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문학과 가장 멀어 보였던 아이들이
질문하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마침내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학 수업이란 결국 세상과 우리를 확장하는 과정
문학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아 간다. 작품 속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질문을 떠올리며 깊이 고민하고, 친구들과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소통하며, 꾸준히 글을 쓴다.
때로는 문학 작품을 수학과 물리학, 경제학의 시선으로 연결해 읽어 내며 참신한 성과를 이루기도 한다. 물리를 사랑하는 태영이는 ‘소설 「변희봉」을 읽으며 사라진 공에 대한 물리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준민이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며 1970년대 경제 지표와 철거민 이주 보조금을 분석해 소설의 빈곤을 입증하며, 중세는 희곡 「북어 대가리」를 소재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좌표 위에 치환해 성격 분석까지 해낸다. 문학에 깊이 몰입한 사람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독창적인 성과다.
시 수업 또한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되는가?’라는 질문(오래된 밈)에 ‘봄이 된다’라고 답하는 문학 교사와 인문 진로 희망 학생들(봄파), ‘물이 된다’라고 답하는 이공 전공 희망 학생들(물파)이 등장해 서로 의견을 개진한다. ‘봄파’와 ‘물파’는 함께 시를 읽어 가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 차이를 존중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 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문학 수업의 의미가 피어난다.
『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에는 문학을 통해 한 사람의 생각이 깊어지고,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는 과정이 잘 담겨 있다. 수업을 통해 배우는 이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저자인 두 교사 또한 학생들의 질문과 생각을 통해 교사 또한 배우고 변화해 간다.
초 단위로 답을 원하고, 스스로 깊이 생각하기를 내려놓는 AI 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AI가 답을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깊이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제는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서로 다른 생각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눈앞의 답을 어떻게 자기만의 관점으로 해석할 것인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저자들은 문학이 바로 그런 힘을 길러 준다고 믿는다. 문학은 하나의 정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한 문장을 오래 바라보게 하고,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 보게 하며, 서로 모순되는 생각을 함께 품게 한다. 무엇보다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내게 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문학 수업의 의미와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 속 ‘남고딩’들의 모습은 그 생생한 증거다. 문학과 가장 멀어 보였던 ‘남고딩들’이 문학을 통해 질문하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통해 과학과 기술이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고의 깊이와 상상력, 공감의 힘을 길러 주는 것 또한 문학의 중요한 역할임을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하는 힘, 표현하는 힘, 나와 너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 모두 문학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청준 작가에게 편지와 토론 보고서를 보낸 30여 년 전 학생들부터 융합적으로 문학을 재해석하는 지금의 학생들까지, ‘이렇게까지 신나게 문학에 빠진 소년들’은 생각이 깊고 다정하며 서로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남고딩’뿐 아니라 모든 청소년이 문학의 힘을 느끼는 존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최근 몇 년간 두 문학 교사와 남고딩들이 시와 소설을 함께 읽으며 나눈 ‘문학적 우정’과 성장의 기록이다. 문학 수업에서 벌어지는 작은 기적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연결하는지를 담은 이야기다. (이 책을 위해 본인의 이름과 문장과 표현을 싣도록 기쁘게 동의하고 출간을 기다려 준 우리의 ‘남고딩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은 문학 시간, 느리게 읽고 스스로 깊이 생각하며,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나의 제자들이다. 그 시절 너희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너희가 나의 문학이구나._22~23쪽
들키고 싶지 않았을 삶의 흐느낌마저 감싸 주지 못하는 공간의 서글픔을 아이들은 섬세하게 짚어 냈다. 그리고 이 짧은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긴 여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에 이어진 남다른 장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벽이 숨겨 주지 못해 새어 버린 슬픔을, 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청년들이 연대와 위로로 받아 안아 준 것이다. 슬픔을 통과시켜 버린 벽은 그렇게 서로를 맞닿게 하는 통로가 되었다._ 39쪽
“지금 저희가 벌써 소설을 여섯 편째 연속으로 꼼꼼히 읽고 있잖아요. 확실히 뭔가 단련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근육 같은 거.” 이 말은 그날 수업의 모든 것을 대신했다. 문학적 근육이 생기기 시작한 우리 아이들이, ‘창’이 보여 주지 않는 진실을 찾아 달려가고 있다. 소설의 결말 이후 그들은 한층 단련된 ‘근육’의 힘으로 진실과 허위에 대한 열렬한 토의를 나누게 된다. 소설 「댈러웨이의 창」은 이제 중반부를 넘어서고 있다._76쪽
아이들은 생각보다 고전(古典) 읽기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갖고 있다. 첫 몇 쪽의 진입 장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책을 던져두는 경우가 대부분일지라도, 지적·감성적 성장이 한창인 열여덟 살의 시선은 책장을 외면하진 않는다. 그들의 몸과 영혼은 피시방과 운동장을 지극히 사랑하지만, 때로는 축구공이 넘나드는 바로 그 운동장에 벌렁 누워 책을 읽기도 한다. 그들의 낭만이다. “별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해요. 언젠가는 『코스모스』를 꼭 다 읽고 싶어요.”_121~122쪽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라는 선생님과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라는 아이들의 시 수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걸 ‘봄파’와 ‘물파’라고 불렀다. 숫자상으로는 ‘물파’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금은 문학 시간이다. (‘봄파’여, 단결하라.) 대표적 ‘물파’는 과학 중점 학급을 비롯한 이공 계열 전공 희망 아이들이다. 입력값에 따라 출력값이 딱 떨어지는 로봇 모드의 ‘물파’ 아이들과의 시 수업은 매번 파란만장했다. 소설과 달리, 할 말을 아끼는 시 앞에서 로봇들은 종종 오류를 일으켰다. 시와 남고딩은 닿을 수 없는 이편과 저편에 서 있는 듯했다._142 쪽
섬세한 부분까지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었고, 해석의 차이로 장시간 난상 토론이 벌어져 모두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나중엔 지쳐서 본인들이 “인제 그만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 봅시다!” 했지만.) 아이들은 혼자 읽었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질문을 공유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친구들의 감상에 귀 기울이고, 각자의 언어로 시를 이해했다. 「꽃피는 시절」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아픔의 시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함께 피워 내는 눈부신 시간, 그 아름다운 시절의 기억으로 남았다._169~170쪽
상준은 어떤 활동에서든 늘 직접 실험을 설계하는 자타공인 ‘실험맨’이다. 이기호의 소설 「옆방 남자 최철곤」을 읽고 그가 주목한 것은 ‘벽을 타고 넘어오는 소음’의 실체였다. 그는 스티로폼 상자로 소설 속 공간을 재현한 ‘최철곤의 방’을 직접 제작하고, 주파수 발생과 측정 앱을 동원해 정밀한 실험에 착수했다. 주파수에 따라 벽 너머로 전달되는 소리의 크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일일이 측정하며, 소음을 줄일 실질적인 답을 물리학적으로 찾아 나선 것이다. 과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답게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그 가설을 증명해 내는 상준의 집요한 연구는, 지켜보는 친구들에게도 신선하고 강렬한 지적 자극이 되었다._ 257쪽
양선형 작가의 그 귀한 말로 문학 교사인 우리와 함께한 수많은 제자, 서로가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어 준 아이들, 그 모든 관계가 문학이라는 매개로 누군가의 세계에 가닿아 손을 맞잡는 ‘우정’이었고, 타인을 귀하게 여기며 그 마음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대는 ‘돌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읽은 수많은 시와 소설 또한 언젠가는 그들의 삶 속에서 저마다의 진동으로 울릴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문학적 우정의 시간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진동이 되어 누군가의 영혼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_2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