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다시 질문해야 하는가?”
학생들은 AI와 함께 글을 쓰고, 직장인은 AI로 보고서를 작성하며, 기업과 정부는 의사결정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AI가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다. AI가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지금, 우리의 자유와 노동, 민주주의와 복지, 그리고 이를 지탱해 온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이다.
이 책은 AI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제도의 문제로 바라본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대신, AI가 들어온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AI를 기술이 아닌 ‘사회과학의 질문’으로 읽다
AI는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할까? 딥페이크와 생성형 AI는 선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까? 반대로 AI는 갈등으로 무너진 공론장을 되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새로운 불평등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자유, 선거, 공론장, 노동, AI 리터러시, 복지국가, 환경 정치에 이르기까지 여덟 가지 질문을 통해 AI가 기존 사회 질서에 일으키고 있는 변화를 추적한다. 철학과 정치학의 논의부터 국내외 정책과 제도, 미국 노동 정치의 역사, 한국 근로자 2,5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까지 폭넓게 활용해 AI 시대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1장 〈AI는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는가?: 자유의 세 얼굴로 본 한국 사회〉는 이사야 벌린과 애덤 스위프트의 논의에 기반해 자유의 세 가지 갈래를 제시한다. 어떤 AI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민주적 판단의 문제라고 이 장은 결론짓지만, 바로 그 판단 능력을 지닌 시민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AI 시대 자유의 가장 무거운 역설이다.
2장 〈AI 시대, 우리는 선거를 믿을 수 있는가: 흔들리는 민주주의의 신뢰〉는 알고리즘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에 대해 물으며 미국과 유럽의 실증 연구, 세계 각국의 규제 실험, 그리고 한국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3장 〈갈등 해결의 AI: 공론장에서의 AI 활용 가능성〉은 정서적 양극화 속에서 사실상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공론장을 어떻게 다시 세울 수 있을지, 특히 AI가 제도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탐색한다.
4장 〈불안과 희망 사이, 한국 근로자가 본 AI〉는 미국·유럽연합·중국·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의 낙관론과 세계 최초의 진흥·규제 통합형 AI 기본법이 서로를 강화할지 침식할지가 앞으로 5년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5장 〈AI는 중립적인가: 미국 사례로 읽는 노동 재편의 정치학〉은 사람들이 AI를 어떻
게 인식하는가를 넘어, 왜 어떤 사회에서는 기술 변화의 비용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고 그 불만이 정치적 분열과 포퓰리즘으로 이어지는지를 미국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추적한다. 기술 변화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그 원인을 AI가 아닌 이민자나 경쟁국에서 찾고, 정치는 다시 재교육과 개인적 적응이라는 익숙한 답으로 도망친다. 미국의 경험은 한국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앞에 두고, 우리는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할 것인가.
6장 〈AI는 모두의 도구인가: AI 리터러시 불평등〉은 AI가 일상과 정치·뉴스 환경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지금, 사람들이 AI를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믿으며, 실제로 얼마나 활용하려 하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AI 리터러시가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이 아니라, 정보에 접근하고 판단하는 힘과 연결된 새로운 사회적 자원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보와 역량의 격차는 결국 국가의 복지 체계와도 연결된다.
7장 〈AI 시대, 복지국가를 둘러싼 기대와 질문들〉은 AI와 복지국가가 만나는 지점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정치적·윤리적 질문들을 다룬다. AI는 복지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시민을 더 정교하게 분류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8장 〈AI는 기후 위기의 해결사인가: 환경 정치의 오래된 싸움과 새로운 알고리즘〉은 AI 시대 환경 정치의 새로운 쟁점을 탐색한다. AI 시대에도 환경 정치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만, 알고리즘이 ‘친환경’을 정의하는 시대일수록,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AI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정의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었는지를 되묻는 판단력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AI의 미래가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갈 사회를 묻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인 동시에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며, 허위 정보를 확산시킬 수도 있지만 시민의 숙의를 도울 수도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시민을 더욱 정교하게 감시하고 분류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자체가 선한가 위험한가가 아니다. 누구의 목적을 위해, 어떤 가치와 원칙 아래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이다.
AI의 발전을 막을 수 있는가를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더 어려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속에서도 인간의 자유와 존엄, 민주적 통제와 사회적 연대를 지켜 낼 새로운 제도와 거버넌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서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과학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