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사회적으로 존재해 온 과정’으로서 미디어의 역사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미디어는 많은 기여를 했다. 그리고 사회가 다원화되어 가는 오늘날, 정보와 지식 제공, 여론 형성, 비판과 감시, 사회화, 오락, 광고 등 사회의 하부체계로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미디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미디어는 우리 삶과 동떨어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권과 경제권, 또한 민주주의라는 사회의 이념과도 구분 지어 생각할 수 없는 요소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한국 미디어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미디어 관점에서 역사를 재조명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독립신문≫의 비판정신에서 ‘가짜뉴스’ 법적 규제까지
신문의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개화파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창간한 ≪한성순보≫, 그 뜻을 이어받은 ≪한성주보≫는 개화사상의 전파와 해외 문물 및 학문을 소개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 이후 창간된 ≪독립신문≫은 그 성격과 역할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권 회복과 정치·사회 개혁을 주장한 ≪독립신문≫은 국민 계몽과 민권 신장을 위해 여론을 환기하고 민중을 결집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디어의 사회적인 역할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이후의 상황을 보면, 큰 쟁점 중 하나는 ‘가짜뉴스’다. 문재인 정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된 찬반 논쟁이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고, 윤석열 정권에서 역시 권리침해와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등 규제 신중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언론의 공적 역할과 책임을 법으로 어느 정도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를 합의해 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는 오늘날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라디오, 다양한 매체의 등장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
1945년 광복 때까지 우리나라 라디오방송 문화는 일제의 영향력하에서 변천해 왔다. 일제는 라디오를 식민지 정책 수행을 위한 홍보매체로 활용했다. 해방과 함께 미 군정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우리나라 라디오방송 문화는 기존의 일본적인 것에 미국적인 것이 새롭게 결합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미 군정기의 라디오방송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정착시키기 위한 선전 도구로 기능한 측면이 강했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대안매체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라디오 이용률과 라디오 수신기 보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디오방송의 경쟁력 전반이 심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의미다. 라디오방송의 광고 매출이 크게 줄면서 라디오 사업자들의 경영상의 위기 또한 가중되고 있다. 라디오방송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각도의 전략 방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언론과 정치·자본 권력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TV의 역사가 시사해 주는 것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아우를 만큼 방대한 TV의 역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정치권과의 관계’다. 정권 평향성 논란이 꾸준히 지적되어 온 KBS만 보아도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의 독립성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볼 수 있다. 여·야 각 정당은 자신들이 표방하는 이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여당인지 야당인지에 따라 입장을 끊임없이 번복해 왔다. 이에 공영방송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논의는 수십 년 동안 사실상의 미결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제도 개선 담론은 분분했으나 저마다 정치적 동기를 기반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했기에 관련 논의는 형식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짧지만 인상적인 OTT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 한국 미디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국내 미디어 환경은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OTT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고, OTT 사업자 수도 30여 개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코드 커팅 트렌드도 심화되면서 국내외 OTT 사업자들 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OTT가 시장을 새롭게 재편할 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현재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해진 다른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책이 한국 미디어사 전체를 아울러서 던지는 핵심은 미디어는 정치·자본 권력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고 사회적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방대하고, 유통 속도마저 빠른 오늘날은 미디어가 가진 고유의 가치 영역 중 하나인 사회통합 기능에 더욱 충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