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왜 다수의 의견은 무시하고 한 사람이 결정할까? 좋은 결과가 곧 좋은 선택일까? 모두 똑같이 노력하는데 왜 누구는 잘살고 누구는 가난할까? 이런 막연한 질문에 진심을 바쳐 연구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이다.
흔히 경제학을 돈 잘 버는 법이나 복잡한 수식을 다루는 학문으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경제학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학문이다. 일상부터 정치 제도까지 현재의 상황을 데이터로 만들어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이 책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연구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직장과 학교, 영화와 역사, 정치와 사회 등 우리 삶과 직결된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제학을 통해 일상의 크고 작은 선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과 리더를 위한 경제학
점심시간에 부서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여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이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성 정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는 ‘구성원의 의견을 완벽하게 수렴하는 방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모두를 만족시킬 효율적인 ‘공공 선택’ 값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했다. 연구 끝에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한 사람의 독재적인 방식뿐이라는 결과에 이른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좋은 리더에게는 독단적인 결정을 따라야만 하는 구성원을 잘 이해시키고 서로 양보하는 분위기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리더의 또 다른 덕목을 설명할 경제학 이론이 있다. 2016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올리버 하트와 벵트 홀름스트룀의 ‘계약 이론’이다. 이들은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과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구조와 분위기라면 구성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부른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리더, 즉 ‘주인’에게 있다. 리더는 결과만 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노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조직 내 진짜 ‘일잘러’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구성원의 능력만이 아니라,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학교생활 속에서도 경제학은 존재한다. 학창시절, 반에서 물건이 없어져 범인을 찾기 위해 모두가 벌을 서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범인인 학생은 자신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여기에는 구성원이 자신의 정보를 숨기거나 거짓말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메커니즘 디자인’의 원리가 숨어 있다.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릭 매스킨은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거짓말과 정보 왜곡을 줄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정직한 참여이며, 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올바른 시스템과 제도의 설계가 필수다.
원인과 결과, 그 과정에 주목하는 경제학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주인공 호머 심슨은 발전소의 무능한 현장 직원으로 근무 중이던 어느 날 사장에게 발탁되어 발전소의 총책임자가 된다. 이후 발전소 운영은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변한다. 결과만 보면 호머가 뛰어난 관리자였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현장에서 잦은 실수로 사고를 일으키던 호머가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고의 원인이 사라졌고, 그 결과 발전소의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이다.
202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슈아 앵그리스트의 '자연 실험' 이론은 바로 이런 착각을 경계한다. 눈앞의 결과 데이터만으로 원인을 단정하지 말고 어떤 요인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그 인과관계를 분석해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발전소 사장이 호머가 책임자가 된 뒤 발전소가 더 잘 운영됐다는 결과만 보고 그의 능력을 평가했다면, 그는 성과의 원인을 잘못 이해한 셈이다.
