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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1장 전환의 시작: 건축의 근본적 질문
1-1 건축과 기술, 오래된 관계
1-2 기술의 진보, 건축의 전환
1-3 건축적 사고방식의 변화
1-4 기술을 받아들이는 건축의 방식
1-5 가치중립적 기술

2장 AI와 건축: 사고와 과정의 변화
2-1 AI의 원리와 개요
2-2 AI 건축 워크플로우
2-3 건축 AI 도구와 적용 사례들

3장 3D 프린팅과 건축: 물리적 실체의 변화
3-1 3D 프린팅 기술의 원리와 재료의 다양성
3-2 3D 프린팅 건축 워크플로우
3-3 3D 프린팅 건축 사례들

4장 기술 이후의 건축가: 실천적 과제
4-1 제도의 공백과 과제
4-2 윤리의 기준과 실천
4-3 교육의 전환

맺는 글
저자 소개
저자 : 손세형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스마트커뮤니티디자인랩을 운영하며 AI 기반 도시 분석, 공공 공간 품질관리, 지속 가능한 건축·도시환경, 3D 프린팅 건축 등 미래 지향적 설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영국 AA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건축 및 도시설계를 수학한 영국왕립건축사(RIBA)이다. 스마트도시·커뮤니티 디자인 분야 전문가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다수의 마스터플랜 및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한 도시·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세종시 5-1생활권 선도지구의 MA로 스마트시티 기술과 도시·건축 디자인을 통합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실험하고 있으며, 경기도서관 MA, 서울시 건축위원, 경기도 도시계획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자 : 백송민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학과 글로벌스마트시티융합전공을 공부했으며 A2Z-LAB 소장으로 다수의 도시·건축 프로젝트 및 연구를 수행했다. (주)BOLD를 창업해 건축 3D 프린팅 및 인공지능 기술을 도시·건축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건축 3D 프린팅 관련 국가 연구과제의 연구책임자로 기술 고도화와 실용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디지털 제조 기술과 건축·도시 설계 융합이라는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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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는 이미 ‘말하면 지어주는 건축’의 문턱에 서 있다.
이제 남은 일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무엇을 최우선으로 둘지 정하고, 왜 그렇게 했는지 기록하며,
실패했을 때 되돌아갈 길을 미리 열어두는 것,
간단하게 들리더라도 이는 결코 쉽지 않다.
도구가 충분해질수록, 사람의 기준이 건축을 지탱한다.
이 책이 바로 그 기준을 함께 세우는 작은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말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예전 같으면 농담으로 끝났을 질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의 언어가 있다. AI는 우리의 말을 조건으로 번역하고, 프린터는 그 조건을 따라 재료를 겹쳐 올린다. 종이에 남긴 선보다, 먼저 목소리와 대화에서 설계가 시작되는 장면이 앞으로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건축은 손의 노동과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도면을 그리고, 여러 번의 회의를 이어가고, 현장에서 땀으로 조정하며 완성에 한 단계씩 다가갔다. 이 과정은 꽤 느리지만 꽤 견고했다. 그런데 지금, 속도와 방법 모두 바뀌고 있다. 이제 건축에서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어떻게 지을까?”에서 “왜 이렇게 지어야 하는가?”로.

3D 프린팅 현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 선하다. 노즐이 한 줄씩 재료를 쌓아 올릴 때, 창 개구부와 설비 관통부의 위치가 층마다 정확히 비워지며 형상이 자라났다. 도면의 선은 실제 두께와 질감을 가진 벽으로 바뀌어 갔다. 흙담을 한 겹씩 다지듯, 단순한 반복이 구조를 만들었다. 이 책은 바로 이 경험에서 출발했다. 기술 자체의 찬양이나 경계에 머물지 않고, 이미 여기저기에서 시작된 시도들이 도시와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과정에서 건축가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차분히 따라가고자 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도, 곧 상식이 될 풍경을 함께 상상하며 읽을 수 있도록 문장과 사례를 고르고 묶었다.

