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프롤로그
“배움도 꿈도 늦은 때는 없습니다.”
“조금만 더 공부했더라면…….”
살면서 수없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말입니다.
어린 시절은 가난했습니다. 여섯 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을 돌보며 살아야 했고, 결혼해서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공부는 늘 삶에서 한 걸음 뒤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고 나를 위한 시간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배움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조금만 더 공부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나온 세월을 아쉬워하던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방송통신 중·고등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할까?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망설임도 잠시, 학교에 대한 얘기는 들을수록 가슴이 뛰었습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집 근처 학교에서 초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고 신학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흔두 살에 방송통신중학교 학생이 되었습니다. 처음 교문을 들어서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몸은 일흔여섯 살이지만 마음만은 열다섯 살 소녀가 되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날이 행복한 여고생입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을.
늦은 나이에 다시 책상 앞에 앉으니 지나온 삶도 새롭게 보였습니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얻고 졸업장을 받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한 걸음씩 성장하는 기쁨을 알게 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혀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잊고 살았던 ‘나’를 다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뒤 우연한 기회에 수필습작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몇 년 동안 써 본 가계부가 글쓰기의 전부였던 내가 매주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내 마음속 이야기를 끄적이는 정도였습니다. 한 편 두 편 글이 쌓이면서 지나온 삶의 조각들이 모아졌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 기쁘고 슬펐던 순간들이 글 속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습작하듯 써 내려간 글들을 모아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끄럽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글쓰기의 기본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충분한 퇴고의 과정도 거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이런 글을 책으로 내도 괜찮을까?’ 하면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잘 쓴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작은 거울이 되고,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용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채 살아오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다시 시작해 보십시오. 일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배움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일흔여섯 살에 이 책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실패한 일이 아니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일이 아닐까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입니다. 배움도 꿈도 늦은 때는 없습니다. 저의 늦은 배움과 작은 용기가 여러분의 따뜻한 동행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6. 8. 31 임주원