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0과 1로 구분되는 비트의 세상은
이제 모두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양자’ 혹은 ‘양자컴퓨터’라고 하면 잘 모르는 막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재 학계부터 빅테크 리더까지 모두 주목하는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다. 양자 관련 뉴스가 나오면 주가가 급등락하는 기업의 주식도 있으니, 이제 곧 양자가 비즈니스로 이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금융과 바이오, 암호학,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것이라 예상되며 글로벌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양자컴퓨팅은 변곡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고, 빌 게이츠 역시 "앞으로 3~5년 안에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현재 양자컴퓨팅은 5년 전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직전과 닮았다.”라고까지 할 정도다.
양자컴퓨터는 우주의 기원을 풀 수 있는 열쇠이자. 기존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인 연산을 수행하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다. 문제는 양자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고전적인 세계와는 달리, 우리의 직관을 넘어 상상력이 필요한 개념적인 세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난해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나 슈퍼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이라는 비트 단위로 나타내며 덧셈이나 곱셈을 사용해 계산을 수행한다. 컴퓨터 안에서는 전기가 흐르는 상태를 1, 흐르지 않는 상태를 0에 대응시켜 비트를 표현하고, 전기 스위치를 고속으로 켜거나 끄는 방식으로 비트를 변화시켜 계산을 수행하는 구조이므로 비트는 반드시 0이거나 1 중 어느 한쪽 상태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0인지 1인지 정해지지 않은 중첩을 취하는 것이 허용된다. 양자비트는 이처럼 0과 1의 중첩을 양자역학의 세계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현재의 컴퓨터는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계산해야 하지만, 중첩이 되는 양자비트는 한번에 64가지 패턴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어 계산의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구글은 2019년 ‘시커모어’ 칩을 통해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릴 무작위 회로 샘플링을 3분 20초 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하며 최초로 양자 우위를 선언한 바 있다.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거나 금융 분야에서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그리고 AI와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며 차원이 다른 수준의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수학을 몰라도 반드시 이해되는
균형 잡힌 양자컴퓨터 입문서
이 책에는 수식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다만 세상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면서 시작된 양자역학의 탄생부터 이것이 어떻게 양자컴퓨터 연구로 이어졌고 앞으로 양자컴퓨터가 활용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에 대한 것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으면서 아무런 지식이 없는 문외한도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되도록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양자비트의 성능을 높이거나 개수를 늘리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정체기를 맞이했다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 열기가 시작됐다. 저자는 연구 붐이 확산되면서 ‘양자 AI’라는 분야까지 형성했지만 최근에는 기존 AI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환멸기’에 접어들었다는 것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0개가 넘는 일러스트와 다양한 자료, 사례를 소개하며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가게 하는 이 책은 “수식 없이 학문적으로도 매우 정확하게 양자컴퓨터를 설명한 입문서”로 주목받으며 일본에서 출간 즉시 분야 베스트 1위에 올랐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양자컴퓨터의 진정한 매력은 ‘응용 가능성의 넓이’뿐만 아니라 ‘자연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재현하려는 인간의 지적 영위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양자컴퓨터가 학술적 의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실현되고 산업화되기까지는 아직 산적한 과제가 많다. 그리고 AI가 그랬듯이 앞으로 양자컴퓨터도 겨울의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양자컴퓨터는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우리 연구자들도 아직 확실히 모른다.
그것을 알고 싶어서 양자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양자컴퓨터는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오류 수정 기술의 진전이나 하드웨어의 스케일링, 소프트웨어 개발의 성숙으로 가까운 미래에 산업계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것이다. 그리고 더 길게 보면 양자 기술은 사회 인프라나 문화 일부로 스며들 것이다. 전자 결제를 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양자컴퓨터가 보안을 지켜 주는 일이 2030년에 일어날 수도 있다.
이미 엔터테인먼트나 예술 분야에는 양자 요소가 도입되고 있다. SF 소설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양자컴퓨터가 존재하는 세계가 그려지고, 양자역학이나 양자 얽힘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물이 늘어나면서 문화로서의 ‘양자’가 형성되려 하고 있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양자컴퓨터에 대해 배우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는 다양한 문학 작품과 영화를 소개하며 초보 독자들에게 ‘양자컴퓨터와 접하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주인공이 우주를 방랑하다가 고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를 발견한다. 그들은 생명, 우주, 만물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슈퍼 컴퓨터 ‘딥 소트’를 만들어낸다. 슈퍼컴퓨터는 750만 년에 걸친 계산 결과로 '42'라는 답을 내놓지만 어느 우주인도 이 답을 이해하지 못해서 ‘지구’라는 거대한 컴퓨터를 설계한다.
지구는 46억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양자역학이라는 물리 법칙을 통해 원자를 재조합하고 생물을 탄생시켰다.
만약 자연계의 매커니즘 자체가 거대한 계산 과정이라면 인간이 양자컴퓨터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소설에서 나오는 '42'의 뜻을 양자컴퓨터가 가까운 미래에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류츠신의 소설 『삼체』에는 양자중첩과 얽힘의 개념을 차용한 컴퓨터가 나온다. 삼체 문명은 엄청난 성능의 컴퓨터 '지자(智子, Sophon)'를 만드는데 이 지자는 본래 양성자이지만 넓게 펼치거나 접거나 해서 컴퓨터로 활용한다. 양자얽힘의 개념을 차용하지만 양성자를 펼치거나 접는 건 저자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안다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더 많은 작품들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