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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속삭이는 목소리에 비해 우리는 너무 컸지
어느 누구의 괴담
여름 인사 안부
물큰한 법칙
썸머 노이즈
썸머 노이즈 2
무늬의 규칙
한낮의 커스터드
머무르기
피치 트리
유령 퇴치 금지

2부 천사도 거짓말을 할 줄 안다면
데자뷔
누군가의 양손잡이
무명의 외계인과 당신
실눈을 뜨고 보아야만 하는 천사가 있다
트라거스
휘와 무릎
메이와 데이
슈톨렌
여기까지 장마
체리콕

3부 여름에는 유령 알러지가 있어
귓속말 프로젝트
말고 있었던 주먹이 풀릴 때 끝나는 이야기를
기억하니 숨소리는 간결하고 우리는 간지럽지
날개를 주세요
유령에게
내가 아닌 은이에게
꿈이라서 가능한 것
심부름을 가던 사람은 무서운 것을 모르고
암막 커튼의 경계에서 태어나는 이름에 대해
한여름 거북이 방생 금지
멜티 러브

4부 지킬 수 있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잠수 연습 동아리
비밀은 발생하고 우리는 종종 다시 잠에 들지
이건 약속이야
늦은 템포의 발음을 따라 하는 것만이 유일한
베르가못
끝까지 눈을 마주치는
원의 용서
휘청이며 우는 법을 배우고
여름 이해하기 운동
유령 알러지 아카이브
비치 클럽

5부 아주 어리고 여린 복숭아를 먹었을 뿐이에요
숲
더는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 머리 위에서는
영혼론
선데이 모닝
디어 피치

여기까지 비밀로 하자
저자 소개
저자 : 정
여름을 위한, 여름에서의 영원을 위해 시를 쓰고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상처의 안부는 우리로부터 시작되듯이, 머무르다 가는 것들을 오로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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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자주 물렁해져도 좋다고 말하는
멍이 들어 즙이 흘러내리던

복숭아의 부드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무르고도 투명한 마음으로 담아낸
소외된 존재들의 목소리

여름의 감각을 담은 시집 『유령 알러지』가 물큰하고 달큼한 복숭아의 이미지를 더한 『피치 원 바이트』로 새롭게 재출간되었다. 풋풋하면서도 서늘한 정서를 담은 리커버판은 부드럽게 무르며 스며드는 감정의 결을 한층 또렷하게 보여준다.

‘원 바이트(one byte)’는 컴퓨터 메모리에서 한 글자가 차지하는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아주 작은 용량을 가리키는 이 말은 시집 속에서 무르고 투명한 복숭아 한 조각과 겹치며,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들을 상징한다. “작은 점이 된 우리가/마음을 치켜세우고 서 있다/위성이 쳐다봐 줄 때까지”(「여름 인사 안부」) 자기 존재를 포기하지 않으며 삶을 살아내려는 이들의 의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존재의 무게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드러낸다.

시집 속 인물들은 응어리진 마음을 그대로 표출하기보다 울음을 삼키며 살아간다. 개인의 존재감을 쉽게 소거하는 세상에서 감정을 억누른 채 투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이미지를 넘어 가면을 쓴 채 자신의 진실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비추는 은유로 읽힌다.

“오선지 같은 세상에서 잠시 늘어져 있어도 좋아
한 박자씩 밀리는 걸음으로 나아가던 목소리”

‘정상’의 범주를 다시쓰기

이 시집은 ‘정상’이라는 기준이 만들어내는 경계와 질서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정상’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이 깨지기 위해서는 때때로 작은 충격이 필요하다. 이 시집에서 ‘괴담’은 바로 그런 균열의 장치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유령의 이야기로 독자와 거리를 만들며, “유령은 해롭다는 소문을 삼킨 채 우리에게 돌아오지”(「유령 퇴치 금지」)라는 문장처럼 소문을 발화하는 주체로 독자를 세운다. 괴담 속 유령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목소리로 다가온다.

때로 “해피 피치 치유/아무 연관 없는 단어 나열하기”(디어 피치)와 같은 문장들은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 표면적으로 또렷이 적혀 있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문장들은 시집 속 희미한 유령의 모습과 맞닿으며 독자를 잠시 멈춰 세운다. 이러한 언어들은 그 어떤 대상도 쉽게 의미를 규정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나아가 세상을 채우고 있는 커다란 목소리들이 가진 힘을 무력화하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작가는 소외된 존재들의 상처에 집중하며 그들의 아픔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하려 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정상’의 범주를 다시 쓰는 일로 이어진다. “눈이 세 개 달린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내가 이상한 것처럼/나는 어디에서도 정상이 아니야”(「누군가의 양손잡이」) 이 문장은 사회가 만들어온 기준을 조용히 무너뜨리며, 결국 우리가 모두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비어 있는 정원을 볼 때면/꼭 내가 죽인 것만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지”(「디어 피치」) 작가는 외로운 존재들 곁에 가장 가까이서 말의 빈 표면보다 서로의 손을 마주 잡는 감각에 더 가까운 언어로 그들의 울음을 바라본다. “소외되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몇 글자 적어두었던 모든 문장들”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피치 원 바이트』는 읽는 모두의 외로움을 어루만져줄 것이다.

