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시인의 말
내 프레임 속에 들어온 채운,
무지개구름이다
친절한 손님이 봄처럼 걸어온다
2026년 9월
이숨
추천사
이숨의 시에는 회복의 불빛이 있다. 고된 일상의 세목들 속에서도 절망으로 치닫지 않고 회복하고 지켜 내는 힘이 있다. “소등과 점등을 위해 일생을” 소진하는 현대인들의 “지리멸렬한 반복의” 삶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우주를 나는 상상을 한다. 도시 노동자들의 비애가 한꺼번에 상큼한 회복의 “자체 발전”을 하는 에너지로 둔갑한다.(「그 불빛으로 일하러 간다」) 이러한 회복의 윤리는 소외된 존재들을 바라보는 주체의 정서가 건강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가령 “허공과 타워 크레인 사이에 걸쳐 있”(「거미」)는 노동자의 불행을 거미에 비유하여 악재의 이미지를 구현하거나 “산기슭 무연고 묘”(「풀의 궁전」)를 통해 한 작가의 일생을 풀의 자서전으로 형상화하는 힘은 밝은 시인의 눈 때문이다. “베이고 찔렸던 사람의 고통”을 상징하는 피 묻은 칼을 통해서도 “천사를 일으켜 세우”는 용서를 만나려고 한다.(「나이프 엔젤」) 견자의 눈은 “나무의 모든 이파리는 언어”(「목어(木語)」)라는 전언과 만나면서 “봄의 경전”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또한 “믿음이란 사라진 것이 형체를 갖는 일”(「숨」)이라는 경구를 경험적 문장으로 내뱉는다.
이숨이 닿고자 하는 곳은 늘 따뜻한 빛 가운데 있다. 슬플 때는 박물관에 가고, 오늘의 구름을 물조리개로 바라보고, 핫팩 하나의 온기와 봄이 셔터를 누르는 봄날의 이미지를 온 감각으로 받아들인다. 시인의 눈은 “세 살배기 증손녀 눈빛”(「행복한 제사」)과도 같다. 어머니의 기일을 생일 축하로 전이시키는 풍경이 슬픔을 행복으로 둔갑하는 마음의 힘이다. “집도 한 번씩 슬픔을 갈아 주어야 한다/그래야 달랠 수 있다”(「빛치료」)는 이숨의 시집은 비극을 온기로 전하는 진심의 집이며, 슬픔을 달래는 위로의 집이다.
- 김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