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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부 맛의 풍류
노포와 귀신, 혁명과 사랑
봄의 쓴맛과 맑은 맛
바람의 맛을 더해서
우리 술 유람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불 맛 처방전
최고의 조합과 적정 온도
한 입 크기의 여행
밤에만 맛볼 수 있는

2부 멋의 풍류
박물관과 토템
소설 수업 후, 궁궐 속 미술관에서
개화 관찰기와 봄꽃 시향기
꽃놀이의 끝자락, 극락 이미지
도서관 나들이와 숨은그림찾기
'난이도 하'의 서울 산행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가을이 품은 빛
가상의 노스탤지어가 울릴 때

3부 흥의 풍류
초심자의 행운과 여름 축제
독대를 신청합니다
대모험 혹은 순성놀이
달구경과 장 구경 사이에
한강에서 마음껏
올해의 발견과 논알코올 칵테일
흥이 맞는 벗과 함께
농담과 버킷리스트

인용한 책
참고한 책과 전시
풍류 스폿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은모든
소설가이자 자타 공인 봄꽃 애호가. 2018년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한 사람을 더하면》 《세 개의 푸른 돌》,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 중편소설 《안락》, 소설집 《오프닝 건너뛰기》 《선물이 있어》 《꿈과 토템》 등이 있다. 스몰토크에 서툴지만 미듐토크나 라지토크에는 강한 편. 그 사람이 풍류를 좀 알지, 하는 평을 들으며 나이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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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바람처럼 물처럼, 멋스럽고 운치 있게,
풍류 아는 소설가의 유유자적 서울살이
★이다, 김서울 작가 추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K콘텐츠의 중심지 서울. 이 팔색조 도시에서 우리는 대체로 ‘살아남는’ 법에 골몰하느라 ‘살아가는’ 법을 잊고 지낸다. 은모든 작가는 묻는다. 곁에 있는 작은 즐거움조차 누리지 못한다면, 모든 고된 일들을 어떻게 지속해나갈 수 있겠느냐고. 군산에서 자라 서울에 뿌리내린 그에게 서울이야말로 가장 ‘잘 놀’ 수 있고, 응당 누려야 하는 곳. 계절을 감각하고, 예술을 음미하며, 벗과 온기를 나누는 도시다. 아등바등 살다 보니 정작 어떻게 서울을 즐겨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펼쳐 은모든 작가에게 ‘서울 풍류’를 한 수 배워보면 어떨까.

21세기 서울에서 ‘풍류’를 논하다
멋스럽고 운치 있게 서울을 감각하는 법

이 책은 ‘풍류’라는 오래된 개념을 빌려와 지금 서울의 ‘맛’과 ‘멋’과 ‘흥’을 이야기하며, 멋스럽고 운치 있게 서울을 감각하는 법을 알려준다. 소설가가 서울에서 글을 쓰고 가르치며 쌓아온 이야깃거리들이기도 하다. 은모든 작가는 2018년 《애주가의 결심》으로 데뷔한 후 《세 개의 푸른 돌》,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꿈과 토템》, 《안락》 등 열두 권의 단행본을 펴낸 꾸준함의 비결을 ‘잘 놀기’에서 찾는다. “잘 노는 일에 관해서라면 며칠이고 떠들 자신이 있는데, 그 안에는 서울의 존재감이 제법 크다”(10쪽)고 작가는 말한다. 봄이면 창경궁을 찾아 평상에서 매화를 즐기는 일, 여름날 한강 변 밤 산책과 야장에서 마시는 맥주는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루틴이다. 찬바람이 나면 운치 있는 노포 몇 곳을 찾고 멋들어진 뮤직바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들른다. 미술관들과 소극장, 전통시장, 거리 예술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세상 구경을 하며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는 것. 새로운 공기를 들이쉬고, 모르고 지내던 리듬을 타보기도 하면서.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담고 있는 서울 힙, 아니 서울 풍류다.