정 작가 인터뷰

▶간단한 자기소개와 이력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를 쓰는 정입니다.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과 『뭇별의 영원으로』를 출간했습니다.

▶ 시집 『유령 알러지』가 리커버 에디션 『피치 원 바이트』로 출간되었습니다. 시집을 새롭게 선보이는 마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유령 알러지』라는 제목보다 조금 더 활기찬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리커버 에디션이지만 저는 이번 제목이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던 여름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말했던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과는 조금 다르게, 이번에는 복숭아 향처럼 은근하게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아무쪼록 그 마음을 잘 담아낼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떤 영감을 통해 이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을까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조금 더 간접적인 마음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 작품을 읽어 주신 분들의 의견을 자주 찾아보거든요.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해 주는 게 아쉬웠다, 조금은 헷갈리게 꾸며진 단어들 같아서 어렵다고 말씀해 주신 부분을 한참 동안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전 작품들에 아쉬움이 상당했으니까요. 모든 말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게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감추면서도 뒤에 오래 머무르는 시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의 구상부터 최종 탈고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 혹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최종 탈고까지 두 달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저는 시를 한 번에 몰아서 쓰는 습관이 있기에 초고는 이 주 정도 힘을 들여 완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편집자님 도움 덕에 탈고도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시를 쓰는 동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을 녹여낼 수 있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누군가를 호명하거나 관계성에 집중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슬픔, 사랑, 돌봄 등의 이야기들을 제 방식으로 정의해 보고 싶었거든요. 아마 그런 과정에서 더 성장하고 즐거웠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또 독자들이 어느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마지막에 수록된 「디어 피치」라는 시를 유심히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에 제가 이번 시집에서 말하고 싶은 것들을 함축하여 담아두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끝말잇기를 하는 부분이나 마지막에 반전으로 숨을 참아내는 화자의 모습이 처음의 따뜻하고 담담해 보이던 분위기를 조금은 다르게 보이게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저는 슬픔이나 삶의 고통을 하나의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무르고 이리저리 구르기도 하지만, 썩지 않는 이상 맛은 달라지지 않거든요. 그렇게 남아 있는 슬픔을 향긋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 시를 통해 그 마음이 전해지기를, 같이 느껴 주시기를 바랍니다.

▶『피치 원 바이트』에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소개해 주세요. 그 이유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아닌 은이에게」라는 시가 있습니다. 여름의 익숙한 이미지부터 캐치볼, 삶에 대한 고통을 담담히 말하고 있는 시거든요. “그런데 은이야 사람은 사람답지 않을 때 가장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고”의 부분이 이 시의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열제’로도 아무런 해결을 할 수 없는, 아직 세상을 몰라서 천진난만한 동생의 모습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슬픔과 고통을 초래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화자는 체념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지개를 떠올리기도 하고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지점들로 아직은 삶에 대해 완전한 절망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완성된 본인의 책을 보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주변분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조금 더 고쳐 볼걸, 하는 후회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직접 책으로 보니까 화면으로 보았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 부분에 다른 문장을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도 가끔 서점에서 제 책을 마주하면, 있는 게 낯부끄러우면서도 마냥 기분이 좋고 신기합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다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지인들이 SNS나 서점에서 이 책을 골랐다고 알려주었을 때, 제 작품이라고 슬쩍 말해 주면 신기해하는 반응이 좋았어요. 보통 제가 굳이 먼저 말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제 주변에 읽고 있었던 분들이 많아서 저도 모르게 자랑하고 싶었던 날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한마디 혹은 『피치 원 바이트』를 읽을 독자분들께 인사를 건네주세요.
소외된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문장들이 하나의 책으로 엮어지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겪는 슬픔이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니면 어떡하지? 혹은 내가 아무렇지 않게 써 둔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으로 다가가면 어떡하지? 등의 고민으로요. 그러나 이 마음 또한 제가 작품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저와 많은 독자분들께서 사랑하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요. 여름이 되면 메일이나 메시지로 잘 읽고 있다는 안부를 건네주시기도 하는데요. 늘 다정하고도 상냥한 마음을 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작품을 감상해 주신 한 독자분께서 하나의 메일을 보내 주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제 글이 위로의 글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이 더욱 넓어지셨다는 문장을 보았을 때 제가 아직 글을 더 쓸 수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말이 길어졌지만,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찾아 주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열심히 쓰도록 할게요.
늘 건강하시고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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