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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김정환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울 수 없는 노래』『황색예수전』『회복기』『좋은 꽃』『해방서시』『우리, 노동자』『기차에 대하여』『사랑, 피티』『희망의 나이』『하나의 이인무와 세 개의 일인무』『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텅 빈 극장』『순금의 기억』『김정환 시집 1980~1999』『해가 뜨다』『하노이-서울 시편』『레닌의 노래』『드러남과 드러냄』『거룩한 줄넘기』『유년의 시놉시스』『거푸집 연주』『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소리 책력(冊曆)』 등이 있음. 백석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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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야기’가 무엇 때문에, 무엇이 궁금해서,
삶의 어떤 경이에 놀라, 놀란 만큼 따스하게
열린 가슴으로 생겨났을까? 상상하라.

시인 김정환의 ‘상상하는 힘’을 길러주는 우리 역사 이야기

시인이자 평론가, 소설가 김정환의 《한국사 오디세이》(전4권)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치열하게 겪어온 시인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뿌리부터 써내려간 역사서다. 역사 속에 비어 있는 수많은 공백들을 ‘질문’과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새로운 형식의 한국사이다.
사람의, ‘그’의 탄생, 그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역사의 기억에서 지워져버린 그 몇백만 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역사 연구에서는 금기나 다름없는 의문부호와 말줄임표를 ‘남발’하며 작가는 죽음, 종교, 언어의 탄생 과정을 마음껏 ‘상상’하고 독백한다. 이야기꾼 김정환의 《한국사 오디세이》는 한마디로 어른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다. ‘한국판 천일야화’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이 놀라운 것은 텍스트의 내용이라기보다 형식이다. 아니, 텍스트 너머에 어른거리는 긴 세월에 가려 보이지 않은 역사에 대한 상상이다. 작가는 사라진 역사와 남겨진 역사 뒤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한국사 오디세이》는 외우고 밑줄치고 명심해야 할 교훈 덩어리인 역사가 아니다. 밑줄 치게 하고 외우게 하고 명심시켜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쓴 역사책이 아니라 ‘어렸을 적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재미있었다’로 시작하여 이야기로서의 역사, 이야기를 매개로 한 ‘지난한 역사와 복잡한 인간의 사상과 광대무변한 상상력’을 포착하려고 하는 시도로서의 책이다.
진정한 통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미지의 구역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역사로 감싸 안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때문에 이 책의 시작은 고조선 시대가 아닌, 빅뱅(Big Bang)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동물 중 가장 늦게 태어난 인간을 그저 자연 앞에 약한 생명, 그러나 사연을 만들 줄 아는 생명체의 하나로 보아준다.

이 책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 동안 집필한 《상상하는 한국사》(전7권)과 2003년판 《한국사 오디세이》(전2권)의 전면 개정판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숭례문 화재,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승리까지 굵직한 현대사 10년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또 그 사이 발견된 오류를 수정하고 빈자리 채우기 과정을 한 번 더 치른 결과, 예전 책에서 무시로 등장했던 현대 회화 삽화 대부분을 역사적 지도로 대체했다. 그는 앞으로 현대사 부분을 계속 보강하여 개정판을 출간할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인과 청소년 모두에게 권할 만한 보기 드문 역사서다.

‘질문’과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이야기 한국사

《한국사 오디세이》는 한국사 전체를 하나의 위대한, 그리고 방대한 예술 작품으로 재창조해 내려는 작업이다. ‘우리의 역사서가 왜 인과관계로만 설명되어야 하는가, 역사를 인과관계만으로 설명하다 보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것이 저자가 가진 애초의 기획의도였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가 곧 이 책을 이끌어가는 사관史觀이 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는 획일적인 교육을 거쳐 모두 사라져 버리고, 인과관계에 맞춰 나열한 사실들로만 채워진 역사 교과서를 읽고 그것이 ‘다’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 및, 그것을 읽고 역사를 알았다고 단언하기 쉬운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에게 그는 고하고 싶었을 게다. 그것이 역사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다.

“소설을 200장쯤 쓰다 보니 내 계획이 내 실력으로 집행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역사를 파고들었죠. 역사 공부를 마치고 소설로 돌아와 50장가량 써 내려가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이번에는 예술교양서를 쓰려고 목차를 잡아가면서 보니까 쓸 만해지데요. 소설을 쓰려다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한 거죠.”

