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일리아스』 이후, 『오디세이아』 이전
거대한 이야기의 사라진 연결고리
우리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알고 있는 트로이 전쟁은 사실 한 작품에 모두 담겨 있지 않다.
고대에는 『일리아스』 이후를 노래한 『아이티오피스』, 『소일리아스』, 『일리우 페르시스』, 『노스토이』 등의 서사시가 존재했지만 대부분 소실되었다.
수백 년 뒤 퀸투스 스미르나이우스는 『일리아스』가 멈춘 곳에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 열네 권에 걸쳐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국면을 하나의 서사로 남겼다.
그래서 『포스트호메리카』를 읽는다는 것은 『일리아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뒤에도 계속되고 있었던 전쟁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아킬레우스는 어떻게 죽었는가?
대아이아스는 왜 죽음을 선택했는가\?
파리스는 어떻게 최후를 맞았는가?
트로이 목마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트로이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일리아스』가 끝내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어렵고 낯선 고대 서사시를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 책은 『포스트호메리카』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옮긴 완역본은 아니다.
퀸투스가 남긴 열네 권의 사건과 순서를 중심에 두되, 수많은 인물과 반복되는 전투, 복잡한 계보와 긴 비유 속에서도 오늘의 독자가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문장을 풀고 장면을 정리했다.
또한 트로이 전쟁의 흐름과 주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책 뒤에는 사건표, 인물 사전, 가문·신·인간 관계도, 이름과 표기 안내, 서로 다른 전승에 대한 설명, 원전 및 참고문헌 등을 수록했다.
그리스 신화의 수많은 이름을 처음부터 모두 외울 필요는 없다.
헥토르는 죽었다.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 장면에서 시작하면 된다.
"호메로스가 이야기를 멈춘 자리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트로이 전쟁에는 가운데가 비어 있었다.
『포스트호메리카』를 처음 접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단순한 사실 하나였다.
트로이 목마는 『일리아스』에 나오지 않는다.
아킬레우스의 죽음도, 파리스의 최후도, 트로이의 함락도 없다. 『일리아스』는 헥토르의 장례에서 끝난다. 그때도 트로이는 여전히 서 있고, 아킬레우스와 파리스는 살아 있으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트로이 전쟁 하면 떠올리는 수많은 장면은 사실 『일리아스』의 마지막 페이지 뒤에 남아 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는 어디에 있었을까?
고대에는 『일리아스』 이후의 전쟁을 노래한 여러 서사시가 존재했지만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리고 수백 년 뒤, 퀸투스 스미르나이우스는 『일리아스』가 끝난 바로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시간을 열네 권의 서사시로 이어갔다.
헥토르를 잃은 트로이 앞에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가 나타나고, 멤논이 뒤를 잇는다. 아킬레우스는 마지막 전투를 치르고, 그의 죽음은 대아이아스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들이 사라진 전장에는 그들의 아들들이 들어서고, 마침내 목마가 만들어지며 트로이는 마지막 밤을 맞는다.
이 책을 엮으며 더욱 선명해진 것은 『포스트호메리카』가 단순히 ‘트로이가 어떻게 함락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 다음 사람의 운명을 부르고, 한 세대가 사라진 자리를 다음 세대가 채우며, 끝내는 사람뿐 아니라 도시 자체가 사라지는 이야기.
우리는 이 긴 서사를 단순한 줄거리 요약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대 서사시 특유의 반복과 복잡한 계보를 그대로 옮겨 오늘의 독자에게 견디라고 요구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퀸투스가 남긴 열네 권의 사건과 순서를 중심에 두고, 반복되는 전투와 계보, 긴 비유와 설명은 흐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리했다. 대신 인물의 죽음과 선택, 신과 인간이 얽히는 장면, 앞에서 예고된 운명이 뒤에서 되돌아오는 순간들은 가능한 한 살리고자 했다.
이 작업은 오래된 이야기를 현대소설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독자가 그 오래된 이야기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에 가까웠다.
『일리아스』의 마지막 페이지와 『오디세이아』의 첫 페이지 사이.
그곳에는 아킬레우스의 마지막 전투가 있고, 대아이아스의 비극이 있고, 아버지의 갑옷을 입은 아들이 있으며, 트로이 목마와 카산드라의 경고, 그리고 한 도시의 마지막 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를 ‘『일리아스』 이후, 『오디세이아』 이전의 이야기’라고 붙였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이야기였다.
『포스트호메리카』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