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 집이 시켰습니다. 죽이라고, 전부 죽여버리라고!”
도깨비터 위에 세워진 피할 수 없는 악몽, 『어두운 집』
-당신이 잠든 순간 누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호러 장르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탁월한 서스펜스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전건우 작가가 더욱 깊어진 오컬트적 깊이와 날 선 공포를 담은 장편소설 『어두운 집』을 선보인다.
이야기는 심령 스폿 촬영 중 아공간(亞空間)으로 사라져 버린 유튜버 옥도령을 구하기 위해 ‘아귀의 집’으로 향하는 민시현과 윤동욱의 추적, 그리고 붉은색 박공 지붕 양옥집으로 이사 온 후 비극적인 저주에 휘말리는 수영네 가족의 일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전개된다.
인간의 피를 탐하는 도깨비와 땅이 기억하는 30년 전 ‘어두운 집’의 연쇄살인!
원한이 떠도는 그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작가는 무속 신앙 속 ‘도깨비’를 유쾌하고 짓궂은 존재가 아닌, 인간의 기운을 다 먹어 치우고 인두겁을 쓰며 탐욕을 부리는 포악하고 기이한 ‘이물(異物)’로 재해석한다. 여기에 30년 전 부녀자 12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돼지 사료로 뼈를 내주었던 연쇄살인마의 미친 집착과 출처 불명의 저주 편지가 더해지며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화장실 변기 속에서 배를 뒤집고 요동치는 죽은 물고기들, 밤마다 집 전체를 흔드는 기괴한 끼익 소리, 가구 사이 빈틈에서 번뜩이며 웃고 있는 회백색 눈동자 등 작가가 세밀하게 포착해 낸 일상 속 공포의 순간들은 독자들의 숨통을 죄어온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예측할 수 없는 반전, 뼛속까지 스미는 서늘한 분위기로 무장한 『어두운 집』은 한국형 정통 오컬트 호러가 선사하는 쾌감의 정점을 보여줄 것이다. 과연 그들은 도깨비터의 저주를 뚫고 살아남아 집 밖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작가의 말]
이제는 집입니다. 강물에서 시작했던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어 숲을 지나더니 어느덧 집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이야기에는 고유한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어둠 3부작’은 그 믿음을 확신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처음 민시현과 윤동욱 캐릭터를 만들 때만 해도 이들이 향후 두 편의 작품에서 더 활약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두 캐릭터는 제 예상보다 훨씬 강한 힘과 생명력으로 다음 이야기에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로맨스 없이 오직 우정으로만 쌓아온 두 사람의 관계가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두운 집』은 어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입니다.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 이야기에도 귀신보다 독하고 악한 인간이 등장합니다. 저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돌연변이처럼 악한 이들이 등장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것이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하다고 여기는 것보다 나은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갖은 고초를 겪지만 끝내 민시현과 윤동욱, 그리고 옥도령이 승리하는 건 그들이 선하기 때문입니다. 호러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장르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극적인 희망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어둠 3부작을 통해서 그런 희망의 끈을 희미하게나마 보셨기를 바랍니다.
올해로 18년째 호러 소설을 써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일을 18년 동안 하면 능숙해질 수밖에 없는데도 저는 여전히 이야기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온 힘을 다해, 정말로 최선을 다해 쓰는 건 독자 여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가는 태생적으로 겁이 많습니다. 믿을 구석이 없다면 너무나도 막막해 도저히 한 자도 쓸 수가 없는 게 소설가입니다. 제게 믿을 구석은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귀신이 등장하고 도깨비가 활개 치고 악당이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쓸 겁니다. 제 소설이 여러분께 기쁨과 즐거움과 재미를 드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단 몇 시간이라도 흥미진진했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다음 작품에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7월, 장마의 한가운데서
전건우
책 속으로
저는 저주의 편지를 쓰고 있으니까요.
이 대목에서 편지를 찢거나 그냥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는다면 분명히 후회하실 겁니다. 그러니 부디 끝까지 다 읽어주세요. 이건 싸구려 행운의 편지 같은 게 아니거든요.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편지를 개봉한 그 순간부터 저주는 발동했습니다.
--- 「1부 편지 ①: 집주인님에게」 중에서
망자만이 볼 수 있는 빛이 시현 씨 내부에서 반짝이는 겁니다. 거기에 이끌려 망자가 모이는 건데, 아무래도 이쪽 세계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리 반길 만한 능력은 아니죠.
--- 「1부 DOOR 1: 광원(光源)」 중에서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잊을 만하면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 화제에 오르는 집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아귀의 집입니다. 일종의 심령 스폿이죠. 아귀의 집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곳이 사람을 유혹해서 끌어들인 뒤 잡아먹는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 「1부 DOOR 1: 광원(光源)」 중에서
새하얀 변기 안에 그득 모인 채 죽어있는 물고기는 더 기괴하고 기분 나빠 보였다. 얼른 물을 내렸다. 그때였다. 쓸려 내려가던 물고기 몇 마리가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금방이라도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를 듯 마구 요동쳤다.
--- 「1부 DOOR 2: 즐거운 나의 집」 중에서
남자는 자신의 아늑한 집, 아니 어두운 집으로 여성을 납치해 왔고 휑뎅그렁한 그 집 창고에서 살인을 일삼았습니다. 살점은 발라서 돼지 사료로 주고, 나머지는 화덕에 태웠죠.
--- 「2부 편지 ②: 집주인님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