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떠난 아내에게 매일의 안부를 전하는 남편의 노래.
그리움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담백한 인생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이수원 시인의 첫 시집 『홀로 함께하는 노래』는 이 질문에 삶으로 답하는 책이다. 시인은 2010년 아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16년을 홀로 살아왔다. 그러나 아내는 그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내가 쓰러졌던 자리를 잠자리로 삼고, 하루의 일과를 일기로 써서 아내에게 보고한 뒤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이어 왔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수필이 되고, 시가 되어 시집으로 묶였다.
1부 ‘아내 이야기’에는 함께했던 세월과 사별 이후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아내와 함께 심고 가꾸었던 꽃과 나무는 시인에게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능소화가 피면 아내가 생각나고, 동백꽃이 붉게 떨어지면 마음이 아프며, 수선화가 피면 함께 봄을 맞이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매년 다시 피어나는 꽃들은 떠난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동시에,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사랑을 보여 준다.
2부 ‘홀아비의 노래’에서는 혼자 살아가는 사람의 현실적인 일상이 펼쳐진다. 밥을 해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농사를 짓고, 꽃을 가꾸고, 조상을 모시고, 글을 읽고 쓰는 하루하루가 담겨 있다. 여기에 아홉 살 반려견 금돌이와 함께 걷는 시간, 정동진과 만지도 여행, 붓을 잡고 서예에 몰입하는 순간,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더해진다.
3부 ‘손녀 이야기’에 이르면 시집의 분위기는 한층 밝아진다.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편지를 주고받고, 글쓰기와 달리기를 이야기하는 손녀와의 관계는 시인에게 새로운 활력이 된다. 떠난 아내에 대한 기억과 손녀를 향한 사랑이 한 시집 안에서 나란히 놓이면서, 삶은 상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홀로 함께하는 노래』는 특별한 사건이나 화려한 수사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오랜 삶에서 길어 올린 기억과 일상을 질박한 언어로 담아낸다. 아내를 잃은 슬픔,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가족과 손녀에게서 얻는 기쁨이 어우러져 한 사람을 보여 준다. 결국 이 시집에서 ‘홀로’와 ‘함께’는 서로 반대되는 말이 아니다. 몸은 홀로 남았지만 마음속에서 여전히 아내와 함께 살아가고, 손녀와도 사랑을 나누며 오늘을 살아간다. 떠난 사람을 기억하면서도 남은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 『홀로 함께하는 노래』는 바로 그 삶의 태도를 조용하고 진솔하게 노래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