대화와 산책의 소설가, 은모든 첫 에세이
놀며, 쓰며, 꾸준히 계속해온 8년간의 창작 일기

이 책은 은모든 작가가 무언가를 계속하고자 마음을 쓰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 몇 년간 소설 창작 수업을 해오면서 느낀 점과 창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들을 담았다. 오랜 시간 신춘문예에 도전하며 지금까지 몸에 밴, 주변을 감각하며 영감을 얻는 방법, 계속 쓰는 일과 잘 노는 일을 연결하고자 하는 진지한 모색의 과정과 그 단상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즐기며 감각하고 채집한 것이 삶과 글쓰기에 연결되는 방식, 그리하여 내가 나로 사는 일이 편안해지는 화해의 감각이 이 책 속에 있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 장단점이 있을 테지만, 초여름 창신동 언덕배기 동네에서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작가는 비로소 지금의 풍경을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스로 어딘가 모나고 별스럽다고 느끼지만 누군가와 연결되는 드문 일을 기대하고, ‘내가 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더 넓게 품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266쪽).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고 정답 없는 세상. 이토록 넓은 서울에서 당신은 누구를 벗 삼아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느냐고, 작가는 묻는다.

추천사

이다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작가)
풍류란 무엇인가?(두둥-탁!) 이 책을 보고 ‘풍류’라는 단어를 직접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멋진 개념을 왜 과거의 것으로만 생각했을까? 모든 것에 ‘힙’을 갖다 붙이는 세상에서 은모든 작가는 유쾌하게 ‘풍류’를 이야기한다. 작가가 말하는 풍류란, 지금 내가 있는 시간과 장소를 호사롭게 즐기는 것.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곳에서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울 힙, 아니 서울 풍류다. 지금 바로 이 책의 코스를 따라, 나도 한번 서울 풍류를 즐겨볼 테다.

김서울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작가)
맛따라 멋따라!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 말이 아닐까. 은모든 작가는 옛 풍류가를 연상케 하는 단단하고 자유로운 문장으로 계절과 생활을 담아내며, 서랍 속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 오늘날 서울의 풍류를 빚어낸다. 오랜 벗들이 나누는 대화, 시장과 노포를 오가는 사람들의 소란함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끌리듯 동참하게 되고, 일상의 풍류를 즐기는 법을 알게 된다. 마치 자막 없이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우리 영화를 볼 때처럼 개운하고 선명하게. 부디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기쁨을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잘 노는 일에 관해서라면 며칠이고 떠들 자신이 있는데, 그간 쌓아둔 이야깃거리 안에는 서울의 존재감이 제법 크다고 여긴다. 수도의 도심 한복판. 광화문의 빌딩 너머를 지키고 선 북악산과 인왕산, 북한산의 위용은 맑은 날에도 시선을 사로잡지만, 특히 비가 갤 즈음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 안으로 들어온 듯한 정취를 자아내며 산책을 부추긴다. 산책에 제격인 곳 중에는 물가를 빼놓을 수 없는데, 하루치의 작업을 마치고 한강 변을 산책하며 만나는 야경이며 한강에서 뻗은 천변을 걸으며 사계를 감각하는 일은 평생 질리지 않을 것 같다.
-10-11쪽, ‘들어가며’에서

도톰하고 뽀얀 속살에 레몬즙을 한 번 더 짜 넣고 라프로익을 양껏 끼얹어 들이마시듯 한입에 털어 넣었다. 쪽빛 바다에서 오늘 갓 건져 올린 굴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은 상쾌하도록 차갑고 짭짤한 파도. 철썩이는 파도에 수없이 부딪치며 단련된 굴의 달고 고소한 맛과 함께 위스키가 품은 먼바다의 내음도 넘실거렸다. 극히 신선한 것과 고도로 숙성된 것, 익숙한 풍경을 지닌 바다와 거친 파도가 이는 먼바다, 남해와 대서양이 머금고 있던 즙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었다.
-75-76쪽 ‘최고의 조합과 적정 온도’에서

