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내가 태어난 곳은 그 동네에서도 가장 아래쪽에 있는 낡은 단칸방이었다. 방 한 칸, 부엌 하나. 화장실은 밖에 있었고, 샤워는 대야에 물을 받아 겨우 했다. 겨울이면 대야의 물이 차갑다 못해 살을 에는 듯했고, 여름이면 방 안 가득 찬 열기에 잠을 설쳤다. 나는 그 작은 집에서 부모님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남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가족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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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만 갔다 하면 매일같이 버텨 내고 싸우는 것이 일이었다. 무슨 끈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학교를 단한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개근을 했다. 하지만, 공부는 늘 반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업 시간에 무슨 말이 오가는지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맞지 않고 무사히 넘기는 것이 그때 나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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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지시를 받아 일을 하러 가면, 일부러 나에게 더 무거운 부품, 더 더러운 기름 작업이 몰렸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해냈다.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해 작업장을 정리하고 공구를 세척하고 소모품 재고를 확인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 스스로를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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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면서부터, 나는 바로 야간 대학에 지원해서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보다는, 무조건 싸고 관련된 과로 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당한 곳을 찾던 중이었다. 마침 회사와 집 중간쯤에 있는 전문대의 모집 기간이었기에, 학비가 가장 싼 기계설계과가 있는 그 야간 전문대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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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의 모든 스펙을 이력서와 면접에 쏟아부었다. 정비사 시절부터 영업팀, 기획실, 일본 유학, 석사 학위 취득까지. 한 줄, 한 줄, 내 인생을 증명서처럼 적었다. 서류에서 수십 대 일의 경쟁률, 면접에서는 실무 사례를 묻는 압박, 그 모든 순간에도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된 사람이라는 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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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륜차 정비사 양성 과정에 입소해, 그해 바로 회사에 정직원으로 입사하며 운 좋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도 거의 최연소였고, 당시 열아홉 살의 나이였으니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회사 생활을 시작한 셈이었다. 그렇게 27년여가 흐른 지금 돌아보니, 내 또래보다 열 살은 더 높여야 나와 비슷한 직장 경력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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