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아이를 고치려 하기 전에, 먼저 그 아이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순간을 만난다. 분명 아이를 위해 하는 말인데 아이는 마음을 닫는다. 잘되라고 하는 충고인데 아이에게는 잔소리가 된다.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엄마 아빠는 나를 몰라”라고 한다.
그럴 때 부모는 흔히 방법을 찾는다. 더 좋은 칭찬법, 더 효과적인 훈육법,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는 법을 찾아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 그런데도 집으로 돌아오면 같은 갈등이 반복된다.
『아이를 이해하는 심리수업』은 여기에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방법을 바꾸기 전에, 당신은 지금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고 있는가?”
아무리 훌륭한 양육법도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 논리적인 설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아야 움직이는 아이도 있다. 선택권을 주어야 힘이 나는 아이가 있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줄어들어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도 있다. 저자는 이를 ‘육아는 일반적인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의 문제’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AT-DISC(Animal Type DISC)는 그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지도다. 윌리엄 마스턴의 DISC 이론에 칼 융의 심리유형론을 더해 사람을 사자형, 돌고래형, 강아지형, 비버형이라는 네 가지 친숙한 이미지로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유형 분류가 아니다. ‘어떻게 행동하는가’뿐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까지 들여다본다는 데 이 책의 특징이 있다.
사자형 부모와 강아지형 아이가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부모에게 아이의 느림은 답답함이지만, 아이에게 부모의 재촉은 압박이다. 저자는 ‘서둘러’라는 말을 ‘준비됐어?’로 바꾸어 보라고 권한다. 고작 한 단어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메시지가 된다.
이러한 구체성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이의 유형을 알았다고 해서 ‘우리 아이는 강아지형이니까 원래 그래’라고 끝내지 않는다. 어떤 말로 칭찬해야 하는지, 무엇이 아이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방전시키는지, 아이가 이미 감정적으로 무너졌을 때 부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실제 문장으로 알려준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아이만 분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모 역시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이고, 부모에게도 강점과 그림자, 스트레스의 한계가 있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마음이 오히려 부모를 소진시키기도 한다. 저자는 완벽한 부모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스트레스 신호를 알아차리고,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며, 잘못했을 때는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는 ‘사람다운 부모’가 되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를 이해하는 심리수업』은 육아서이면서 동시에 부모 자신을 위한 심리수업이다. 나를 이해하고, 아이를 이해하고, 배우자와 동료까지 이해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실제로 책 후반부에서는 부모·자녀 관계를 넘어 부부, 직장, 친구 관계에서 AT-DISC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룬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다.
아이를 이해하는 순간 부모의 판단은 조금씩 줄어든다. 판단이 줄어든 자리에는 질문이 들어오고, 기다림이 들어오며, 대화가 시작된다. 아이를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는 데 지친 부모라면 이제 방향을 조금 바꾸어도 좋다. 아이를 바꾸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