루틴은 가급적 느슨하게 짜도록 권하고 대신 이 느슨한 일정 사이에도 이야기를 머금고 있도록 하자고 귀띔한다. 쓰고 싶은 것은 많지만 막막하고, 자신의 문장이 앙상하다며 한탄하는 이에게는 더더욱. 책상에 앉기 전에 두루두루 인물과 배경의 디테일을 채워보자고 이른다. 이를테면 이동 중에 주인공이 즐겨 듣는 음악을 골라서 들어보고, 소설에 등장하는 꽃향기를 직접 맡아보는 식으로. 물론 이런 즐거움을 누리는 것만으로는 결코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조금도 즐기지 못한다면 계속 쓰는 일이 온통 고되기만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요?
-130쪽 ‘개화 관찰기와 봄꽃 시향기’에서

코끝에는 솔향기가 스치고 여전히 계곡물 소리가 들려오는 정자 그늘에 자리를 잡은 나는 습관처럼 허리를 곧추세우고서 눈을 감은 채 몇 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물과 돌이 쉼 없이 부딪쳐서 내는 상쾌한 울림에 귀를 기울이다 살며시 감았던 눈을 뜨자, 계곡 건너편에서 한낮의 볕을 퉁겨내는 미루나무 잎의 푸른 일렁임에 눈이 부셨다. 자연 속에서 잠시 동안 눈을 감았다 뜨면 실로 총천연색이라는 말을 체감하게 된다. 설령 마음이 흐린 날에도 이런 순간에 시야에 쏟아지는 찬란한 빛에서는 인색함을 느낀 적이 없다.
-155-156쪽 ‘’난이도 하’의 서울 산행’에서

새로 알게 된 것 한 가지는 봄과 여름에 도성 사람들이 즐긴 긴 산책의 근사한 이름이 ‘순성놀이’라는 것이었다.
걷기 좋은 시기에 옛사람들은 하루 동안 40리가 넘는 성벽 길, 현재의 단위로는 18.6킬로미터를 걸으며 복을 기원하고 풍류를 즐겼다고 했다. 하루 만에? 역시 조상님들은 뭔가 시작했다 하면 끝장을 보셨구나 싶어 키득대며 나는 포근한 오후의 볕을 따라 청계천 방향으로 향했다. 점심 메뉴 선정에 실패했으니 저녁에는 공을 들여볼까 싶어 종로로 넘어갔고, 식사 후에는 소화를 시킬 겸 좀 더 걸었다. 그렇게 긴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휴대폰의 건강 앱을 켜보았을 때는 정말인가 싶어 웃음이 났다. 대모험이라는 농담에서 시작하여 그날 내가 걸은 거리의 총합은 무려 16.1킬로미터였던 것이다. 먼 과거의 누군가가 순성놀이가 별게 아니고 성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그렇게 된다니까, 하며 한쪽 눈을 찡긋거릴 것만 같았다.
-226-227쪽, ‘대모험 혹은 순성놀이’에서

삶의 무대를 고향의 작은 섬에서 서울로, 다시 머나먼 이국으로 옮기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김환기의 그림에는 어느 시기에나 작은 섬이라는 최초의 무대를 감싸고 있던 바다의 푸른빛이 깃들어 있다. 한편으로는 현실을 옥죄는 한계와 다름없는 빛. 동시에 그 너머의 가능성을 애타게 꿈꾸도록 부추기는 빛. 너른 바다에도 먼 하늘에도 서린 그 푸른빛을 마주할 때면 종종 나는 지금 어떤 무대에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일종의 직업병이 발동되면 주변에 은근슬쩍 물어보고도 싶어진다. 이토록 넓은 서울에서, 지금 당신은 주로 누구를 벗 삼아 어떤 무대를 디디며 살고 있느냐고.
-271쪽, ‘흥이 맞는 벗과 함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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