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우리는 오십을 인생의 반환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오십을 넘었다고 삶이 달라질까?
어제까지 출근하던 회사에 오늘도 출근하고, 자식 걱정을 하고, 부모의 늙어감을 바라보고, 사람 때문에 속상해하고, 지나간 일을 후회한다.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마음속 욕망은 여전히 젊은 날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을까.’
‘앞으로 남은 시간에는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
정원철의 『오십 이후 평온함에 대하여』는 바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자는 여전히 흔들린다. 성공하고 싶었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었으며, 가족에 대한 책임 때문에 힘겨워했고, 사람에게 상처받았다. 부모와 친구의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고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삶을 살아낸 뒤 돌아보면 그 쓰디쓴 시간 사이로 감사해야 할 사람과 순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저자는 과거를 무조건 잊으려 하기보다 한 번 충분히 돌아본 뒤 다시 오늘의 길을 걸어가자고 말한다.
“오십 이후는 정돈의 시간”이며, 한낮에 어질러놓은 방을 오후가 되어 정리하듯 지나온 시간에 남은 흔적들을 돌아보고, 굳어버린 생각을 풀고, 무거운 짐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려놓는다고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직장을 떠난다고 자유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책임을 내려놓았다고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퇴직 경험을 돌아보며 행복하려면 결국 행복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십은 완성되는 나이가 아니다.
조금 덜 불안하게, 조금 덜 욕심내며, 그래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면서 나만의 오후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나이다.
오늘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당신은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
책 속으로
고통은, 벗어나려 할수록 더욱더 우리를 죄어온다. 그러니 고통을 진정시키려면, 먼저 그 고통을 바라보아야 한다. … 고통은 벗어나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야 할 대상이다.
---p.17
지난 일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일은 감초를 씹는 것처럼 처음에는 쌉싸름하다. 하지만 씹을수록 입안에 진한 단맛이 올라온다.
---p.24
그리움이 가져오는 갖가지 감정들로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오늘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것들을 그리워해야 한다.
---p.25
내 안의 욕망이 들어오고 나가는 찰나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그런 사람은 기다리는 법을 안다.
---p.29
‘가을이 깊어간다.’ 깊어간다는 말에는 단순히 시간이 흘러가는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다. 세월만 간다고 깊어지지는 않는다.
---p.38
‘깊어간다’라는 말은 네가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기꺼이 같이 있겠다는 말이다. 즐거운 한낮을 보내고 잘 가라고 손 흔드는 일이 아니라 너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 밤을 네 곁에서 같이 지새우겠다는 마음이다.
---p.39
되돌아보고 후회와 아쉬움만 가득한 한숨이 나오다가 그래도 감사한 일과 사람이 떠오르면 일순간 세상 속에 환한 불이 켜지고 미소가 번진다. 그러면 되돌아보는 마음에 단비가 내린다.
---p.49
사람마다 나이를 바라보는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오십 대 후반은 고요하고 차분한 기운이 숲 전체에 퍼지는 오후를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53
드럼을 배울 때도 느리고 일정한 리듬을 계속하다 보면 빠른 템포의 곡을 두드리는 날이 온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이다. 느리고 일정한 리듬으로 달리다보면 케이던스(Cadence,단위 시간당 지면에 발이 닿는 횟수)가 올라가며 경쾌한 리듬의 구간을 달리는 자신을 경험한다.
---pp.83-84
우울한 날에 누군가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일상을 물어주면 깜짝 놀라고 다시 밝아지기도 한다. 혹시 그런 날에 철원 들녘의 바람이 그녀에게 다시 불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pp.110-111
외형의 화려함을 쫓으면 금그릇에 담긴 술처럼 변하고 맛이 삭아버린다. 삶의 진정한 맛은 투박한 질그릇 같은 진심에서 우러난다.
---p.117
실패가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순간에 일단 해 보면 안다는 말만큼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말이 없다. 밀고 당기지 않고 이리저리 재지 않고 일단 해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일들이 봄날에 꽃망울 터지듯 벌어진다.
---p.166
“쿵치따치 치쿵따치 파치따치 쿵치따치.” 마치 [콩쥐팥쥐] 같은 전래 동화극의 추임새 처럼 악보를 입으로 익혔다.
---p.247
‘내가 나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일이 몇이나 될까?’ … 나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것들에 열광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pp.25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