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한 인간이 전쟁터의 오만과 탐욕, 폭력을 내려놓고
다시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 『오디세이아』
인간은 왜 싸우고, 무엇을 잃는가?
전쟁의 영광보다 인간의 비극을 그린 불멸의 고전,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는 흔히 키클롭스와 세이렌, 키르케가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메로스가 진정으로 들려주고자 한 이야기는 괴물과 신들의 세계가 아니다. 『오디세이아』는 전쟁의 영웅이었던 오디세우스가 긴 귀향 끝에 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귀향 서사'다. 전쟁에서 얻은 명예를 넘어 가족과 공동체,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는 누구보다 뛰어난 지략과 용맹을 지녔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는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괴물과 유혹, 폭풍과 절망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몸에 밴 오만과 탐욕, 폭력성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었다. 호메로스는 가장 위대한 영웅조차 평화를 되찾으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오늘날에도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경쟁과 성취, 성공만을 향해 달리는 우리에게 이 작품은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명성과 권력보다 소중한 것은 함께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 낯선 이를 환대하는 마음, 그리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용기라는 사실을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통해 일깨운다. 그의 모험은 결국 세상을 정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오디세이아』가 끊임없이 영화와 소설, 연극, 미술의 영감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은 여전히 길을 잃고, 유혹에 흔들리며, 삶의 방향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특정 시대의 영웅담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인생의 여정을 비추는 거대한 은유다. 그렇기에 『오디세이아』는 고전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생생하게 말을 거는 이야기다.
『일리아스』는 흔히 트로이아 전쟁을 다룬 영웅들의 전쟁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메로스가 진정으로 그리고자 한 것은 전쟁의 승패가 아니다. 호메로스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무엇을 잃으며, 어떤 선택을 하는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려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놓여 있지만, 『일리아스』는 한 영웅의 이야기만에 머물지 않는다. 전우를 잃은 슬픔, 가족과의 이별, 왕과 전사의 갈등, 적을 향한 증오와 연민까지, 전쟁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마지막에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가 적장 아킬레우스를 찾아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는 장면은, 승패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연민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일리아스』가 문학과 영화, 철학과 예술에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는 여전히 분노하고, 경쟁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일리아스』는 오래된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분노와 화해, 그리고 존엄을 탐구한 위대한 고전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원작은 그대로, 독자의 이해는 더 깊게!
질리언 크로스와 닐 패커가 완성한 새로운 호메로스 읽기
고전을 읽기 쉽게 만든다는 것은 내용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원작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질리언 크로스와 닐 패커는 호메로스의 서사와 미학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작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읽기를 제시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가 질리언 크로스는 카네기 메달을 비롯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녀는 이번 작업에서도 원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호메로스 특유의 문체와 서사의 흐름, 그리고 '장밋빛 손가락을 지닌 새벽', '포도줏빛 바다'처럼 오래도록 전해진 표현들을 최대한 살려, 오늘날 독자들이 원작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친절하지만 원작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닐 패커의 그림이 더해졌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자인 그는 『신곡』『셰익스피어 전집』『장미의 이름』 등 세계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에 삽화를 그려온 작가로, 철저한 시대 고증과 독창적인 화풍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긴장감을 한 장면 한 장면 생생하게 구현해 글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서사의 결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질리언 크로스의 글과 닐 패커의 그림이 만난 이번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는 원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호메로스의 세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고,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는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만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