2020년 수상자 로버트 윌슨과 폴 밀그럼의 ‘동시적 상승 경매’는 올바른 의사결정과 관련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영화 〈콘클라베〉에서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모여 여러 차례 비밀 투표를 진행한다. 처음에는 각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만 투표가 반복될수록 후보들의 득표 현황이 변경되고, 후보자들의 비리가 공개되면서 선택은 계속 바뀐다. 유력 후보가 탈락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동시적 상승 경매론에서는 바로 이러한 ‘과정’의 ‘가치’를 설명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여러 대상을 동시에 비교하고,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선택을 수정할 수 있을 때 더 효율적인 결과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콘클라베처럼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보가 계속 축적되거나 선택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최선의 후보가 드러난다. 저자는 이 원리를 조직의 인사에도 적용한다. 중요한 승진이나 인재 선발에서 처음 눈에 띄는 한 사람만 평가하기보다 여러 후보를 함께 비교하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더 합리적인 선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1986년 1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 ‘챌린저호 폭발 사고’를 통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도 있다. 2019년 수상자 마이클 크레이머는 거대한 우주선이 작고 하찮아 보이는 부품인 ‘오링(O-ring)’의 결함으로 폭발했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오링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모든 구성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 하나의 작은 실패가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뛰어난 인재 한두 명만으로는 성공적인 조직을 만들 수 없으며, 모든 구성원이 제 역할을 해낼 때 비로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경제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제도와 정치를 바꾸는 경제학
‘대공황’은 250년의 경제학 역사 속 가장 큰 사건이었다. 1929년 미국 경제를 뒤흔든 이 사건은 당시 수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은행이 파산했으며,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벤 버냉키는 대공황의 원인이 금융 시스템의 붕괴와 사람들의 불안, 그리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책적 대응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이론으로 증명하였다. 은행의 건전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사람들이 돈을 찾을 수 없다고 믿는 순간 금융 시스템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절한 대응을 통해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면 위기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이 연구는 경제 위기가 사람들의 불안과 국가의 제도적 대응이 함께 작용한 결과임을 알려 준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는 국가 간 경제 격차의 원인을 지리나 자원이 아닌 ‘제도’에서 찾았다. 그는 이 이론의 핵심 사례로 북한과 남한,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도시 노갈레스를 들었다. 같은 민족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한반도처럼, 노갈레스도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 이 도시는 1853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이 확정되면서 북쪽은 미국령, 남쪽은 멕시코령으로 나뉘었고, 서로 다른 제도 아래에서 발전한 결과, 두 지역의 소득과 치안, 교육 등 생활 수준에 좁혀질 수 없는 간격을 만들었다.
아제모을루는 400여 년에 걸친 식민지 국가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가의 번영은 식민 지배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제도의 성격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가난과 번영의 차이는 타고난 조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의 통찰을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선택의 원리를 이해하고, 일상 속 수많은 판단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경제학자는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는 직장 생활부터 투자, 사회와 국가의 문제까지 삶을 둘러싼 선택의 순간마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현실적인 길잡이이자 현대 사회를 살아갈 우리들의 필독서다.
추천평
재미와 유익함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면 재미는 빼고 유익함만 꾹꾹 눌러 담는 것이 경제 책 저자들 사이의 불문율임에도 그걸 무시하고 둘 다 담아버린 게 일단 좀 불쾌하다. 나도 경제 책을 한 권 쓰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이 책 때문에 의욕을 잃었다. 경제 책을 추리소설처럼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버리면 어쩌자는 건가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론들이 이렇게 다 흥미롭지는 않은데 저자가 비겁하게도 그중에 아주 솔깃하고 재미있으면서 실생활과 직결되는 연구들만 쏙쏙 골라서 책에 담는 바람에 노벨상 받은 경제학 이론들이 다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줄로 오해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나쁜 점이다.
또 하나 뭐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책이 꽤 재미있긴 할 텐데 그렇더라도 절대 주위에 소문은 내지 말고 꼭 혼자만 읽으시기를 부탁드린다.
- 이진우 (경제 유튜브 [삼프로TV] 부대표, 기자)
흔히 경제학이 주식 가격이나 환율을 예측하는 거창한 학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경제학의 진면목은 우리 일상의 사소한 선택지들을 설계하는 것에 있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세상 사는 지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 슈카 (경제 유튜브 [슈카월드] 운영자, 방송인)
나의 책꽂이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책이 몇 권 꽂혀 있다. 말 그대로 '꽂혀' 있다. 대부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벽돌이 두껍나 책이 더 두껍나 경쟁하는 것 같다. 노벨 경제학상 이론들을 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는 없을까? 역시 한순구 교수님이 해냈다. 우리는 이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그 어려운 이론들을 쉽게 익힐 수 있게 됐다. 300페이지만 읽으면 아는 척까지 할 수 있게 됐다.
- 이대호 (KBS1 라디오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진행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