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제로'는 부끄러운 자리가 아닙니다
제목의 '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컴퓨터공학 지식도, 수식을 푸는 능력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명령어와 파이썬 코드는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코드는 자료실에서 내려받아 그대로 복사해 쓸 수 있고, 어떤 명령이 무슨 일을 하는지만 알면 자기 목적에 맞게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습니다.
대신 이 책이 요구하는 능력은 따로 있습니다. 한 문장을 천천히 읽는 힘, 비슷한 표현의 차이를 알아보는 눈, 인물이 누구에게 어떤 말투를 쓰는지 알아차리는 감각. 이미 갖고 있는 것들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최고의 교재가 됩니다
이 책의 최종 프로젝트는 좋아하는 캐릭터의 말투와 관계, 가치관과 세계관을 분석해 실제로 대화하는 AI 튜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캐릭터를 오래 들여다보면 보입니다. 그가 쓰는 1인칭, 문장 끝의 습관, 농담을 멈추는 순간,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거리감. 이렇게 읽어 낸 것들이 AI가 따를 규칙이 되고, 마침내 내 노트북 안에서 하나의 페르소나가 말을 겁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AI를 정교하게 만들려 할수록 사람은 원작을 더 천천히, 더 여러 번 읽게 됩니다. 팬으로서의 애정이 정독의 동기가 되는 것입니다.
실패하는 과정까지 함께 실습합니다
AI는 없는 사건을 지어내고, 인물 관계를 거꾸로 읽고, 사용자의 말에 지나치게 맞장구치며, 긴 대화 끝에 캐릭터의 목소리를 놓칩니다. 이 책은 그 어긋남을 감추지 않고 정면으로 다룹니다.
무엇이 틀렸는지 찾아내고, 어느 층의 설계가 원인인지 추적해 고치는 과정을 저자는 인문학적 디버깅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디버깅하는 것은 AI만이 아닙니다. 내가 그 인물을 어떻게 읽었는가, 인상적인 한 장면을 성격 전체로 일반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나 자신의 해석도 함께 점검하게 됩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애니메이션·만화·게임·라이트노벨을 좋아하고, 최애 캐릭터를 AI로 구현해 보고 싶은 분
- 문학·역사·철학·언어학·문화학 전공자와 외국어 전공자
- 생성형 AI를 처음 써 보거나 코딩 경험이 거의 없는 분
- AI를 일본어 학습·번역·통역·어휘 공부에 제대로 활용하고 싶은 분
- 생성형 AI 활용 수업이나 프로젝트형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자
- 클라우드 AI를 넘어 내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로컬 AI까지 경험해 보고 싶은 분
일본어 예문에는 원문과 한글 독음, 한국어 뜻을 모두 실었습니다. 일본어를 전혀 몰라도 전체 논지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