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영웅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호메로스의 전작 『일리아스』가 전쟁터에서의 영웅적 죽음과 명예를 다루었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에서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가는 삶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신의 뜻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방황하면서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은, 현대 사회라는 거친 바다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영생을 주겠다는 칼립소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하고, 필멸의 인간으로서 고통과 늙음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의 선택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나’를 찾아 떠나는 항해와도 같다. 오디세우스가 노련한 지혜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온 것처럼, 우리 역시 수많은 항로를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시련 앞에서 길을 잃더라도 끝까지 나아가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 길을 찾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긴 항해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는 서양 서사문학의 영원한 원형이다. 특히 『오디세이아』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작품들, 나아가 수많은 현대 판타지 소설과 모험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의 뿌리가 되었다. 입체적인 인물 구성과 플래시백 기법, 다층적인 모험 구조 등 인류 문학이 자랑하는 서사적 장치들은 이미 2,800여 년 전 이 작품 속에서 완벽히 완성되었다.
책 속으로
“인간은 불행의 원인이 자신의 무모한 행동 때문이라는 것을 잊고 우리 신들을 탓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존재이다.”
---p.9
“텔레마코스, 너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만약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재치 있고 뛰어난 힘을 가진 오디세우스가 여기 있다면, 그는 늘 그랬던 것처럼 방패와 투구, 두 개의 창을 가지고 소식도 없이 문간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녀석들은 오디세우스의 눈빛에서 앞으로 자신들에게 닥칠 운명을 보고는 무릎을 꿇을 것이다.”
---p.18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를 발견했지만 만족해하면서 말했다.
“헤엄칠 테면 쳐 봐라. 너는 네 몫의 고통을 이미 다 치렀으니 해변으로 가서 너를 불쌍히 여길 인간들을 찾아보아라. 그리고 내 손에서 고생한 만큼 네 뜻을 이루어라.”
---p.79
“귀하신 알키노오스왕이시여, 저를 신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아주 불행한 사람들과 비교하십시오. 신들은 인간들이 궁리한 것보다 더 잔인한 방법으로 저를 다루었습니다. 동이 트면 부디 저를 제가 온 곳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저는 행복하게 죽을 수 있습니다.”
---p.97
“야, 폴리페모스! 만약 누군가 너의 흉한 눈을 없애 버린 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트로이를 정복한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라고 말해라!”
---p.131
“오디세우스, 당신은 신에게까지 대항하려고 하나요? 스킬라는 인간 세상의 동물이 아니에요. 인간의 힘으로는 대적할 수 없는 야만적이고 소름 끼치는 괴물입니다. 이길 수 없는 괴물에게 영웅의 힘을 과시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당신이 아는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빨리 지나가는 게 좋아요.”
---p.165-166
“존경하는 왕비시여, 당신의 계획을 지체 없이 행하십시오. 나는 그 중요한 시기에 그 묘기를 보일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승리자인 오디세우스가 반드시 나타나리라 확신합니다.”
---p.256
구혼자들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제우스가 천둥소리를 보냈다. 신에게서 신호를 받은 오디세우스는 매우 기뻐하며 구혼자들의 몸에 박힐 화살들을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러고 나서 정확히 힘껏 잡아당겨 처음 도끼머리에 있는 구멍을 통과해서 마지막까지 똑바로 날아가도록 화살을 쏘았다.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