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지난 줄거리
병원에서 눈을 뜬 꿀떡이에게 미지의 인물이 나타나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되고 싶어?” 개떡 같은 질문에 찰떡같이 답한 순간, 오덕하이스쿨의 전학이 결정된다.
덕후력만 있으면 만사형통인 오덕고에서 여장남자 미아, 퍼리 복실이, 도공 호랑이 등등을 만난다. 책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던 꿀떡이가 찐 덕후들을 만나, 숨겨져 있던 덕력을 되찾는다. 아이돌 복실이와 콘서트도 하고 호랑이와 꽁냥꽁냥 썸도 탄다. 오덕고에 완벽 적응을 했으니, 이제 맘껏 나댈 차례. 비오는 날 운동장에 누워 비 맞기, 누명 쓰고 달아나기, 원단 더미에 숨어 고백받기. 고작 이것뿐이겠어? 그니까, 오덕하이스쿨 2도 Go Go!
등장인물
꿀떡이: 고서덕후, 시와 노래를 쓴다. 대단한 먹성의 소유자, 예쁘진 않지만, 엄청 귀엽다.
복실이: 퍼리, 현직 아이돌, 금발의 서브남 주제에 꿀떡이를 호시탐탐 노림.
호랑이: 대장간 덕후, 꿀떡이의 첫사랑
미아 : 여장남자, 잭의 콩나무처럼 키가 자라는 중.
오스칼: 남장여자, 엄청난 금손을 숨기고 있다.
법정이: 무소유의 삶을 살다, 시골 개 똘똘이를 만나고 쇼핑광으로 변신.
루이: 자격증 덕후, 애니 덕후, 마늘까기 장인, 꿀떡이의 소개로 오덕고에 오게 됨.
테스 경: 프랑스 귀족이지만 어쩐 일인지 오덕고에서 경비를 하고 있다.
세계사 쌤: 테스 경의 여친이자, 오덕고의 교복을 모두 책임지는 양재 덕후.
채오 쌤: 꿀떡이의 담임쌤, 캠핑 덕후. 농구 골대만큼 키가 큼.
워리: 교장 쌤이 주워온 구미호. 인간의 예절을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
지리 쌤: 우주인이란 엄청난 이름을 갖고 있다. 100년된 포드를 타고 다니는데, 아무래도 타임머신인 듯. 워리를 길들인 장본인.
요강이: 루이가 무덤가에서 주워온 검정 고양이.
맥아더: 밀리터리 덕후, 얼음 가게 딸로, 팥빙수용 얼음을 늘 제공해 줌. 입시로 인해 휴학 중.
수석 쌤: 죽음의 고비를 넘긴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이상한 질문을 하는 괴짜 교장. 수석 및 올드카 덕후. 학폭으로 아들을 잃고, 오덕고를 세우게 됐다.
책 속에서
이건 납치인데, 분명 나쁜 짓인데. 어쩌다 내가 낯 모르는 청년을 데리고 국밥집에 있는 걸까. 탈부착이 가능한 것인지, 살랑대던 꼬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쫑긋거리는 귀는 후드로 가렸다. 내장탕을 두 그릇째 시켜 먹는 녀석은 간도 따로 추가해서 먹는다. 걸신들린 것처럼 먹는 게 꼭 꿀떡이 같네.
“집에 다른 사람은 없니?”
“난 혼자야.”
“이 산속에?”
“응. 다 떠나가고, 나만 남았어. 이거 하나 더 시켜도 돼?”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 간을 날름날름 잘도 먹는다. 비위가 참 좋네.
“다 먹으면, 다시 데려다줄게.”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던 곳으로 데려다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뭔가, 천연기념물 같은 걸 훔친 기분이 들어.
- 「기다려 개껌」 중에서
기차에서 내리니 벌써 한밤이다. 멀긴 머네. 막차도 끊긴 것 같은데, 응, 저건 개인가? 늑대인가? 희붐한 불빛 속에 털북숭이 짐승이 부스스 일어선다.
“왜 이렇게 늦었어? 전화도 안 받고!”
“아, 무음으로 해놨어.”
“걱정했잖아!”
으르렁대던 복실이가 내 짐을 낚아채서는 앞장선다.
“걱정은, 누가 나 같은 걸 잡아간다고.”
복실이가 홱 돌아선다. 어, 진짜 화났나 보다.
“나 같은 놈이 잡아가! 나처럼 너만 바라보는 놈이 잡아간다고!”
그렇게 와락 안아버리면, 내가 흔들리잖아. 폭풍을 만난 배처럼, 마구마구 흔들리잖아. 내 마음이 어떤 건지도 모르게 흔들려 버리잖아.
- 「그리운 날엔 보리차」 중에서
더듬더듬 비행선을 운전하던 박사가 드디어 행성에 도착한다. 모두가 잠들어버린 꿈이라는 이름의 행성.
“넌 한없이 슬픈 날이지만, 난 한없이 기쁜 날.”
