 내면의 소용돌이는 누구에게나 닥친다. 척박한 땅에 뿌리내려 거목으로 자란 모옌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지금 흔들리는 당신의 삶에 가장 든든한 뿌리를 내려주는 일과 같다. 어떤 위로는 말보다 깊고, 어떤 문장은 눈물보다 조용히 사람을 일으킨다.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바로 그런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 질문이 조용히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지금, 당신을 쓰러지지 않게 붙드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