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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꽃의 노래
아직은 이른 봄, 봄을 알리는 봄까치꽃 / 눈 속에서도 파란 싹을 밀어 올리는 수선화 / 춘곤증을 쫓아내는 봄나물 / 앙증맞은 꽃이 자아내는 그윽한 향, 삼지닥나무 / 거침없이 피어나는 강한 생명력, 민들레 / 봄꽃 소식의 전령, 산수유 / 군자의 품격을 지닌 매화 / 은은한 자연의 미소, 제비꽃 / 하얀 목련이 필 때면 / 자연이 퍼뜨린 보라빛, 자주괴불주머니 / 온갖 새들을 불러들이는 산벚나무 / 천상의 황홀함을 선사하는 복숭아꽃과 티 없이 맑은 배꽃 / 순백의 꽃에 은은한 향이 감도는 사과나무 / 풍성한 꽃이불, 등꽃 / 화사함과 풍성함으로 오월을 장식하는 철쭉 / 섬 아낙네의 뒷모습, 해당화 / 풍성하고 화려한 작약 / 습지의 여왕, 노랑꽃창포 / 들판의 부케, 찔레꽃 / 숨어 있는 보석, 꽃창포

여름, 초록의 향연
수생식물의 보고, 연못 / 자연 카펫, 질경이 / 이슬 젖은 입술, 앵두 / 별 모양의 꽃에 앵두 같은 열매, 포리똥 / 익기도 전에 떨어지는 물자두, 과육까지 검붉은 피자두 / 습지의 제왕, 버드나무 / 여름의 귀부인, 능소화 / 잔잔히 흐르는 음악, 비비추 / 산야의 붉은 입술, 참나리 / 학이 앉은 듯한 품격, 태산목 / 지피식물의 공주, 맥문동 / 활활 타오르는 배롱나무 / 무더운 여름에 시원함을 안겨 주는 파초 / 달빛 아래 여왕, 옥잠화 / 꽃과 잎의 비련, 상사화

가을의 풍요, 겨울의 정취
붉은 카펫, 꽃무릇 / 가을의 상징, 밤나무 / 신선한 아침 이슬, 석류 / 세월 따라 굵어지는 강인함, 모과나무 / 죽설헌의 우람한 지붕, 개호두나무 / 군더더기 없는 천년수, 은행나무 / 소박한 시골 풍취, 탱자나무 생울타리 / 나무에도 금·은·동, 금목서·은목서·동목서 / 더불어 살아가는 부착식물 / 늦가을 정원의 백미, 감나무 / 남도 최고의 정원수, 대나무 / 송이째 뚝뚝 떨어지는 야생 동백 / 열매와 꽃을 동시에 선사하는 차나무

죽설헌, 전원생활의 운치
뱀에게서 배우는 자연의 조화 / 새벽 이슬을 머금은 거미줄 / 주인에게 충직한 진돗개 죽설헌의 유일한 화분, 군자란 / 무공해 채소의 산실, 비닐하우스 / 죽설헌표 돌탑 / 전원생활에 운치를 더해 주는 벽난로 / 시골 생활의 백미, 온돌방 / 시나브로 쌓아 올린 기왓담 / 장 담그는 날 / 죽설헌에서 가장 힘든 일 / 내 정원에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 / 한국 정원의 정체성 / 자연 훔치기
저자 소개
저자 : 박태후
시원(枾園) 박태후(朴太候)는 1955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호남원예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나무를 좋아해 인근 산야에서 종자를 채취하여 파종하고 삽목하고 접붙이기해서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사십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자신만의 독특한 죽설헌(竹雪軒) 원림(園林)이 조성되었다. 1977년부터 치련(穉蓮) 허의득(許義得) 선생 문하에서 사군자를 배우기 시작했고, 1978년부터 광주시 농촌지도소에 근무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그림 그리는 생활을 하다가, 이십 년 만에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1989년「 제1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아 초대작가가 되었고, 한국문인화협회 초대 부이사장을 역임한 후로는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자연 속에서 정원 가꾸기와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진 : 리일천
전남 벌교 출생의 사진작가로, 열네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현재 한국방송문화연구원, 한국미술협회, 민족사진가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광주 미술인 100인 평생 기록 작업’을 구 년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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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자연의 섭리를 따라 조성한 한국식 정원, 죽설헌

