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 짧은 이야기, 깊은 울림
이 책에는 60여 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3~4쪽 분량으로 부담 없이 읽히지만, 한 편 한 편이 인생의 질문을 던진다.
‘나이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으면 나비는 갈 곳을 잃게 된다’, ‘좋은 친구를 얻으면 세상을 얻는 것이다’, ‘상처는 지도다 없애지 말고 읽어라’, ‘고요함이 두렵거든 더 깊이 들어가라’ 등 제목만으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모두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서로 다른 인물들의 고민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독자는 자연스럽게 삶과 감정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 위로보다 깊은 공감, 설교보다 따뜻한 대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설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당신도 이런 마음이었지요?”라고 조용히 묻는다.
그래서 독자는 하루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마주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짧고 간결한 문장 속에는 사랑과 용서, 기다림과 상실, 믿음과 희망 같은 삶의 본질이 담겨 있다. 화려한 수사보다 절제된 문장이 더 큰 울림을 만든다.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난 뒤에도 문장 하나가 오래 마음속에 남아 독자 곁에서 천천히 힘을 발휘하는 책이다.
◆ 일상의 풍경을 통해 인생을 말하는 특별한 동화
이 책은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피자 한 조각, 바람, 햇살, 우체통처럼 누구나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평범한 사물은 하루 씨의 손을 거치며 인생을 비추는 상징으로 바뀐다. 그래서 독자는 특별한 철학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은 장면 하나가 오래된 고민을 풀어주고, 평범한 대화 한마디가 깊은 위로가 되는 것이 이 책만의 매력이다.
◆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어른에게 보내는 한 권의 선물
이 책은 빨리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힘든 날 한 편을 펼쳐 읽고, 다시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또 다른 계절에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 위로보다 공감이 필요한 사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따뜻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책은 인생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있는 조용한 힘을 건네준다. ‘인생은 피자가 다 익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것 아닐까요.’라는 문장처럼, 이 책은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는 모든 어른에게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위로와 희망의 이야기를 선사한다.
책 속으로
하루 씨는 잠시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상하좌우로 목운동을 했다.
그런데 그때 한 젊은이가 하루 씨를 찾아왔다. 그 젊은이는 사랑의 우물에 푹 빠져 있는 상태였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군요?”
하루 씨는 먼저 젊은이에게 말을 건넸다.
젊은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듯 말했다.
“하루 씨, 그걸 어떻게 아세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겐 냄새가 있어요.
바로 심장이 바짝바짝 타는 냄새죠.”
---p.20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에게 길을 보여 주세요.”
“하루야, 어릴 적 길가에 신발을 벗어놓고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맑은 날을 떠올려라.
유년의 기억은 또 다른 형태의 희망이란다.
희망은 만들어져야 한다.
비록 단 한 사람을 위한다 할지라도 희망은 자꾸자꾸 만들어져야 한다.
너의 여분의 희망을 그들에게 보여라.
어쩜 그들은 이미 널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단다.”
하루 씨의 얼굴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내리고 있었다.
눈물 한 방울이 보조개 샘에 머물렀다. 그 눈물방울은 샘 속으로 깊이깊이 스며들었다.
---p.51
“하루 씨, 왜 모든 관은 누워 있는 자세이지?
의자처럼 앉을 수 있는 관을 만들면 안 될까?”
하루 씨도 어둠 속으로 말을 던졌다.
“누워 있는 모양의 관을 만드는 건 당연한 거죠.
누워 있어야 땅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잖아요.”
“왜 그렇지? 죽으면 하늘로 가지 않나?
누워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자세가 하늘로 가기에는 더 수월할 텐데.”
“하늘은 땅 위에 있는 게 아니라 땅 밑에 있답니다.
그러니 누워 있는 게 더 빠르죠.”
---p.81
“여보게. 하루 양반.
당신 말대로 저 산을 뒷걸음질로 올라갔었네. 그런데 그곳엔 ‘죽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네.
답은 도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는 건가?
산중턱인가, 꼭대기인가, 아니면 지구 밖이란 말인가?
괜히 자네 때문에 고생만 했지 뭔가!”
하루 씨는 노인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뒤로 걷기 시작했다.
“자네 지금 왜 그러나?”
“어르신, 죽음은 항상 우리 등 뒤에 있답니다.
등을 앞세우고 정상을 향해 오를 때 분명 어르신께선 산을 내려오는 듯한 착각을 받았을 겁니다. …… 죽음은 가슴과 등짝을 들락거리는 연기와 같죠.
죽음은 단지, 삶을 거꾸로 살아가는 것에 불과하답니다.”
---p.114
“삶과 죽음의 차이는 뭡니까?”
넥타이를 맨 중년 신사가 하루 씨에게 물었다.
“넥타이의 위치랍니다.”
하루 씨는 짧게 대답했다.
“넥타이의 위치라니요? 지금 날 놀리시는 겁니까? 좀 더 신중하게 말씀해 주세요.”
중년 신사는 자신이 무시라도 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루 씨는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건넸다. 그러고는 중년 신사의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삶과 죽음의 차이는 복잡할 게 없답니다.
넥타이 끝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죠.
넥타이 끝이 땅을 향해 있으면 지금처럼 살아있는 것이고 만약 하늘을 향해 있다면 죽은 것이지요. 삶과 죽음은 단지 그 차이랍니다.”
---p.165
여자는 선글라스를 살짝 올려 눈 주위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니에요. 사실은 …… 혼자서 먹기가…….”
하루 씨는 여자 맞은편에 있는 빈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내려놓았다.
“참 잘됐네요. 저도 지금까지 식사를 못 했거든요.
우리 같이 해요. …… 그리고 손님, 이거 하나 명심하세요.
혼자면 어때요?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잠이 오면 자야 해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해요.
의식하지 마세요. 혼자서 밥 먹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답니다.”
---pp.172-172
“하루 씨! 이제 보니 자네는 순전히 엉터리군. 자기의 길도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나?”
그는 계속해서 이기적인 투정을 부렸다.
하루 씨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았다면 이미 저는 그곳에 있을 겁니다.”
하루 씨는 길 건너편에 찬 공기를 헤치고 지나가는 무리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이른 새벽부터 머리에 집채만 한 보따리를 이고 장터로 향하는 저 어머니들을 따라가세요.
그럼 분명 당신이 원하는 천국에 가실 겁니다. 자, 어서요.”
---p.205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오래돼서요.”
“그럼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죠.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남 눈치 보느라 자기 취향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내일은 아무도 만나지 말고 혼자 옷장 앞에 서보세요.
그리고 그냥 손이 가는 걸 입어요. 아무도 볼 사람 없는 날이라고 생각하고요.”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쇼핑백 안에서 새 가방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거 환불해야겠어요.”
하루 씨는 웃음을 참으며 피자를 가지러 갔다. 여자도 피식 웃었다. 오늘 처음으로 자기를 위해 웃는 얼굴이었다.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