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1부 「짧은 생각들」에서는 인생, 행복, 괴로움, 시간, 사랑, 예술, 삶과 죽음 등 폭넓은 주제를 아우른다. ‘세상은 있기 나름이 아니라 생각하기 나름이다. 세상은 자기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라며 흔들리지 말고 자기 주관으로 세상 살기를 말한다. 또한 ‘시간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간을 만들어 써라’라며 시간 없다는 변명으로 시간을 버리지 말고 자신의 시간을 만들라고 한다. ‘모든 자유가 용인될 수 있어도 자유를 말살하는 자유만은 용인될 수 없다’라며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다.’ 사람에게 죽음이 없다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그 영생의 고통은 잠들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영원한 불면증의 고통과 같다고 말한다. 결국. 사랑을 하고, 예술을 즐기고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맞이하는 고귀한 죽음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것.
2부 「나는 누구냐」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와 의식의 궤적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생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그는 짧은 문장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인간적 위엄을 유지하고자 하는 담대한 태도를 견지한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또 있을 필요가 없다. 나 하나로 족하다.’ 그러면서 다시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한평생 언론인으로서 거쳤을 그의 노정에 따른 결기가 느껴진다.
‘어릴 적 모래성을 쌓던 바닷가에서 수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돌아온 옛 소년은 세상에서 주워 온 우화들을 조가비처럼 진열한 것이다’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던 소년이 나이를 먹어가며 얻은 인생의 자각. 곧 인생과 고독과 죽음과 문학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우리 각자의 삶을 반추하고, 선명하게 나 자신과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김성우는 언론인으로서 파리 특파원, 편집국장, 논설 고문 등을 거치며 44년간 외길 기자 인생을 살아온 한국 언론의 산증인이다. 지성에 대한 갈망으로 세계 문인들의 문학적 토양이 되는 장소들을 방문하고 기록한 『컬러 기행 세계문학전집』은 지금도 우리 언론사의 대표적인 연재물로 남아 있다.
저자의 말
모랄리스트의 신풍을 위하여
세상이란 어떤 곳인가, 인간이란 어떤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만인(萬人)의 만문(萬問)에는 만답(萬答)이 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을 우문이라고 한다.
세상은 있기 나름이 아니라 생각하기 나름이다.
세상은 자기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
나 없이 세상은 없다.
나는 평생 생각했다.
나는 하루 한 줄씩 생각하고 하루 한 줄씩 일기처럼 썼다.
누군들 생각하지 않으랴.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고 표현하는 양식이 다를 뿐이다.
세상은 정면으로 쳐다보면 태양을 쳐다보듯 보이지 않는다.
“누이의 어깨 너머 누이의 수틀 속의 꽃밭을 보듯 세상은 보자.” [서정주, 「학」]
다면체인 세상은 평면적인 채색으로는 그려지지 않는다.
무수한 색점들을 병치시킨 인상파의 점묘 화법으로 세상
의 인상을 스케치한다.
단편(斷片) 속에 전경(全景)이 있다.
단답 속에 명답이 있다.
문약의광(文約意廣)이라 하고 미언대의(微言大義)라 한다.
글은 간략하되 뜻은 넓고, 말은 미미하나 뜻은 크다.
글이 짧을수록 생각은 길다.
“정확한 것은 짧다.” [조제프 주베르, 『팡세』]
시를 산문으로 쓴다.
산문을 시보다 짧게 쓴다.
아포리즘 형식은 인삼 엑스 같아서 물을 타지 않으면 입에 쓰다.
태초에 단장(斷章, fragment)이 있었다. 탈레스 등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은 모두 단장 작가였다. 인류의 원초적 사색들은 1, 2행짜리 단장으로 기록되었다. 『구약성서』의 「잠언」이나 「전도서」의 잠언들도 단장 형식이다. 동양에서는 공자도 노자도 소크라테스 이전의 사상가들이었고, 『노자』가 단장집임은 물론, 『논어』 등 제자백가서가 모두 단장의 보고다.
내가 라로슈푸코를 발견한 것은 나의 신대륙이었다. 몽테뉴의 『수상록』 이후 파스칼의 『팡세』로 이어지는 프랑스의 모랄리스트(Moraliste) 문학은 특히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에서 주로 짧은 잠언 형식으로 만개되었고, 이것이 라브뤼예르, 보브나르그, 샹포르, 주베르 등으로 계승된다. 모랄리스트 문학은 인간의 본성과 심리와 습속을 예리하게 분석·탐구하여 신랄한 풍자와 현란한 수사로 극도로 응축·조탁된 간결하고 함축 있는 문장 속에 표현한다. 인간론·인생론의 잠언들과 함께 포르트레(Portrait)라 하여 작자 자신 등 여러 인물들을 소묘하면서 인간 일반의 성격 묘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에 이른 단장의 전통이 인간을 재발견한 르네상스와 함께 재발견된 것이다.
“프랑스의 대작가들은 다소간에 다 모랄리스트다.” [발레리] 프랑스의 영향으로 구미의 다른 나라들에도 모랄리스트는 산재한다. 우리나라에는 모랄리스트의 문풍이 없다. 이 단장집은 우리나라 모랄리스트의 신풍을 위한 한 모형이다.
욕지도‘돌아가는 배’에서
김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