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들은 뻔뻔하고 거만한 허영덩어리인가
사소한 일에 상처받는 나약한 인간인가
자존감 낮은 나르시시스트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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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여성 아네테는 로스쿨 졸업을 앞둔 법학도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득이 될 만한 사람만 골라 사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을 이용하는 아네테의 성향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그녀는 남편과 법조인파티에서 만났다. 우선 아네테는 법조인파티 티켓을 얻기 위해 아버지가 유명 법조인인 동기에게 관심이 있는 척 접근했다. 동기를 이용해 파티에 참석한 아네테는 그곳에서 괜찮은 남성을 물색했고 세 명의 남성에게 전화번호를 받았다. 아네테는 인터넷에 들어가 그들의 신상을 조사했다. 그리고 변호사인 안드레아스라는 남성을 선택했다. 안드레아스의 아버지가 유명 로펌의 대표라는 사실이 선택의 이유였다. 아네테는 안드레아스에게 먼저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만남을 미루며 안드레아스가 자신에게 점점 빠지도록 만들었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안드레아스가 청혼했을 때도 너무 성급하다는 이유로 거절하며 안드레아스를 더욱 애타게 했다. 결국 아네테는 안드레아스와 초호화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 그녀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로펌에 들어갈 것이다.(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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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남성 마르첼은 얼굴이 조각같이 잘생긴 데다 몸매도 좋고 매력이 흘러넘친다. 그는 인형같이 생긴 여성과 함께 걸어가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 담긴 시선을 받는 걸 즐긴다. 마르첼은 여성을 유혹해 자신에게 푹 빠지도록 만들지만 정작 여성을 ‘갖는’ 순간 곧바로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여자 친구와의 만남이 보통 몇 주를 넘기지 못한다. 이런 마르첼에게 열아홉 살 대학생 아네가 걸려들었다. 두 사람은 한 파티장에서 만났다. 마르첼은 아네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걸 알고 밀당을 시작했다. 함께 춤을 추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알쏭달쏭한 그의 태도에 아네가 다가가면 마르첼은 한 발짝 멀어지고 아네가 멀어지면 마르첼이 다가왔다. 그날 밤 헤어지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아네에게 마르첼은 핸드폰이 망가져 새로 개통할 거라는 핑계를 대고 아네의 번호만 받아갔다. 이후로 아네는 계속 마르첼의 연락만 기다렸다. 그 사실을 짐작한 마르첼은 일부러 아네에게 연락하지 않다가 아네가 애가 탈 때쯤 연락을 해왔다. 사실 마르첼이 아네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는 그녀가 아직 남성과 성관계를 맺어보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마르첼은 아네와 만나 관계를 맺고는 가차 없이 그녀와의 관계를 끝내버리고 말았다.(7장)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앓는 사람은 이처럼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들은 아네테처럼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가족, 친구, 연인 등을 오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는 주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더는 필요하지 않을 때 냉정하게 관계를 끊어버린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마르첼 역시 여성을 그물 안으로 유인하여 생포한 뒤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 이용했다. 이들에게 타인은 고유한 감정과 소망, 생각을 가진 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기능화된 인간일 뿐이다.
이런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지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애정과 믿음을 보이고, 칭찬을 해도 그들은 믿지 않고 계속 거부 반응을 보이며 타인과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책은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을 떠벌리고, 무자비하게 상대를 공격하며, 다가오는 사람을 자꾸 밀쳐내고, 뻔뻔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고, 범죄 행각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주요 증상을 보여주며 그들의 마음 깊이 자리한 자괴감과 무력감을 추적한다. 화려한 겉모습을 자랑하지만, 자존감 문제를 끌어안은 채 끊임없이 들려오는 자학의 목소리에 괴로워하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본모습을 드러내어 그들이 치료의 길로 나아가도록 돕고, 주변 사람들이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고 거리를 두면 좋을지 조언한다.
또한 마지막 13장에서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한 남성의 사례를 들어 참담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찾아내고야 마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긍정적인 특성을 소개한다.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려는 이들의 노력을 통해 성격 장애라는 질환 뒤에 가려진 그들의 특별한 재능과 자질을 새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