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유현 幽玄』은 마로이즘 스튜디오가 다섯 번째로 선보이는 책이다.
마로이즘 스튜디오는 기록하고, 연결하고, 보존하는 일을 한다.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연결’이다. 기록은 대상 앞에서 성실하면 되고, 보존은 시간 앞에서 정직하면 된다. 그러나 연결은 서로 다른 것들의 차이와 거리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그 사이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는 일이다.
『유현 幽玄』은 그러한 연결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사진과 소설, 비평은 하나의 세계를 바라보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사진은 침묵으로 감각을 열고, 소설은 이미지 너머의 시간과 기억을 불러오며, 비평은 그 안에 깃든 신화와 역사, 물성과 미학의 층위를 탐색한다. 세 언어가 서로를 대신하지 않은 채 한 세계를 둘러쌀 때, 그 사이에 생겨난 여백은 독자의 자리가 된다.
사진과 문장을 결합해온 역사에는 오랜 계보가 있다. W. G. 제발트는 사진을 소설 속 기억과 증언의 장치로 끌어들였고, 소피 칼은 이미지와 서사를 교차시키며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흔들었다. 롤랑 바르트는 『밝은 방』을 통해 한 장의 사진이 개인의 기억과 상실을 어떻게 관통하는지 탐색했다.
『유현 幽玄』은 이 계보 위에 ‘감각적 비평’이라는 새로운 층위를 더한다. 앞부분에서는 김용호의 사진과 다섯 편의 포토픽션이 함께 흐르고, 뒷부분에서는 그 이미지의 감각과 의미를 신화·역사·철학·미학의 언어로 다시 읽는다. 여기서 비평은 사진의 의미를 확정하는 해설이 아니라, 이미지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한 또 하나의 문이 된다.
이 책이 말하는 유현은 단지 어둡고 희미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 이미지의 힘이며, 언어로 완전히 붙잡을 수 없는 존재의 깊이다. 사진을 소설로 옮기고 다시 비평으로 읽어도 끝내 설명되지 않는 무엇, 바로 그 남겨진 자리에서 유현은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와 비평을 통과한 뒤에도 사진은 여전히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는 처음과는 다른 눈으로 그 이미지 앞에 서게 된다.
그 설명되지 않음이야말로 『유현 幽玄』이 지키고자 한 가장 깊은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