그 결과 원고지 7000장 분량에 가까운 이 책이 탄생했다. 저자는 이 책에 20년 넘게 치열하게 또 다양하게 단련시켜온 그의 문학?예술성을 온전히 쏟아 부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책에서 극본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한 독특한 서술방식으로 역사를 문학이자 예술로 승격시켰다. 김정환은 문학, 역사,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지금도 관심 영역을 부지런히 확장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므로, 이야기가, 이야기만 이어진다……

이 책은 수많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끝도 없이 이야기가 계속된다. 저자는, 이야기가 계속 되어지는,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 이야기가 계속되는 역사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왜 하필 이야기인가. 일단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 중 하나이고, 또한 역사는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가 바로 무덤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는 무덤을 바라보는 것조차 너무나 시인답다. 역사가들에게 무덤이 과거의 흔적을 담고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이라면, 그에게는 무덤이 인간이 한 단계 성숙하는, 즉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상하군…….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다.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어느 날 땅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발로 툭툭 건드려도 꼼짝하지 않는다. 하긴, 사나운 짐승의 뿔에 받혀 죽는 사람은 있었다. 허리에서 거센 피가 솟구치고 얼마 안 되어 몸이 축 늘어지고, 그러고는 그만이었다. 그건, 이상할 게 없었다. 괜히 소름이 끼치기는 했지만. 짐승도 그렇게 창에 찔려 죽지 않는가. 그래서 짐승을 죽여 그 고기로 배를 채우고 가죽으로 옷을 해 입었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겉보기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한 동료가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눈을 감았거나, 떴더라도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1권 28쪽)

신라의 충신 박제상이 일본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자 그의 아내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아비를 잃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의 관심은 이런 식으로 확장된다.

마지막 ‘시련’은 일본 왕의 야만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더 중요하게는 ‘신라적’ 인내심의 발현이다. 예술을 통해 거대한 호국 정신력으로 전화·발전할 인내심의……. 박제상 부인의 ‘그 후’가 벌써 그렇다. 그녀는 남편이 집을 떠나자 ‘몸부림쳐 울’고, 다시 일본으로 떠나자 ‘다리 뻗고 울’지만 일본 간 남편의 소식이 영영 끊기자 ‘망부석’으로 변한다.
수난과 죽음이 인내의 예술로, 다시 강력한 삶의 에너지로 발전하는 것. 이것 또한 후진국 신라를 삼국통일의 승자로 발전시킨 동력 중 하나다. 죽어 치술령 신모神母가 되었다는 설화도 있고, 부인과 딸이 모두 죽어 새가 되었다는 설화도 있지만, 방계다. 박제상은 이제까지 삼국의 모든 신하들보다 복잡하고 현실적이며 현재적인 동시에 시공을 초월한다. ‘충신’ 박제상을 매개로 신하의 역사가 왕의 역사를 능가, 백성의 역사에 가 닿는다. (1권 227쪽)

1974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300만 년 전의 여자 유골에 대한 이야기는 감성적일 뿐만 아니라 유쾌하다.

그녀는 열매를 주워 먹으며 살았다. 모으기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의 직접 조상은 아닐 터. 하지만 얼마나 신기한가. 또 워낙 사람과 비슷해서, 학자들은 그녀를 루시라 불렀다. 루시, 비틀스 노래에 나오는, 다이아몬드를 끼고 기분 최고인, 공중에 뜬 아가씨. 살아 있다면 루시는 열 살 난 소녀였을 게다. 몸무게는 30킬로그램, 초등학교 4학년 정도. 그 아이는 어째서 그 나이에 죽었을까?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열 살 전에 죽는 사람이 그 이후까지 살아남는 사람보다 더 많았다. (1권 27쪽)
이 책을 가장 통사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텍스트의 다차원적인 확장이다. 어찌 역사가 인과관계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랴. 역사상 등장했던 수많은 인물들은 하나의 인생을 살다 스러져 갔고, 한 인물이 역사적 사건에 개입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기를 지나 역사서의 무대에서 퇴장한 그 후, 그 후를 상상해 완전한 통사를 쓴 것이다. 1차원적인 인쇄물에서 읽을 수 있는 역사가 아니라 사방으로 가지 치는 5차원적인 역사, 하이퍼텍스트…… 역사에 파고드는 그의 고찰은 치열하다.

……그리고, 그러므로, 이야기가, 이야기만 이어진다. 끝도 없이, 이야기란, 쉽게 인과관계를 해명할 수 없는 사건을 ‘제 것으로 만드는’ 가장 빠르고도 열린 예술이다. 사건은 성공과 실패로, 승리와 패배로 끝난 듯하지만,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리고 온갖 예술 속에 그 이야기가, 앞으로 그랬던 것보다 더 가시적으로, 열린 뼈대로 들어선다. 그 지난한 역사와 복잡한 인간의 사상과 광대무변한 상상력을 이야기=예술이라는 매개 없이 어떻게 포착한단 말인가.
이야기가 이어진다. 세상에서 벌어진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야기가 사실인가 아닌가를 따지기 전에, 그 ‘이야기’가 무엇 때문에, 무엇이 궁금해서, 삶의 어떤 경이에 놀라, 놀란 만큼 따스하게 열린 가슴으로 생겨났을까?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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