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납작코 삼촌의 귀로 듣는 세상의 작은 목소리
시집의 또 다른 곳에서는 미약한 존재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 시에는” 학원에 가는 게 아니라 “춤을 추고 싶다”는 말은(「세 시에는 춤을」), 시인의 다정함이 포착하는 아이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다. 나아가 아무리 찌그러져도 풀 죽지 않는 깡통이 “깡깡깡깡” 소리를 낼 때(「깡통은 깡통이다」), 시인이 만들어 내는 비유는 존재와 존재 사이를 이어 주는 상상의 통로가 된다.
이와 같은 시인의 다정한 마음은 곧 ‘납작코 삼촌’으로 집약된다. 전쟁터의 소녀를 구하다 콧등이 납작해진 그는(「납작코 삼촌」), 낡고 닳고 헐고 고장 난 그림자만 산다고 말한다(「헌 그림자 사요」). 전쟁으로 상처 입은 그는, 자신처럼 세상이 쓸모없다고 취급하는 존재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간다. 그에게 ‘납작함’은 결핍이 아니라 다른 존재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태도다. 그 태도는 곧 상처 입은 존재, 버려진 존재, 말없이 살아가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는 넓은 귀가 된다.
여름이가 밝히는 세계
시인의 시선은 어린이와 가족 주변의 일상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향한다. “고공 농성”을 이어 가는 “아저씨들”부터(「겨울, 느티나무 꼭대기에는」), “오늘도 수백 개의 폭탄이 터”지는 “가자 지구”(「노을」), 난민들이 모이는 “모리아 캠프”까지(「먼지의 집」), 시인의 시선은 점점 더 사회적인 곳까지 넓어진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은 곧 ‘여름이’라는 한 아이에게 닿는다. 여름이는 피부색과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아이다(「젠가 게임」). 결국 여름이는 떠나고, “여름 들판에 여름이가 사라”진다(「여름이 없는 여름」). 문신 시인은 한 아이의 부재를 계절 전체의 빈자리로 확대하면서,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담아낸다.
보이지 않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들리지 않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시. 『여름이 없는 여름』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계를 향해 다시 눈과 귀를 열게 하는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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