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우주의 질서를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무한한 우주가 유한한 삶에 던지는 질문들
우리는 대체로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몸을 이루는 원자가 수십억 년 전 어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고, 내가 딛고 선 지구가 138억 년에 걸친 물리 법칙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말이다. 그 순간부터 물리학은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도 던져볼 수 있다. ‘우주의 자연법칙은 그토록 짧은 순간에 어째서 은하와 블랙홀 그리고 나처럼 의식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냈을까?’
이 책은 이처럼 ‘우주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과학적 질문을 넘어, ‘우주 안에서 왜 나라는 존재가 생겨났는가’라는 질문까지 도달하게 해준다. 저자는 우리가 아는 한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는 우주에서 오직 우리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오직 우리만이 몇십 년이라는 찰나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기원을 묻는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이 거대한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고, 그 속에 숨은 물리 법칙을 알게 될 때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우주의 138억 년이 빚어낸 결과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해는 짧은 생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영겁과 영겁 사이의 찰나를 살아간다는 것이 특권처럼 여겨지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빅뱅의 첫 순간부터 우주의 열죽음까지
지적이고 다정한 언어로 풀어낸 138억 년 우주의 역사
이 책은 총 10장에 걸쳐 우주의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시간이 왜 사람마다 다르게 흐르는지 묻는 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해 빅뱅 직후의 찰나에 어떻게 빛이 탄생했는지, 빛이 사라진 우주의 새벽에서 최초의 별과 블랙홀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이야기한다. ‘우주에 우리뿐인가’라는 질문에 외계 생명체 연구로 답하기도 한다. 우리가 떠나온 태양계의 기원, 끊임없는 충돌 속에서 태어난 지구와 인류, 관측하는 방식이 현실을 바꾸는 양자의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넘나드는 과학 지식이 가득하다.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득한 미래로까지 향한다. 초지능과 인구 감소 같은 위협 앞에 선 인류를 돌아보고, 항성 시대에서 암흑 시대에 이르는 우주의 죽음과 그 이후 ‘우주의 생애를 꿈꾸는 뇌’가 남을지도 모른다는 사고실험까지 담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여정은 우리 삶의 의미를 물으며 끝난다.
이 긴 여정을 책 한 권으로 단숨에 통과하고 나면, 138억 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나와 무관한 역사가 아니라 지금의 ‘나’로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의 끝에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발밑의 돌멩이 하나,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 한 줄기까지도 예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 책 안에서 우리는 우주를 10번 다시 만난다!” _‘우주먼지’ 지웅배
하나의 우주를 10가지 관점으로 읽는 새로운 방식
이처럼 우주의 역사를 인간의 이야기로 되짚는 시도를 흔히 ‘빅 히스토리’라 부른다. 이 책 또한 빅 히스토리를 이야기하지만, 138억 년을 한 줄로 길게 펼쳐 보이는 기존의 방식은 택하지 않는다. 아직 과학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그 거대한 스케일 자체가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거대한 우주의 역사를 시간과 빛, 충돌, 생명, 죽음 같은 10개의 주제를 각각 하나의 문으로 10번 다시 열어보는 책이다. 같은 우주라도 어떤 질문을 들고 들어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덕분에 독자는 어느 장을 먼저 펼치든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를 만나면서도 10개의 장을 모두 지나고 나면 그 조각들이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모여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독특한 구성은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곧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천문학자 지웅배(우주먼지)는 추천의 글을 통해 “이 책 안에서 우리는 우주를 10번 다시 만난다”며, 빅 히스토리를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 없다고 고백한다. 물리학이 인간과 동떨어진 차가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거대한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가장 인간적인 시도가 되는 순간이다.
추천평
이 책 안에서 우리는 우주를 10번 다시 만난다. 같은 우주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빅 히스토리를 이렇게나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은 바로 그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물리학은 결코 인간과 동떨어진 차가운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가장 인간적인 시도다.
- 지웅배 (천문학자, 세종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