정원을 가꾸는 것은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인간은 자연 속에 집을 짓고, 또 삶터 가까이에 꽃과 나무를 심어 가꿔 왔는데, 이것이 지금의 정원 문화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정원은, 인공 연못을 파고 거대한 괴석(怪石)을 가져다가 조성하는 중국이나, 나무와 바위를 인공적으로 다듬어 조성하는 일본과는 달리, 인공을 가미하면서도 손댄 것 같지 않은 자연미가 가장 큰 특징이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우리 정원의 특징이라면, 이러한 전통정원의 계보를 잇는 것이 바로 나주의 죽설헌(竹雪軒)이다.
죽설헌은 전라남도 나주시 금천면 구릉지대의 약 사천 평(일만삼천 제곱미터) 대지에 수백 종의 자생 꽃과 토종 나무, 과실수와 화초 등이 우거져 있는 보기 드문 개인 정원이다. 이 원림(園林)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서구식 또는 일본식 정원과는 달리, 철저하게 자연의 섭리를 따라 조성한 토종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잔디를 까는 대신 키 작은 야생화들이 스스로 피어나도록 하고, 가지치기 등 인위적인 수형(樹形)의 변형을 추구하지 않고 자랄 수 있는 주변 환경만을 조성해 주는 등 최소한의 관리를 통해 한국식 정원을 구현하고 있다.
정원 주인은 화가 박태후(朴太候) 선생으로, 호남 원예고등학교에서 과수·채소·화훼 등에 관해 배우고 산야를 돌아다니며 각종 종자를 채취해 심고 가꾼 것이 사십여 년의 세월이 축적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책 『죽설헌 원림』은 그동안 꽃과 나무를 가꿔 온 이야기, 대숲이나 연못의 조성에 관한 경험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죽설헌의 삶 등에 관해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두었던 것을 모은 것으로, 저자의 한국식 정원관이 담겨 있는 에세이집이자, 우리 자생 식물 가꾸기에 관한 작은 도감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정원 가꾸기’의 기록

이 책은 죽설헌 정원 가꾸기의 기록으로, 봄, 여름, 가을.겨울, 그리고 죽설헌에서의 삶을 다룬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절기에 따라 피고 지는 꽃과 열매를 맺는 나무, 연못 조성과 그 주변의 조경, 그리고 죽설헌의 삶을 이루고 있는 여러 잔잔한 이야기들까지,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의 삶’에 관해 다루고 있다.
“응달진 북향 골짜기에는 아직 잔설이 있고 양지쪽 밭두둑에서는 새싹들이 기지개를 펴려고 할 즈음, 땅바닥에 쫙 깔린 포기에 연한 하늘색의 밥티만 한 작은 꽃들이 앙증맞게 무더기로 피어나,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들여다보면 소담스럽고 예쁘디예쁜 꽃들의 자태가 ‘아직 겨울이 다 지나간 것 같지 않은데 벌써 봄이 다가왔나’ 싶은 감흥을 뭉클하게 불러낸다.” 저자는 서문에서 “글 쓰는 재주는 영 젬병”이라고 말하지만, 봄까치꽃을 설명하는 첫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꽃이 진 꽃대 끝에는 왕방울만 한,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하얀 꽃씨 덩어리가 맺혀, 피어나는 노란 꽃들과 함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다가, 꽃씨들이 미풍에 하나씩 낙하산처럼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그만이다”라고 민들레의 매력을 표현하는 대목이나, “꽃이 지고 점점 사과 열매가 굵어지면서, 가지가 찢어지도록 늘어지는 광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병충해에 걸려 썩어 가다가 떨어져서 결국은 몇 알 남지 않아 겨우 맛이나 볼 정도밖에 되지 않더라도, 나무 아래 풀 속에 수북이 떨어져 썩어 가는 사과들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니, 어찌 정원에 사과나무를 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사과나무 예찬 등에서, 이 책 여기저기의 행간마다에서 자연과 함께해 온 사십여 년 경륜이 느껴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같이 자연을 벗삼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리나라 토종나무와 야생화들의 특징과 이를 제대로 가꾸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무엇을 심을 것인가가 핵심인데, 그는 그 지역 환경에 가장 적합한 수종, 자기가 좋아하는 수종, 가급적이면 유실수, 화초 대신 채소, 잡초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다년생 화초를 심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자연미를 위해 가급적 손대지 말고 자라는 대로 가만 놔두라고 한다.
실제로 죽설헌에서는 제비꽃, 민들레, 토끼풀, 질경이, 좀씀바귀, 양지꽃, 가락지나물, 뱀딸기, 주름조개풀 등 일부러 심지 않아도 자생하는 꽃들이 지천이고, 이들이 자연스런 조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복숭아, 사과, 자두, 앵두, 밤, 모과, 감 등 많은 유실수들이 자라는데, 유실수는 여느 꽃 못지않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열매도 선사하며, 열매로 인해 수많은 새들을 불러들이는 등 다양한 효과를 준다.
꽃과 나무 가꾸는 이야기 외에, 진돗개 키우기, 비닐하우스에서 사철 싱싱한 녹색 채소 기르기, 운치있는 벽난로를 손수 설치한 이야기, 오랜 세월 공들여 온 돌탑이나 고기왓장 담길 조성 등 죽설헌에서의 독특한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죽설헌은 현재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평범한 개인이 가꾼 정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끔 하려는 저자의 배려로 인해서다. 갈수록 조경이 우리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오늘날, 전통정원의 맥을 이어 가려는 죽설헌의 정신을 담은 이 책은 한국정원의 정신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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