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전성기를 찍고 있는 그녀 덕분에, 나 역시도 더 긴 음악 인생을 꿈꾼다.” _피아니스트 손열음
“맹수에 비유되곤 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 뒤에, 음악에 기대어온 한 인간이 있다. 매혹적인 평전이다.” _작가·팟캐스터 황선우
피아노 건반 위에서 비로소 자유로웠던 본능적 감각의 예술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80여 년 인생을 담아낸 아주 특별한 기록!
아르헨티나의 라바예 거리, 스위스 제네바, 독일 하노버,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저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발 디딘 도시를 따라 그녀의 삶을 그려낸다. 영재 소리를 듣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잦은 이주는 80여 년 연주 인생 동안 숙명처럼 이어졌다. 거처가 바뀔 때마다 그녀는 성장했고, 인생의 가치관도 깊어졌다. 도시명으로 구성된 각각의 챕터에는 아르헤리치가 머물렀던 공간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현재형과 과거형을 오가는 문장 사이에서 변화한 아르헤리치의 생각과 신념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특별한 재미다.
도시를 거치며 확립된 그녀만의 삶의 관점도 다채롭고 명확하다. 빈에서는 프리드리히 굴다를 만나 자유롭고도 완벽한 테크닉의 기틀을 다졌고, 볼차노와 제네바에서는 불과 몇 달 사이에 연이어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를 만나러 무작정 떠났던 뉴욕에서는 첫 번째 남편을 만나 아이를 가졌고, 런던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뜨겁게 사랑하고 이별했다. 나아가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의 넬손 프레이레라는 평생의 음악적 동반자도 얻었다. 그 외에도 책에는 빈첸초 스카라무차, 스티븐 코바세비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샤를 뒤투아, 다니엘 바렌보임, 마우리치오 폴리니, 미샤 마이스키, 기돈 크레머 등 시대를 풍미한 음악가들과 나눈 생생한 비화가 가득하다. 이 모든 여정은 마르타 아르헤리치에게 피아노만큼이나 소중한 가치가 있었음을, 그것은 바로 우정과 사랑을 아우르는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이름 뒤에 숨어 있는
피아노 전설의 ‘진짜 영혼’을 만나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한번 본 악보는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초인적 암기력과 타고난 천재성의 소유자다. 함께 살았던 동료 피아니스트가 연습하는 소리를 자는 동안에 듣고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틀린 음까지 통째로 외웠다는 일화는 그녀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 독보적인 천재성 이면에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극심한 불안과 싸워야 했던 예민한 영혼이 숨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연주 취소와 오랜 무대 부재로도 유명한 그녀의 심각한 무대공포증 뒤에는 어머니 후아니타의 집요한 통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딸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강압적으로 다그치는 어머니와, 거기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려 했던 아르헤리치와의 갈등은 후아니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평범하고 아늑한 가정의 분위기를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세 번의 이혼과 각기 다른 성을 가진 세 딸, 잦은 이사와 매일 사람이 들끓었던 어수선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던 삶 역시 어린 시절의 상흔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불안하고 여린 내면을 지녔음에도, 아르헤리치는 끝내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가난하고 소외된 예술가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들과 함께 무대에 섰으며, 고국 아르헨티나에서는 공장 지대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을 열어 클래식을 접하기 힘든 대중을 찾아갔다. 세 딸의 엄마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고자 애썼다.
거장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상처와 불안 속에서도 사랑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아르헤리치. 이 책은 화려하게만 보였던 전설의 삶 뒤에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약함의 존재를 보여준다. 그 진솔한 고백은 완벽함이라는 중압감 속에서 오늘도 상처받고 고민하는, 음악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더불어 이 책에는 2025년 저자가 아르헤리치를 다시 만나 나눈 직설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인터뷰가 추가로 수록되어 최근 그녀의 생각과 심경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존경 어린 헌사와 황선우 작가의 따듯한 시선이 담긴 추천사가 특별함을 더한다. 예술가이자 여성, 타인에게 온기를 나누고자 애썼던 인간으로 살아온 거장의 이 평전은 클래식 팬들뿐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에게 뜻깊은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추천사
때때로 단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많은 패러다임을 바꾸어 버리는지를 깨달으면 믿기 어려울 때가 많다. 여성 피아니스트도 저런 곡들을 저렇게 소화할 수 있구나… 저런 터치를 구사할 수가 있구나…, 아르헤리치라는 단 한 사람 덕분에 깨달은 것이었다 해도 틀리지 않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전성기를 찍고 있는 그녀 덕분에, 오늘의 나 역시도 더 긴 음악 인생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등장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참으로 한결같고도 독보적인 그녀의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독자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 손열음 (피아니스트)
여기 압도적인 천재가 있다. 그를 숭배하거나 낙인찍지 않고 정확히 바라볼 수 있을까? 여성 예술가가 대상일 때 종종 실패하게 되는 그 일을, 이 책은 애정으로 해낸다. 친밀하고 성실한 기록이 아르헤리치를 둘러싼 신화를 걷어낸다. 무대 위아래에서 고독을 힘겨워하고, 세상의 중심에 우정을 두며, 지극히 무질서한 채로 여전히 매력적인 사람을 드러낸다. 맹수에 비유되곤 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 뒤에, 음악에 기대어온 한 인간이 있다. 매혹적인 평전이다.
- 황선우 (작가, 팟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