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격동의 시대 네 남녀의 사랑과 눈물
의사인 마네트 박사는 예전에 귀족 에브레몽드 가문에 의해 무려 18년 가까이 바스티유 감옥에서 옥살이를 했다. 그 때문에 약간의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런던에 살던 딸 루시가 아버지를 돌보러 파리에 온다. 어느새 그는 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된다.
찰스 다네이는 에브레몽드 후작의 조카이지만 집안사람들과는 달리 마음은 선의로 가득 차 있으며, 스스로도 프랑스 귀족의 횡포가 싫어서 이름을 숨기고 영국으로 건너간 인물이다. 귀족 후손답지 않게 직접 외국어를 가르치며 성실히 생계를 꾸려 나간다. 루시와 결혼한 뒤, 딸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마네트 박사와 라이벌 관계에 놓인다.
변호사인 시드니 카턴은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비밀스럽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며, 스스로도 게으르고 방탕하다고 말한다. 그의 두뇌는 배후에서 변론할 때만 잠시나마 번득일 뿐이다.
시대의 격한 물결은 서로 아끼고 존경하는 장인과 사위를 저마다 적의 편에 서게 했고, 마네트 박사는 뜻하지 않게 다네이를 고발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그를 구하려는 박사의 노력도 헛되이, 사형을 눈앞에 둔 다네이. 바로 그때, 뜻밖의 인물이 나서면서 이들 가족을 덮친 죽음 앞에 당당히 선다.
대격동! 대혁명! 두 세계 런던과 파리
배경이 되는 런던과 파리는 전혀 상반되는 이미지로 대립하며 작품에 한결 더 활력을 불어넣는다. 먼저 런던은 고리타분하지만 옛 관습과 엄격한 법으로써 잘 다스려지는 안정된 도시로 그려진다. 물론 여기서도 부당함에 항의하는 군중의 술렁임이 있지만 대규모 폭력사태로 확대되지는 않으며, 노동자들도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사회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저마다 개인적인 행복을 꿈꾸며 평온히 살아간다.
그에 비해 파리는 혁명의 거센 물결에 휩싸여 뒤흔들리는 거대한 난파선이다. 기나긴 세월 억압받으며 쌓이고 쌓인 민중의 분노가 1789년 7월 마침내 활화산처럼 폭발한다. 혁명의 원인이 된 지배계급은 물론 혁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이 무참히 희생되며, 단두대는 끊임없이 ‘붉은 포도주’로 목을 축인다. 결국 혁명은 그 순수한 의미조차 잃어버린 채 끔찍한 파괴와 살상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이렇듯 런던과 파리는 뚜렷한 대비를 이루어, 혁명 뒤 파리를 뒤덮은 무자비한 공포정치 혼란 속에서 꽃피우는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숭고한 희생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던 시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단지 프랑스혁명의 역사적 기술이 아니라, 그 혼란의 격동기를 헤쳐 나가는 인간의 심리를 정밀하게 그려냈다.
자신이 사랑을 양보한 친구를 위해, 아니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친구의 운명을 대신 짊어지고 죽음을 택한 시드니 카턴의 삶은 언제나 사람들의 흥미와 눈물을 끌어내는 주제이다. 또한 카턴은 ‘의협심을 가진 방탕아’라는 낭만주의문학의 전형적인 주인공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카턴은 참으로 숭고하고 깨끗한 예언자와 같은 풍모를 보여 준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은 이제껏 해 온 어떤 일보다 더욱 훌륭한 행동이며, 내가 지금 얻게 될 안식은 이제껏 맛본 어떤 휴식보다도 더없이 달콤하고 달콤하리라.”
역사적 관점에서 프랑스혁명에 대한 접근은 조금 부족하지만, 순수 문학으로서 《두 도시 이야기》가 의외성과 변화가 풍부하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걸작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