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한국의 언어 문명이 겪은 변동으로 인해
지금은 잃어버린 언어 풍경과 언어 문명의 흐름을 해석하다”
언어 문명의 변동
근대 초기 한국 어문에 일어난
소리의 변화와 정착의 흔적에서
언어 문명의 변동을 읽어낸 결실이자
또 다른 시작점이 되어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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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당대의 문화와 관습을 담는다. 따라서 옛글을 읽고 옛말을 연구하는 것은 단지 언어를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담고 있었던 시대의 문화와 관습을 읽고 복원하는 일이다. 이 책은 중화라는 문명적인 ...
“한국의 언어 문명이 겪은 변동으로 인해
지금은 잃어버린 언어 풍경과 언어 문명의 흐름을 해석하다”
언어 문명의 변동
근대 초기 한국 어문에 일어난
소리의 변화와 정착의 흔적에서
언어 문명의 변동을 읽어낸 결실이자
또 다른 시작점이 되어줄 책!
* * * * *
언어는 당대의 문화와 관습을 담는다. 따라서 옛글을 읽고 옛말을 연구하는 것은 단지 언어를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담고 있었던 시대의 문화와 관습을 읽고 복원하는 일이다. 이 책은 중화라는 문명적인 질서로부터 서서히 탈각하기 시작하였던 조선 후기에서부터 서구의 근대문명을 등에 업고 새로운 질서가 유입되기 시작한 무렵에 벌어진 언어 양상에 관한 여러 가지 균열의 국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언어적 변동이 단지 한자 문명권에서 한글 문명권으로 변화라고 단정 짓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한 감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지 한글이 창제되면서 우리가 한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언어가 표상하는 문명적 개념의 변동이라는 국면이 포함되어 더 복잡한 국면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근대 초기 어문의 균열 양상을 소리와 문자와 제도의 측면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데, 특히 당시 신문에 연재되면서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누」를 바탕으로 “하나의 문명적 질서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친밀성의 언어들이 그것이 영위하고 있던 언어적 세계 바깥으로 벗어나게 되었다가 다시 본래의 자리와 마주하게 되었던 상황”을 분석한다. 근대적 우편제도가 도입되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편지의 존재적 의미,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의 표기 변화, 또 다른 신소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근대적 개념의 소리적 현전 등을 통해 신소설 이전의 작품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근대적 인식의 유입과 언어적 변동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근대 초기 우리나라의 언어와 소리의 변동을 살피는 데 있어 신소설을 주요 텍스트로 삼는 동시에, 전근대적인 정치 체제에 균열을 내면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근대 문명의 틈입 과정을 연설과 강연이라는 소리적 제도와 법-문자적 제도를 통해 살펴본다. 이를 위해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신문기사, 법률 등 다양한 문자적 텍스트는 물론이고 실제의 목소리(연설과 강연)와 당대(일제 강점기)라는 현실적 텍스트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연구의 토대를 더 단단히 다지고 있다.