복실이가 조심스레 탈을 벗겨주면서 속삭인다.
“이제 너도, 날 좋아해도 돼.”
네가 달라붙은 머리칼을 쓸어주고, 눈물로 젖은 뺨을 닦아준다. 내가 깰 수도 없게,
새근대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너도 지루한 우주선을 타고 꿈의 행성에 도착했구나. 잠자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너를 훔쳐본다. 이대로 있어 줄래. 나의 왕자님. 너만 있다면, 헤어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이 참혹한 슬픔 속에서.
- 「내 마음처럼 호떡」 중에서
워리가 나무에 웅크리고 앉아 컹, 하고 운다. 늦은 밤에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소리.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주인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지 이제 안다. 교문 앞에 앉아 망부석처럼 기다리던 시간의 무게도 이제 안다.
꾀죄죄한 네 손을, 꾀죄죄한 내가 붙잡고 걷는다. 네 가슴엔 내 눈물 자국, 내 마음에도 네 눈물 자국. 우린 똑같은 바보니까.
“그 녀석, 기분 좋게 가고 있을까?”
“아마도?”
우리랑 같은 달을 보면서, 사뿐사뿐 걷고 있을 거라고 믿어. 어쩌면 지친 사자들에게 문 크리스탈의 노래를 불러줄지도 모르겠다. 아이돌 춤을 어설프게 따라 추는 사자들의 모습이 상상돼서 코끝이 시큰해진다.
“내일 보자.”
“응.”
이런 평범한 인사도 애틋하게. 내일이란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니까.
- 「반을 쪼개 먹는 쿠키」 중에서
첫사랑의 설렘이 가득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복실이가 탈을 벗는다. 네 푸른 눈에 담긴 건 찰랑대는 슬픔, 그리고 나를 향한 어쩌지 못하는 마음.
“도망치지 마.”
달아오른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 네가 싱긋 웃는다.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 여름날 첫사랑처럼.”
이제는 모른 척할 수 없는 키스, 네 이름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키스.
나란히 앉아, 무한궤도의 음악을 듣는다. 너도 첫사랑을 떠올릴 때, 무한궤도를 떠올리게 될까. 마주 잡은 손이 따뜻하다. 살짝 닿은 종아리도.
숨소리만 들어도 좋아. 아주아주아주 아껴서 다가가고 싶을 만큼 좋아. 서서히 번지는 물감처럼, 망가진 자물쇠를 열고 불쑥 들어온 너를, 오래오래 좋아할 수 있기를
- 「아껴먹을래, 만두」 중에서
“쌤, 워리가 기다려요.”
“그래, 내가 미련을 갖는 것도 그 짐승 때문이지.”
바깥은 여전히 봄. 얼마나 많은 계절을 스쳐 지나야 우리들의 계절에 도착할 수 있을까.
“연인이었다가, 동생이었다가, 아들이 된다면, 나도 절망하지 않을까.”
그는 영원한 청춘이다. 나는 늙고 추레해지는데, 그는 영원히 반짝인다. 그래서 쌤이 이렇게 서글퍼 보이나 보다.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울 때 헤어질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인 걸까. 나는 모르겠어.
“워리는 선생님의 겉모습과 상관없이 사랑할 텐데요.”
“난 그게 무서워. 늙어버린 나를 여전히 사랑하는 그 애랑. 그 애에게 집착하게 될 내가.”
잠든 복실이를 바라본다. 말없이 쫓아와 줘서 고마워. 내 무모함을 같이 감당해 준 것도 고마워. 하지만 가장 고마운 건.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거. 같이 늙어갈 수 있다는 거.
“지금 내 하루는, 후생의 어느 하루일지도 몰라. 내가 하루하루 살수록 후생의 나는 하루하루 빨리 죽어가. 자신을 기다리는 짐승을 볼 틈도 없이 죽을지도 몰라. 전생의 나 때문에.”
그렇다면, 방금 죽은 그녀는 언제쯤 다시 태어날까. 환생한 그가 죽어, 세상에서 지워질 때 싱싱한 첫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날까. 아니면, 거짓말처럼 내일 태어나, 그의 곁을 아장아장 맴돌고 다닐까.
기둥에 묶여있던 워리가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운다.
“없어, 없어, 이 세상에 없어.”
묶인 줄을 풀고, 스르르 무너지는 그를 안아준다.
“있어. 어느 핏줄을 타고, 지금 오고 있어. 잘 맡아봐.”
울다 지친 워리가 허공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네가 붙잡아두면, 쌤은 다시 태어나지 못해.”
다시 왈칵 눈물이 터진다. 바람을 몰고 들어온 복실이가 쌤이 남긴 스카프를 워리의 목에 감아준다. 아직 쌤의 향이 남은 연보라색 스카프.
“찾아다닐래. 다시 태어날 주인님을 찾아다닐래.”
- 「미련을 담아, 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