책에서 다루는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건축가의 역할 이동이다. 도면을 ‘그리는 사람’에서, 질문을 정리하고 기준을 세우는 ‘의미의 편집자’로 건축가의 위치가 달라진다. 둘째, 선택의 절차다. 좋은 선택은 번쩍이는 영감이 아니라 반복이 가능한 절차에서 나온다. 비중표로 우선순위를 합의하고, 데이터의 상태로 도구의 역할을 정하며, “왜 지금·여기서·이 방법인가”를 한 문장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해진다. 셋째, 책임의 구조다. AI와 적층 제조로 행위자가 늘어난 만큼, 저작·공로·책임을 기록과 서명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질문도 많다. 검증 기준과 법·제도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데이터의 출처와 편향은 결과에 그대로 각인된다. 현장에는 여전히 ‘감’이라는 작업방식이 존재하고, 평균이라는 수치가 누군가의 불편을 가리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빈칸을 하나씩 짚고, 당장 실무에서 쓸 수 있는 작은 규칙과 문장을 제안한다. 법이 갖춰지기 전까지 프로젝트를 지켜줄 최소한의 질서, 그 임시의 다리를 함께 놓아 보자는 제안이다.


“기술은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 것이고,
건축가는 그 가능성 앞에서 더 자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늘어놓는 일이 아니다.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 설명하고, 그 설명을 증명하며,
실패했을 때 되돌아갈 길을 남겨 두는 일이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 몫이다.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기술을 판단하고 조율하며 책임지는 것.
그 기준이 내일의 건축과 도시를 조금 더 낫게 만들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저자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하나였다. “무엇을 우선시할 것이며, 왜 그렇게 결정할 것인가.” 건축에서도 기술은 이미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남은 것은 그 숨가쁜 속도 위에 사람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다. 수많은 사례를 따라가며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았다. 입력의 작은 차이가 결과를 크게 흔들고, 근거가 비어 있는 선택이 뒤늦게 비용과 시간을 키웠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교훈은 단순했다. 공정의 투명성은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품질의 출발점이다. 무엇을 사용했고, 무엇을 제외하고, 어느 지점에서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숫자와 문장으로 남기는 태도가 결과를 바꾸었다.

또 하나의 질문은 건축 교육과 실무의 경계에서 나왔다. 지금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결론은 도구의 목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정확한 문장으로 쓰는 훈련이 먼저라는 것이다. 무엇을 최적화하고, 무엇을 감수하며, 무엇을 반드시 지킬 것인지 합의하는 일. 그리고 그 합의에 맞춰 도구의 역할을 배치하는 일. 번쩍이는 영감보다 반복이 가능한 절차가 좋은 결정을 만들었다. 책 곳곳에서 반복해서 저작, 공로, 책임의 자리를 기록과 서명의 문제로 옮겨 보자고 제안했다. “내가 이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소유의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판단의 의미를 책임졌다”는 증언의 언어다. 의도와 가정, 데이터와 전환 조건, 현장 로그와 운영의 환류까지 모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 책임은 하나의 결론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번의 확인과 서명으로 구성된다. 그 기록이 쌓일수록 분쟁의 지도는 단순해지고, 다음 프로젝트의 출발선은 앞당겨진다.

우리가 넘어야 할 빈칸도 분명하다. 검증 기준과 법 제도는 아직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데이터의 출처와 편향은 결과에 그대로 각인된다. 평균이라는 수치는 특정 집단의 불편을 가릴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기술 이후의 건축가가 붙잡아야 할 실천 기준을 남기고자 했다. 시작할 때 확인해야 할 질문, 진행 중 멈추어 점검해야 할 기준, 끝날 때 반드시 남겨야 할 기록. 이런 것들은 다소 느려 보이지만 빠른 실패와 빠른 수정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이 책의 끝은 다음 현장의 시작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 기준들을 꺼내 쓰고, 잘된 점과 막힌 지점을 짧게라도 남겨야 한다. 기준은 사용되고, 수정되고, 다시 사용될 때 비로소 기준이 된다. 우리가 붙잡을 것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더 적게 추측하고, 더 많이 기록하며, 더 공정하게 나누는 것. 도구와 기술의 발전이 빨라질수록 이 세 문장은 더 중요해진다. 건축가에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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