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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불면이 내게 건네온 질문
프롤로그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1장 우리는 왜 잠을 잃었을까
잠을 빼앗긴 사회
잠을 잔다 vs 잠이 든다
눈을 감는다는 것
졸음의 미덕, 낮잠의 미학
전철에서의 꿀잠이 말해주는 것
권력자의 밤은 어떤 빛깔일까

2장 때때로 잠은 평등하지 않다
24/7의 모던 타임스와 수면 불평등
한강의 기적과 사라진 밤들
심야 배송은 지속 가능한가?
전쟁의 트라우마 그리고 악몽
난민은 어디에 몸을 눕히는가
당신의 침실을 보여주세요

3장 불면과 화해하면 또 다른 밤이 온다
마음 위에 무엇을 올려놓을까?
후회와 자책으로 이불킥할 때
모멸감에 시달리며 뒤척일 때
잠들기 전에는 내려놓는다
숨결이 잠결이 될 수 있도록
불면증과 함께 살아가기

4장 잃어버린 밤을 회복하는 기술
어린 왕자가 하루 마흔세 번 석양을 본 까닭
저녁에 삶이 담기려면
태초에 밤이 있었다
잃어버린 밤을 찾아서
창의성이 반짝이는 시간으로
아침이 눈을 뜰 때

5장 잠을 돌려주는 사회를 향해
아이들의 등교 시간을 늦추자
산모에게 잠을 허하라
어른에게도 자장가가 필요하다
돌봄의 마음, 연민의 힘
잠들어 있을 때 드러나는 것들
사랑과 우정이 수면제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찬호
사회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 성공회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로, 사회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마을 만들기 현장 연구로 박사논문을 썼다. 현재 대학에서 문화사회학과 교육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다문화 사회, 노년의 삶, 자녀 양육, 마을공동체 등 여러 주제로 강의와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립청소년직업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모멸감』, 『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대면 비대면 외면』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등이 있다.
오랜 시간 불면을 직접 겪으며, 잠이 개인의 건강 문제뿐 아니라 한 사회의 구조와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임을 절실히 느꼈다. 왜 우리는 더 풍요로워졌는데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지, 왜 우리의 밤은 점점 짧아지는지에 대한 사유를 『무수면 사회』에 담았다. 불면이 지배하는 이 시대를 사회적 맥락으로 살펴보고, 그 안에서 점점 불안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며, 과연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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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잠을 줄여야 성공한다!”
압축 성장의 신화는 어떻게 우리의 밤을 빼앗았나

“잠이 오냐?”라는 말에는 한국 사회가 잠을 바라봐온 오래된 태도가 압축돼 있다. 할 일이 남았는데 잠을 자도 되느냐는 질책,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성실함과 의지의 증거로 여기는 문화다. 『무수면 사회』는 오늘날의 불면을 스마트폰과 카페인에서만 찾지 않고, 한국 사회가 성장해온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에는 100여 년 전 일본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밤잠을 빼앗긴 채 일했던 조선인 소녀 노동자들의 노동요가 등장한다. 이후 한국은 초고속 산업화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과 야근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고, 직장인들은 긴 통근 시간을 감수했으며, 청소년들은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의 경쟁 논리 속에서 잠을 줄였다. 저자는 한국이 경제적 풍요를 이루는 동안 시간의 가난, 즉 ‘타임 푸어’가 일상화되었다고 지적한다. 2016년 OECD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회원국 평균보다 31분 짧았다는 사실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역사는 오늘날의 심야배송으로 이어진다.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누군가는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누군가는 도로를 달린다.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에는 더없이 편리한 서비스지만, 그 편의를 가능하게 하는 야간 노동자의 수면과 건강은 어디에 놓여 있을까. 저자는 새벽배송을 단순히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대신, 소비자의 편익과 노동자의 건강, 기업의 효율과 사회적 비용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묻는다. “새벽은 상품이 도착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잠과 회복의 시간”이라는 문제의식이 이 책의 사회학적 시선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잠의 본질부터 수면 친화적 삶까지
가장 사적인 잠의 가장 사회학적인 얼굴

『무수면 사회』는 잠의 본질에서 출발해, 불면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조건과 마음의 구조를 차례로 따라간다. 1장에서는 잠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피며, 한국 사회의 수면 부족 문화를 되짚는다. 2장에서는 자본주의와 수면 불평등, 심야 노동, 전쟁과 난민의 밤을 통해 잠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분석한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지만, 밤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일자리, 소음과 빛 공해 등 열악한 주거 조건에 노출되기 쉽고, 여성은 일과 육아의 이중 부담으로 잠을 잃는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수면 불평등’의 문제로 읽는다. 잠을 개인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만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계급과 노동, 정치, 젠더 등의 격차가 밤이 되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어 3장에서는 밤마다 되살아나는 후회와 자책, 모멸감과 불안의 메커니즘을 살피고, ‘예정된 걱정 시간’ 같은 인지행동치료의 방법과 호흡·이완 등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저녁과 밤, 아침이 지닌 감각과 의미를 되짚으며 잃어버린 하루의 리듬을 회복하는 방법을 살핀다. 마지막 5장에서는 등교 시간, 산모의 수면, 돌봄, 연민, 사랑과 우정 등을 통해 수면 친화적 사회의 조건을 제안한다. 특히 한국 청소년의 밤은 입시 경쟁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책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은 약 5시간 32분에서 6시간 수준이며, 고등학생의 약 47퍼센트가 하루 6시간 미만을 잔다. 반대로 등교 시간을 늦춘 사례에서는 수업 집중도와 정서 안정이 개선되고 지각이 줄어드는 변화가 보고되었다. 개인에게 “일찍 자라”고 말하기 전에 학교와 사회가 실제로 잠잘 시간을 허락하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모의 수면 역시 개인의 육아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밤낮없이 깨어나는 신생아를 돌보면서도 회복할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핵가족화와 관계망의 약화로 돌봄을 혼자 떠안는 산모가 늘었다. 결국 “누가 잘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누가 안전하고 보호받는가”라는 질문과 맞닿는다.

잠을 빼앗고, 다시 잠을 판다
‘무수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시 밤을 되찾을 것인가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수면이 거대한 산업이 된 역설이다. 실제로 세계 수면 관련 의료·산업 시장이 750억 달러, 국내 시장 역시 3조 원을 넘어섰으며, 수면 클리닉, 수면제와 건강기능식품, 침구, 각종 슬립테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저자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가 한편에서는 사람들을 더 오래 깨어 있도록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빼앗긴 잠을 다시 상품으로 판매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수면 사회』가 개인의 책임을 사회 탓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불면 경험을 솔직하게 꺼내놓으며, 사회의 구조와 개인의 마음이 만나는 지점을 함께 들여다본다. 4장에서는 하루를 무한히 연장하는 24시간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저녁과 밤의 감각을 복원하고, 좋은 잠은 잠자리에 눕는 순간이 아니라 아침부터 준비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은 “오늘 몇 시간을 잤는가”가 아니다. 왜 쉬는 동안에도 불안한지, 나의 하루에는 낮과 밤을 가르는 경계가 있는지, 내가 누리는 편리함이 누군가의 밤을 희생시키고 있지 않은지, 서로가 안심하고 잠들기 위해 어떤 관계와 사회가 필요한지를 돌아본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수면 친화적 사회란 모두가 똑같이 일찍 잠드는 사회가 아니라, 각자의 몸이 요구하는 휴식과 회복이 존중받는 사회다. 『무수면 사회』는 우리가 어떤 속도로 일하고 소비하며 경쟁하고 돌볼 것인지 그리고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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