저자의 연구는 언어와 소리가 얼마나 시대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크게 영향 받는지에 대한 반증이면서, 언어와 소리가 얼마나 풍부하고 사실적으로 문화와 관습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예시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이 책에서 다양한 신소설과 당시 발행됐던 각종 신문을 좀 더 세밀하고 분석적으로 읽는 것은 새로운 글쓰기와 표기법의 도래를 통해 당대의 의식을 쫓는 일임과 동시에 그것을 복원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옛글을 읽는다는 것이 “읽기의 전통이나 관습의 영역 자체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분명 안고” 있다고 저자는 인정한다. 그럼에도 저자가 끝없이 옛말을 읽으며 사라져버린 소리를 찾고 연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혈의누」를 중심으로 읽어낸 문자적 변동
저자가 특별히 「혈의누」를 연구의 주 텍스트로 삼고 있는 이유는 「혈의누」가 “근대적인 소설의 새로운 양식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문학적 성취 외에, 소설이 담고 있는 이러한 주제가 조선이라는 친숙한 세계를 벗어난 이(異)언어적 세계, 즉 일본과 미국이라는 경계 너머의 공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실현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근대 초기 신소설에 표상되어 드러난 편지의 의미”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렇게 “고소설의 삽입서간과 근대 서간체소설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변모하는 ‘편지’의 의미를 재고해보려는 이유는 “그것이 보여주는 근대적 글쓰기의 변모 양상이 단지 소재적인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적어도 1910년대 전후로 창작된 신소설들 속에는” “새롭고도 신기한 근대적 문물로서 편지가 형성하는 취향적 성격 그리고 근대적 글쓰기의 변모를 통한 근대소설의 형성을 가늠할 만한 의미들이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인직이 「소설 단편」에서 「혈의누」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을 통하여” “하나의 세계 내부에 내재된 위계성뿐만 아니라 세계 내부의 주관성과 이를 벗어나는 타자성의 영역”을 예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새로운 세계, 다른 세계에 대한 예리한 인식은 다른 매체에서 보이는 문자 표기의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저자는 “『만세보』가 도입한 새로운 방식의 국한문 병용의 양상”을 전면에 내세워 이것이 “단지 새로운 인쇄기술의 도래로부터 비롯된 미미한 사건”이 아니라, “국문과 한문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로부터 내려온 어문 전통이 담고 있던 문제들이 마치 거울처럼 시각화하여 드러난 사건”이라고 의미 짓는다. 즉 “바로 앞선 시대 『독립신문』이 도입하였던 국문 전용 표기와 국문 담론의 문제가 다시금 실체화되어 나타난 현상”이며, “당시 한문 중심의 국한문혼용체로 된 『황성신문』과, 『제국신문』처럼 국문 중심의 신문으로 아예 확연히 구분되었던 개화기 당시의 언어적 환경에서 『만세보』는 그 표기 체계 양쪽이 대립하고 충돌하는 장으로 기능”했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자언어인 한자를 어떻게 읽어내고 이를 어떻게 한글이라는 문자를 통하여 음성화하여 표현할 것인가는 조선시대 이래로 매우 중요한 문제”였으며, “이는 단지 어문 전통적 국면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중화의 문명권이라는 지정학적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된 것일 수밖에 없”기에 “지나간 어문적 전통의 잔영과 새로운 어문적 전통의 수립이 겹치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증례”이자 “단선적인 어문 전통의 변천 과정을 더 다층적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보는 것이다.
소리 언어의 정치적 맥락화
개화기에 벌어졌던 이러한 언어 문명적 변동과 함께 소리언어(언설 양식)의 변화 양상 또한 저자의 주요 관심사다. 저자는 “개화계몽시대에 도입된 연설이라는 언설 양식이” “폐쇄적인 왕정의 내부로부터 개방적인 광장으로 정치적 중심을 이전시키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근대적인 정치 체제에서 연설이라는 행위가 “정치성과 맥락화”되면서 “왕정으로부터 통제되고 금지되었던 배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연설의 정치성에 대한 통제가 법적 규제로 결정”되면서 “이를 우회하기 위한 일반의 노력”으로 학술성을 매개로 한 강연이 전면에 등장하는 현상을 통해, 연설과 강연이라는 언설 행위가 “일제강점기 내내 각각 정치성과 학술성을 대표하는 행위로” 규정되었고, 그로써 이 행위들이 어떻게 대한제국 체제의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고, 어떻게 “일제의 식민통치 전략과 접속하였는지”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연설이 정치적 함의를 갖게 되기까지 어떻게 수용되어 어떻게 정치적으로 맥락화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연설은 단지 한 시대에 존재하였던 발화행위의 양식”이라기보다 “대한제국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격변의 와중에서” “개화, 즉 일본을 통한 서구적인 근대화의 주요한 제도적 방법론이 되었다는 사실”에 더 큰 무게중심이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개별적인 질문과 토론의 상호적인 성격 등 즉각적인 개입과 재구성이 가능한” 미디어 자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