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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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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안개거리와 빵가게 사이
열리는 문: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나온 찢어진 비둘기, 구름을 쪼며 질주하는 잉크빛 혈관 ―?이번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강이 흐릅니다 / 입구 / 나비잠 / 안개거리와 빵가게 사이 / 유리공원 / 토마토 / 처녀들 / 안경을 벗은 당신, / 꿈꾸는 지하철 3호점 / 좁은 문 / 야행성 / 노란 약을 파는 가게 / 잠 없는 잠 / 한 아이가 거울을 보며 울고 있네
2부 서 있는 의자
앵무새 一家 / 아버지는 주무신다 / 새장 속의 혀 / 배꼽 ― 관계에 대한 고집 / 데칼코마니―관계에 대한 고집 / 사진놀이 / 지붕 위의 학교 / 물고기 연인 / 사각의 눈 / 낙원 ― 관계에 대한 고집 / 哀人 ― 관계에 대한 고집 / 거울놀이 / 녹색 원피스의 여자를 바라보는 / 옷걸이에 걸린 도마뱀 꼬리들 / 탱크로리 / 서 있는 의자 / 토크-쇼 ― 관계에 대한 고집
3부 세상에서 하나뿐인 수리공 K의 죽음
산책 / 세상에서 하나뿐인 수리공 K의 죽음 ― 8요일 / 붉은 꼬리가 있는 풀밭 ― 8요일 / 마술피리 ― 8요일 / 자전거와 소나무 숲 / 물 위의 산책 / 사소한 새벽 / 들어가는 사람 / 20031010 / 키스 / 램프 / 사방연속물결무늬 / 사라진 지도 / 가벼운 탄주 ― 아침의 나라 / 가벼운 탄주 ― 화살의 나라 / 히프노스의 나무상자
4부 계단을 오르는 사과나무
H / 환상수족 / Sand-wich / 밸브 / 검은 수레바퀴 / 검은 나비 / 못 / 계단을 오르는 사과나무 / 공기무덤 / 하루치 / 뫼비우스가 사라진 뫼비우스 맵 / 이야기 / 닫히는 문: 지문 자국을 훔치려 허리를 굽힌 만삭의 계단, 나선형의 배 속에서 유영하는 새들 ― 다음 정차역은 천 일 후에 도착합니다
해설 색채의 배합에 대한 연구_ 허윤진
기획의 말
저자 소개
저자 이민하는 196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2000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모조 숲』이 있다. 2012년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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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대상을 투과해 자신을 내보이는 투명한 유리구슬의 눈을 가진 시인
‘색채’라는 추상을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형식으로 조명해내는 조형예술가의 생애
“말놀이로 세계건축의 기초공사”를 마쳤다고 평가받는 시인, 언어의 의미 질서를 따르지 않고 감각적 이미지의 질서를 따라 문장을 완성하는 시인, 이민하의 첫 시집 『환상수족』은 2005년 출간된 이후 변용과 왜곡 그리고 환상 체험이라는 ‘언어의 착란’을 통해 상식과 질서의 세계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가공된 시적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의 시 세계와 만나는 시발점이 되어주었지만 ...
대상을 투과해 자신을 내보이는 투명한 유리구슬의 눈을 가진 시인
‘색채’라는 추상을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형식으로 조명해내는 조형예술가의 생애
“말놀이로 세계건축의 기초공사”를 마쳤다고 평가받는 시인, 언어의 의미 질서를 따르지 않고 감각적 이미지의 질서를 따라 문장을 완성하는 시인, 이민하의 첫 시집 『환상수족』은 2005년 출간된 이후 변용과 왜곡 그리고 환상 체험이라는 ‘언어의 착란’을 통해 상식과 질서의 세계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가공된 시적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의 시 세계와 만나는 시발점이 되어주었지만 잠시 독자들 곁을 떠나 있어야 했다. 이어서 나온 시집과 만나는 사이에도 그 아쉬움이 커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을 통해 재회의 기회가 마련되었다. “유리가루 같은 바람이 가볍게 흩날”리고 “햇살이 죽창으로 생살을 헤집는 날”에 “솔숲 사이로 바람이 싹뚝” 잘려 나가는 듯한 황량하고 스산한 세계인식과 그것의 반향으로 뒤따르는 섬뜩한 상상은 그녀만의 고유한 시 세계라 할 만하다. 수동적인 수용과 이에 반해 어쩌면 과도할 수 있는 극한의 상상은 “손을 대면 사라지는 한 칸의 유리”를 대하는 듯한 조심스러움과 “시간을 탕진하고 싶을 만큼”의 절망감과 “끝없이 즙을 짜내는 양파 같은 눈”과 눈물을 가진 시인의 조건적 상태와 같다. 지금 이 순간 『환상수족』을 다시 만나 여리지만 날 서고 가볍지만 강렬함을 지닌 시인을 투과해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어제와 오늘을 따로 구분하지 못하고 상식과 비상식이 뒤바뀐 오늘을 낯설고 새롭게 마주하는 일과 같을 것이다.
