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상처를 생물학적 통증으로 환치하는 ‘육체성의 언어’
시인은 추상적인 슬픔에 머물지 않고 뼈, 살, 젖, 자궁 등 원초적인 신체어(身體語)를 사용하여 정서적 슬픔을 생물학적인 통증으로 환치한다.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하는 ‘가려움’의 정서와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서늘하고도 사실적인 문장이 도드라진다.
비 맞는 고양이 일가: 신산했던 가족사와 소시민의 연대기
시집 3부에 집중 수록된 ‘비 맞는 고양이 일가’ 연작은 실향과 가난, 오빠의 죽음 등 신산했던 자전적 가족사를 노출한다. 춥고 배고픈 길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젖은 털을 서로 핥아주며 가난의 계절을 건너온 일가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낸다.
잔혹 동화와 대중문화적 모티프의 반어적 변주
시인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 등 밝고 아름다운 상징물들을 기괴하고 비극적인 현실의 장치로 비튼다. 이를 통해 어둡고 축축한 현실 속에서 멸종된 환상을 복원하고, 생을 살아내기 위한 마법 같은 문장들을 선사한다.
그들은 민든해의 시집을 이렇게 읽었다
시인 김영준은 추천사에서, 민든해의 시가 외부의 자극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데 몰두하면서도 그 안에 위트와 유머를 동행시켜 결국 근원에 이르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낸다고 평했다.
시인 정한용은 “고양이”와 “동화”라는 두 기둥이 시집을 떠받치고 있으며, 시적 화자가 기억 속에 유폐되면서도 그 통증이야말로 시인을 살아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해설을 쓴 오광수 시인은 “습지에서 건져 올린 동화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든해에게 삶이란 형벌 같은 나날일지라도 흐릿한 무지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내의 과정이며, 그 인내를 가능케 하는 힘이 다름 아닌 ‘언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집을 책임편집한 박제영 시인은 이 시집을 안전하고 편안한 서정과는 거리가 먼 시집이라고 평하며 화자들이 스스로를 인형이나 짐승, 마네킹으로 낮추어 부르는 것 역시 자기 비하가 아니라 훼손된 몸을 과장된 몸짓으로 되받아치는 생존의 기술로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든해의 첫 시집 『비비디 바비디 부』는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운 시집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정서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당신이 보고 있는 세계를 왜곡하고 흐트러뜨린 그의 시편들은, 곱사춤의 해학과 베이컨의 뭉개진 초상 사이 어디쯤에서 여성의 몸과 욕망, 가난과 병을 정면으로 통과한다. 동화의 주문이 아무리 반복되어도 마법은 자정이면 풀리고, 남는 것은 뒤틀린 몸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뿐이라는 것―이 시집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인식은 바로 그것일 테다. 그다음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저자의 말
추운 나라의 밤하늘엔 빛이 내려와 춤을 춘단다.
오래된 위로를 데리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