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스스로 해내는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을수록 어른은 더 많이 해주려 한다. 더 좋은 정보를 찾아주고, 더 빠른 방법을 알려주고,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주고, 뒤처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시킨다. 우리는 오랫동안 ‘잘 가르치는 것’이 아이를 잘 성장시키는 길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어른의 설명과 개입이 늘어날수록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실패해볼 기회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해내는 아이는 가르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바로 이 익숙한 믿음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을 지켜온 저자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교육의 핵심이 ‘무엇을 얼마나 잘 가르칠 것인가’에 있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 안에 이미 존재하는 호기심과 탐구의 힘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느냐는 것이다.
저자가 교육 현장에서 반복해서 확인한 사실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아이는 본래 배우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생기면 관찰하고, 만져보고, 질문하고,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문제는 아이에게 배움의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때로 어른이 그 힘을 발휘할 기회를 너무 빨리 대신해버린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저자는 교사의 역할을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환경 디자이너’로 다시 정의한다.
“환경이 아이를 키운다”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몬테소리 교육에서 발견한 ‘준비된 환경’의 힘은 저자의 교육관을 크게 바꾸었다. 아이가 스스로 활동을 선택하고, 충분히 몰입하고, 실패해도 안전하게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교실을 바꾸자 아이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산만하던 아이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소극적인 아이가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며, 지시를 기다리던 아이가 자신의 선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육은 아이를 밖에서 끌어가는 일이 아니라, 아이 안의 힘이 움직일 조건을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이러한 철학은 IB 교육과 만나 더욱 구체적인 체계를 갖춘다. 저자는 IB의 PYP가 강조하는 탐구 기반 학습, 개념 중심 학습, 학습자 주도성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교육의 방향을 발견했다. 몬테소리에서 배운 준비된 환경, 30여 년 동안 현장에서 축적한 아이 중심 교육의 경험, IB의 탐구 기반 학습이 만나면서 이 책의 핵심 개념인 Competence, 즉 ‘스스로 해내는 힘’도 보다 분명해진다.
여기서 Competence는 단순히 어떤 일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다. 낯선 상황에서도 질문하고, 정보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의미를 만들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실패를 견디며 다시 시도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다.
『스스로 해내는 아이는 가르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아이를 잘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우리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묻는 책이다. 아이는 부족해서 채워주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이미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힘을 가진 존재일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를 대신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앞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결국 교육의 목적은 아이가 어른의 도움을 오래 필요로 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언젠가 어른이 곁에 없어도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고, 협력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 있다. 이 책은 그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방향을, 30여 년 교육 현장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AI가 점점 더 많은 답을 대신해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고 해내는 힘은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추천사
한주연 (IB PYP 컨설턴트, Branksome Hall Asia, PYP Korean Coordinator)
교육은 철학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교사와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으며, 더 나은 배움을 위해 스스로 변화하려는 리더의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이바ㆍ이본유치원을 처음 만난 것은 IB 후보학교로서 새로운 교육의 길을 준비하던 시기였습니다. 워크숍과 컨설팅을 통해 유치원의 수업과 교육과정을 함께 살펴보며, 저는 이곳에서 단순히 IB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배움의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육공동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보며 따뜻하게 공동체를 이끌어 가시는 원장님의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지난 1년 반 동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원장님이 함께 숨 쉬며 쌓아 올린 생생한 탐구의 기록이자, ‘준비된 환경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탐구하고 자신의 역량을 확장해 나가는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존중하고, 탐구 중심 교육을 고민하는 많은 교육자와 부모님들께 이 책이 명확한 이정표이자 가슴 따뜻한 울림을 주는 길잡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훌륭한 교육적 결실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누어 주신 원장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성은 (가톨릭상지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몬테소리와 IB는 출발은 다르지만 아이를 배움의 주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질문하며 탐구하고, 자신의 힘으로 배움에 이르도록 돕는 교육입니다. 이 책에는 두 교육에 대한 이론만이 아니라 30년 넘게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하며 고민하고 실천해 온 한 교육자의 경험과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 속의 이야기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교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교육의 언어로 다가옵니다.
교육의 변화가 빠를수록 우리는 다시 ‘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결국 ‘스스로 해내는 아이’를 만드는 것은 더 많이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아이 안에 이미 존재하는 힘을 발견하고 믿으며 기다려 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교사와 부모에게 그 믿음을 다시 세우고, 아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