‘보다’와 ‘보이다’
이민하의 시에서 대상 사물과 사람과 자연은 “인간이라는 틈으로 빨아들이는 대신 인간이 자연이라는 광막함 속으로 빨려나가는데(허윤진)”, 이러한 ‘자리바꿈’의 시적 기법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관습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의심하게 하며 시를 매우 이질적이고 생경한 환각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녀의 비유가 관습적인 자리 대신 다른 대구 항을 마련하는 것은 시인의 세계인식이 모두 그러한 역학 구조 안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보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바깥을 본다. 하지만 이 ‘보는 행위’는 망막에 비치는 상이 뇌에서 인식되는 구조가 아닌, 그대로 투과해 비추는 ‘보여지는 행위’이다. 이때 그녀가 하는 일은 “발꿈치를 들어 눈높이를 조절”하는 것뿐이다. 그러한 수용과 수동은 “당신을 한 아름 꺾어 내 몸에 꽂았네. 꺾인 당신은 웃었고 나는 피를 흘”리는 결과를 남긴다. 그러나 이 시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애인(당신)은 웃고 나는 우는 모습이 아니라 허허롭게 웃고 있는 시적 화자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을 놓아버림으로써 지키는 이민하 시인만의 힘이고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인간으로서의 시인이 대상을 자기쪽으로 불러들여 규정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대신 대상 쪽으로 달려가 산포(散布)되려 하는 것은 그녀가 지극히 타자 지향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것은 인간으로서나, 예술가로서나,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능력이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완성할 수는 없는 능력이다. 타자를 향해, 타자 안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은 일종의 자살이과 자발적인 죽음인데, 모든 인간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능동적인 자기 부정과 자기 소멸이 가지는 역사적 희소성은 시인의 존재를 고상하고 고귀하게 만든다.” 허윤진(문학평론가)
‘사랑’ ― 관계에 대한 고집
이 시집을 관통하는 보고, 보이는 관계의 근거는 사랑에서 비롯한다. 어떠한 관계에서의 역학처럼 ‘사랑’의 관계는 타자가 가져다줄 나의 유익을 모두 포기하고 타자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데서 오는 고상한 희열이라 할 수 있다. “볕 좋은 창가에서 죽었던 의자” “새파랗게 죽어서 영원히 사는 의자”로 남는 일은 일차적 느낌처럼 비루한 일만은 아니다. 볕이 있으며 영원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제로의 관계는 제로의 무관계이고 이 무관계가 또 관계입니다. 무엇이나 소통될 수 있는 관계는 무엇이나 소통될 수 있는 무관계이고 이 무관계가 또 관계입니다. 나는 죽음을 이야기 합니다. 아니 삶인가요? (「토크―쇼 ― 관계에 대한 고집」 부분)
수신되는 “언어를 매달고 피아노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은” 언제나 “아직 방전되지 않은 눈을 헐떡거린다”. “암실을 통과한 두 개의 유리알” “상처 난 눈과 상상하는 눈을 전구처럼 갈아 끼는 우리의 모든 날은 생일”과 같다. 매일매일 자신을 지우고 타자와 바깥을 받아들이는 시인은 매일 죽지만 매일 다시 태어나므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멀리서 보면 무한한 허공을 종횡무진하는/한 점 먼지 알갱이”이지만 “둥둥둥둥 달”려보고 싶은 시인의 생일이 아닐 수 없다.
나룻배를 한 척 샀어요
강을 건너는 일보다
굽이를 따라 흐르는 일이 많았어요
[……]
나는 나룻배대신 내 몸을 조금씩 지불했어요
내 몸은 점점 가벼워져
소문이 되었다가 전설이 되었어요 (「물 위의 산책」 부분)
■시인의 말
약을 밀매하고 언어라는 부채를 끌어다 사들인 지우개들이여.
나의 꼬리뼈는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수족을 절단하는 효능에 대해서라면, 그것도 빨간 거짓말.
이제 너희들의 멍에를 풀어줄게.
호수에 빠진 달의 꼬리, 나는 내 몸에서 흘러나온 호수의 딸.
사랑하는 그에게만은 이 첫 時集을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2005년 6월

무덤을 옮기려고 관을 다시 짰다
낯선 시간 속에서
사라진 손가락들이 내 방을 옮겼다
낯선 詩間속으로
2014년 12월
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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