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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작가의 말
서곡
여울목
분신
야생화
발아
날꿈
추락
인연
암울
별이 된 영혼
향수
운명
열정
승화
저자 소개
저자 : 하빈
1946년 경남 거제에서 출생. 2004년 『문학세계』 수필, 2011년 『아동문예』 동시로 등단. 2013년 동시집 『수업 끝』, 2014년 동시집 『진짜수업』, 2017년 산문집 『꼰대와 스마트폰』, 2021년 동시집 『바다수업』, 2023년 수업 시리즈 제4탄 동시집 『마지막 수업』 등을 발간 하였다. 공모전 12회 수상, 월간지에 아동, 청소년 칼럼을 7년간 연재하였으며 초등교, 지역아동센터에서 동시 강의를 하였다. 현재 부산남구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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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하빈 작가의 『낙조의 선택』은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고백도 못 해본 사춘기 시절의 짝사랑을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적당히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뒤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무엇을 이루었는지 알 수 없는 공허한 중년에 이른 남자 현석. 그리고 가족을 버린 아버지와 비극으로 끝난 첫사랑으로 인해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끌어안고 자존감으로 버텨내던 중 운명처럼 닥쳐온 금지된 사랑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여자 유정.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이유가 없는데, 그들이 찾는 사랑의 의미에 정답은 있을까. 과연 그들이 선택한 그 사랑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진부한 것이 되어버린 요즘 시대에, 이 소설은 세상이 내팽개친 순수한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와 진실을 찾아가는 복고적 연애소설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언젠가 ‘사랑학개론’이란 제목으로 4부에 걸친 제법 긴 산문을 쓴 적이 있다. 써만 놓고 어디에도 발표한 적은 없었다. 너무나 거창한 주제를 너무 쉽게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때 내 딴엔 꽤 진지하게 여러 사랑의 형태와 사랑의 진실에 대해 생각하고 감히 규명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했다. 그때의 나의 생각을 소설을 통해 세상에 내놓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의 주장에 독자가 공감하든 안 하든 할 말을 하고 싶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우리 인간에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너무나 큰 명제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많이 다루어 온 진부한 스토리로 여겨서 그런지 요즘은 사랑을 테마로 한 소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너무 큰 테마를 어설픈 풋내기가 감히 다루어 보겠다고 겁 없이 나선 것이다.

문학을 하기 위해 문예창작아카데미를 다녔다. 12주 정규 과정을 마치자 교수께서 시 10편 소설 1편의 숙제를 내셨다. 시는 이럭저럭 편수를 채웠는데 소설을 쓰자니 막막했다. 그때 교수님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소설이 잘 안 써질 때는 자신의 비밀 얘기나 부끄러워서 못했던 얘기, 또는 세상에 대고 하고 싶은 얘기를 쓰면 된다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써보니 글이 술술 잘 쓰였다. 그렇게 쓰인 것이 분량으로는 중편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후 다른 장르, 예컨대 수필 시 동시 시조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소설은 잊혀졌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옛날의 숙제, 소설이 생각났고 그때 그 숙제가 이 장편의 기초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쓰는 과정은 상당한 수련을 거쳐 단편을 써서 잡지나 신문에 응모하여 등단을 하고 어느 정도 글을 써내는 근육이 생기면 그때 장편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비해 아무런 준비운동도 없이 한달음에 장편 『낙조의 선택』을 발표함에 염려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형편없는 작품은 아니었는지 문화재단의 창작지원을 받게 되어 이 황당한 스토리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어느 장르에서든 남들과 다른 뭔가가 있어야 주목을 받게 마련인데 그런 점에선 나의 이 스토리는 낙제점일지 모른다. 다만 독자께서 내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잊혔던, 잃어버렸던 소중한 뭔가를 다시 찾은, 그런 공감을 가지길 바랄 뿐이다.


책 속에서

‘내 꿈속에는 날마다 도라지꽃이 핍니다. 도라지꽃 그대, 영원한 나의 위안이여!’ 익숙한 엄마의 읊조림이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따스함이 퍼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 시 구절은 꿈의 잔혹한 기억과 겹쳐졌다. 꽃밭에서 쓰러진 엄마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원한 것도 아닌데 자기에게로 왔던 나비. 엄마의 위안이었던 도라지 꽃밭이 왜 유정에게는 미안함과 죄책감의 공간으로 변모했을까.
--- p.15~16

꿈같은 하루가 저물고 있다. 분명 평소와는 결이 다른 하루였다. 내 평생에 이토록 아름다운 하루가 있었던가? 이 설렘의 정체는 무엇인가? 자기를 둘러싼 온갖 인과관계를 온전히 망각하고 오직 두 사람만의 시간 안에 임하였던 하루가 아닌가! 나에게 어떻게 이런 시간이, 이런 감정이 가능했던가. 현석으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느껴보는 초록초록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현실 같지 않았던 잔잔한 흥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중년의 시간이다. 중년의 인과관계가 얽히고설킨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시간으로 복귀해야 하는 나는 분명 중년이다. 현석은 ‘중년은 슬픈 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현실로 돌아가고 있다.
--- p.163~164

흐려오는 시야 속으로 5월의 햇살 아래 라일락이 피어 있다. 그 사이로 한 소녀가 걸어온다. 투명한 미소를 지으며 현석을 향해 걸어온다. 형언할 수 없는 비애가 싸- 하고 텅 빈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현석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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