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대표작을 넘어, 윤동주 문학의 온전한 풍경을 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모두 다섯 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머리의 〈서시〉와 1부 작품들은 윤동주가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할 무렵 직접 시집으로 엮어 출간하려 했던 열아홉 편의 시이다. 〈서시〉를 비롯해 〈자화상〉, 〈새로운 길〉, 〈십자가〉,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등 오늘날 윤동주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담겨 있다. 2부에는 〈흰 그림자〉, 〈사랑스런 추억〉, 〈쉽게 씌어진 시〉 등 후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들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고독과 부끄러움, 자기 성찰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3부에서는 〈참회록〉, 〈팔복〉, 〈유언〉, 〈삶과 죽음〉 등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윤동주의 깊은 사유를 만날 수 있으며, 자연과 일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또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4부에는 〈해바라기 얼굴〉, 〈반딧불〉, 〈조개껍질〉 등 동시가 실려 있다. 이를 통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윤동주의 순수한 감수성과 생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5부에는 〈투르게네프의 언덕〉,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등 산문적 성격을 지닌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윤동주가 짧은 서정시를 넘어 이야기와 산문을 통해서도 자신의 내면과 세계를 표현했던 폭넓은 문학 세계를 보여 준다. 이처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대표작을 모은 선집이 아니라,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인간과 삶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한 시인의 문학 세계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시집이다.
한 권의 시집이 완성되기까지, 그리고 오늘 다시 읽는 이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작은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할 무렵 윤동주는 자신의 시 열아홉 편을 직접 골라 《하늘과 별과 바람과 詩》라는 제목의 시집을 엮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현실과 출간에 대한 주변의 만류로 이 시집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이후 원고는 후배 정병욱 등에 의해 보존되었고, 광복 이후인 1948년 유고를 모은 첫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가 출간되었다. 1955년에는 서거 10주기를 맞아 새롭게 발견된 작품들을 더한 증보판이 간행되었고, 이 판본은 이후 오랫동안 사랑받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보완과 간행을 거쳤으며, 1999년에는 유족이 보관해 온 육필 원고가 공개되어 윤동주의 창작 과정과 작품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그 가운데 1955년 서거 10주기 증보판을 저본으로 한 것이다. 윤동주의 시는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에게 변함없이 말을 건넨다. 부끄러움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 끝내 양심을 놓지 않으려는 다짐, 인간과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번 출간은 오래된 시집 한 권을 다시 펴내는 일이 아니다. 윤동주가 생전에 꿈꾸었던 시집의 의미를 오늘의 독자들과 다시 이어가는 일이며, 우리가 사랑해 온 몇 편의 명시를 넘어 한 사람의 시인을 온전히 만나는 뜻깊은 여정이다.
책 속에서
p. 9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서시〉 중에서
p. 13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 〈자화상〉 중에서
p. 18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새로운 길〉 중에
p. 25
쫓아오던 햇빛인데 / 지금 교회당 꼭대기 /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 〈십자가〉 중에서
p. 30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 〈또 다른 고향〉 중에서
p. 33
내가 사는 것은, 다만, /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길〉 중에서
p. 34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별 헤는 밤〉 중에서
p. 45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
- 〈쉽게 씌어진 시〉 중에서
p. 49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 〈참회록〉 중에서
p. 102
누나의 얼굴은 / 해바라기 얼굴 / 해가 금방 뜨자 / 일터에 간다
- 〈해바라기 얼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